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레코딩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장비 추천, 노하우

누구나 한 번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우리 주변의 소리를 녹음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성 메모 기능을 통해 단순한 사람 간의 대화부터 자동차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공연장의 음악 소리 등 다양한 환경의 소리를 녹음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녹음한 소스들은 가벼운 메모나 기록 용도에 적합할 뿐 전문적인 영상이나 음악 작업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들어보면 소리에 입체감이 없고 소리가 커지면 깨지는 소리가 나거나 '시이이이'하는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너무 심하기도 하다.

따라서 배경 소리나 환경 소리를 전문 작품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녹음하려면 그에 맞는 전문 장비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를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이라고 한다.


일반 음악 녹음과 차이점

음악 작업을 하는 사람이나 홈레코딩을 해본 사람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고감도 마이크를 사용해 녹음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드 레코딩에서 음악 녹음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드 레코딩은 음악 녹음 환경과 목적과 장비가 다르다. 대개 음악 녹음은 외부 소음이나 반사음을 줄이고 원하는 음원 소스(목소리, 통기타, 색소폰 등)만 분리해 녹음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좁은 범위에 집중해 소리를 캡처하는 단일 지향성 마이크나 녹음 공간의 주변 소음이나 반사음을 최소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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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레코딩은 그 자체가 다양한 소리를 받는 것이므로 스테레오 소스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마이크 감도가 높아 다양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모두 받아들여 음악 녹음처럼 깔끔한 소스를 받기 힘들다. 애초에 녹음 장소 자체가 소리를 제한하는 녹음 부스가 아니라 다양한 소리가 혼재하는 외부 환경이다.

필드 레코딩 장비, Zoom H1n vs H6

따라서 일반적인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콘덴서 마이크로도 필드 레코딩을 시도할 순 있지만 한계가 있다. 대개 소규모 작업에서는 Zoom이나 Tascam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핸드 레코더를 사용하곤 한다.

유명한 제품으로는 Zoom에서 나온 H시리즈가 있다. H1n은 제품군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필드 레코딩 입문에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독립영화 촬영 환경에서도 쓰이곤 하는 H6는 가격이 더 비싼 만큼 녹음 퀄리티에도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녹음 채널의 개수다. H6는 내장된 스테레오 마이크로 2채널과 4개의 XLR/TRS 콤보잭으로 총 6채널 녹음이 가능하다. H1n은 스테레오 2채널만 녹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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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Zoom

유튜브를 찾아보면 H1n과 H6의 음질을 비교하는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H1n으로 녹음된 음원이 조금 더 평평하고 납작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음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녹음 환경을 잘 선택하면 전문 필드 레코딩 소스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꼭 동시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H1n도 좋은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녹음하는 방법

녹음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원하는 소리가 있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 녹음을 받으면 된다. Zoom의 H시리즈는 인풋 게인을 설정할 수 있어서 소리가 너무 작으면 게인을 올리고, 소리가 너무 커서 클리핑이 발생할 것 같으면 게인을 줄일 수 있다.

헤드폰 단자를 통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들으면서 녹음을 하면 민감한 녹음기가 소리를 어떻게 잡아내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녹음되는 소리를 모니터링하면서 인풋 게인을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인풋 게인값은 음악 작업과 유사하다. -18dBFS 근처에서 맴도는 값이면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절한 기준치다. 다만 필드 레코딩은 통제된 녹음 장소가 아니라면 갑자기 큰소리가 나거나, 다이나믹 레인지가 큰 경우도 있으므로 계속 녹음 미터를 주시하면서 안전한 게인 값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

녹음 소스의 포맷도 잘 설정해 두자. 장비가 지원한다면 영상 및 음악 작업의 스탠다드라고 여겨지는 48kHz 샘플레이트와 24bit 비트 뎁스를 추천한다. 일부 제품은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장하는 32Bit Floting Point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가능하다면 좋은 선택지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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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bit Floating Point를 지원하는 Zoom H6. (사진=HerrOlli, CC BY-SA 4.0)

필드 레코딩에서 주의해야 할 점

필드 레코딩은 음악 녹음보다도 훨씬 더 녹음 현장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후작업으로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적기 때문이다. 약간의 자르고 붙이기나 로우컷 필터, 각종 Restoration 플러그인을 이용한 노이즈 제거를 시도할 수 있지만 좋은 소스는 녹음 파일만으로 충분한 퀄리티가 나와야 한다.

야외 환경에서 녹음한다면 윈드 스크린을 꼭 사용하자. 소위 '토끼털'이라고 불리는 윈드 스크린은 마이크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방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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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errOlli, CC BY-SA 4.0

만약 손에 레코더를 쥐고 녹음을 한다면 레코더를 꽉 쥐는 소리도 녹음에 들어갈 수 있다. 별도의 스탠드가 없다면 일반적인 카메라 삼각대 나사에 연결해 들고 다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한 헤드폰을 끼고 녹음한다면 헤드폰 줄이 본체를 건드리지 않게 주의하자.

처음에 녹음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너무 커서 실망할 수도 있다. 도시라면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나 대화 소리도 생각보다 크게 녹음된다. 필드 레코딩에서도 똑같이 녹음의 기초 공식이 적용된다. 필요로 하는 소리를 크게 녹음할수록 필요하지 않은 소리가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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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대한 음원과 가깝게 녹음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더 넓은 반경의 음원을 포착해야 한다면 녹음 장소나 시간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또는 멀리 떨어진 음원을 잡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좁은 범위의 소리를 녹음하는 데 특화된 샷건 마이크를 외장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