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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헤드폰 보정 플러그인 비교

미술은 시각의 영역, 요리는 미각의 영역, 음악은 청각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음악 작업에 있어서 잘 듣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만약 요리사가 맛을 보지 않고 요리를 완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우리의 어머니들은 간도 보지 않고 끝내주는 요리를 완성시키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음악에서도 숙달된 사람은 제대로 듣지 않고도 뚝딱 믹스를 완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음악 작업에 있어서도 연륜에서 나오는 예상, 예측의 힘이 작용한다. 어쩌면 미리 예측하기란 믹싱, 마스터링에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이 결과물이 어떤 장치에서, 어떤 장소에서, 스피커로,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어떻게 들릴지 예상하며 만들어가야 한다.

음악을 듣는 사람도 다양한 환경에서 듣게 되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장소마다 다른 소리를 들으며 작업을 한다. 스피커, 룸 환경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같은 믹스 세션이라도 전문 스튜디오에서 듣는 것과 홈스튜디오에서 듣는 소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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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청취 환경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헤드폰으로 소리를 들을 때 가상으로 좋은 스튜디오 환경을 재현하며 들리는 소리를 보정해주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헤드폰은 룸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비교적 독립적인 재생 장치이지만, 그 자체로 치명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1) 크로스피드가 없어 입체감이 비현실적이다. 2) 스피커에 비해 주파수 분포에 왜곡이 많다.

인공적으로 크로스피드를 만들고, 주파수 분포를 고르게 이퀄라이징을 해주는 플러그인들이 헤드폰 보정 제품들이다. 과거 일부 회사들의 시도였던 것이 최근엔 수많은 브랜드에서 헤드폰 보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적어도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헤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전문 스튜디오와 같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데, 과연 그럴까?

5월의 플러그인랩에서는 3가지 회사의 헤드폰 보정 플러그인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Waves Audio의 Nx Ocean Way Nashville, Sonarworks의 SoundID Reference, Acustica Audio의 SIENNA ROOM을 준비했다.

특징이라면 모든 플러그인들이 헤드폰 보정 기능을 켰을 때 볼륨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SoundID와 SIENNA ROOM은 그래서인지 기본값이 –3~-6dB가 먼저 감소시킨 상태였다.(0dB에 두면 쉽게 피크가 발생했다) 따라서 Nx Ocean Way도 이에 맞춰 레벨 값을 조금 줄여줬다.

음원은 Cambridge Music Technology에서 제공하는 무료 멀티트랙 중 Brian C Cai Fei Hong의 ‘Hold Me’의 일부를 사용했으며, 모든 플러그인에서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Sennheiser HD600 헤드폰의 주파수 보정값을 선택했다. 각자 집에서 들어볼 때 아무 헤드폰으로 들어도 차이를 알 수 있겠지만 HD600으로 들으면 더 정확한 비교 청취가 가능할 것이다.

원본 소리(Bypass)
1 1
1. Nx Ocean Way
soundid reference
2. SoundID Reference
3 1
3. Sienna Room

세 가지 회사의 플러그인을 거치자 생각보다 소리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SIENNA ROOM같은 경우 더 미세한 조정을 통해 맞춤 보정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맨 처음 로드된 기본값으로 들어봤다. 더 자세한 활용이 궁금한 사람들은 위 세 가지 제품 모두 무료 체험이 가능하니 직접 믹스 작업에 활용해보고 결정해보길 바란다.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보컬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아무런 보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 헤드폰에서 보컬의 존재감을 실제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헤드폰만 이용해서 보컬의 밸런스를 맞췄을 때, 스피커로 들어보면 보컬이 잘 안 들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번외로 SoundID Reference에서 제공하는 평탄한 이퀄라이징을 일반 이퀄라이저로 흉내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SoundID Reference 만큼 정교하게 조각하진 않았지만 T-Racks Linear Phase EQ로 얼추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이퀄라이징을 해봤다.

soundid reference
SoundID Reference
4 1
T-Racks Linear Phase EQ

물론 이퀄라이저로 주파수 분포만 바꾼 것이기 때문에 SoundID의 크로스피드 보정 같은 다른 개선 작업은 들어가지 않은 상태이다. 이렇게 이퀄라이저로 어설프게 셀프 보정을 시도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자신있는 사람들은 일부분이라도 보정을 시도해보는 것도 색다른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