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

크랙은 작업자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대외적으로는 크랙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내부적으로 아는 사람들끼리는 크랙을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또 있기 때문이다.

크랙은 '깨트린다'는 의미로 유료 소프트웨어가 구매자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인증 장치를 말 그대로 깨놓은 프로그램을 말한다. 다른 말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라고도 부르며, 크랙 이용자를 '복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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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지 않는 음악계의 크랙 소프트웨어

인터넷 공유가 활성화되던 초창기 만화, 영화, 게임,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불법 복제가 성행했다. 물론 불법 복제 및 공유는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받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적발이 어려워 한동안 불법 공유가 일상이 되던 때도 있었다.

2023년 현재 만화, 영화, 게임계는 이전과 비교해서 불법 복제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구독 방식의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나 구매 금액이 저렴해지면서 불법 공유의 공급과 수요가 줄어든 편이다.

그런데 음악계는 크랙 소프트웨어의 불법 공유를 근절하는데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번은 직접 작곡을 한다는 모 아이돌 그룹 멤버의 바탕화면에서 다수의 크랙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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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대부분 음악 소프트웨어가 해외 제조사라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또한 음악 소프트웨어는 대개 영화 한 편 다운로드 받거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액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 일부를 제외한 개인 음악가들의 수입은 터무니없이 낮다. 그런 점에서 음악 크랙 소프트웨어는 공급도 수요도 여전히 많다.

크랙 사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크랙 사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도 있다. 우선 영화나 드라마계가 OTT기반의 구독제로 많이 전환된 것처럼, 음악 소프트웨어도 저렴한 월 결제로 많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구독제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더 보기▶구독제 vs 영구 라이선스, 뭐가 더 좋을까?)

구독제는 사용자에게 더 나은 구매 선택지를 제시해서 크랙 사용으로 유인되는 요소를 방지할 수도 있지만, 한번 결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구독 확인 인증 과정이 수반되므로 소프트웨어 자체가 크랙되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iLok이나 각종 Product Manager 프로그램으로 인증 및 업데이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맥 사용자의 경우에는 빠른 OS 업데이트 속도가 크랙 사용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OS 업데이트는 멀쩡한 정품 소프트웨어도 발맞춰 따라가기 어렵게 하지만, 마찬가지로 크랙 소프트웨어도 곤란하게 만든다. 많은 크랙 소프트웨어가 맥 OS보다 윈도우즈 OS에서 쓰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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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

앞서 말했듯이 크랙 사용은 저작권법에 따라 불법이다. 불법 행위에 대해 '그래도 크랙을 쓸 수밖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이니까 크랙을 쓰면 안된다라고 말하면 둘 중 한 가지 반응이 나온다.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그렇죠...'라고 말하곤 뒤돌아서 그대로 크랙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여기서 '법에 위촉되니 사용하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크랙을 왜 쓰지 말아야 하는지 언급하고자 한다. 나아가 대안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컴퓨터 시스템을 망친다

한때 '크래커(크랙을 만드는 사람이나 팀)'를 일종의 정의의 사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마치 대자본이 독점하고 있는 기술을 대중에게 자유롭게 배포하는 의적이라는 듯 말이다. 물론 저작권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카피라이트'에 반대해 '카피레프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이들은 오픈 소스나 콘텐츠의 무료 사용, 수정, 공유를 통해 문화적 저작물의 공유와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불법 복제 및 공유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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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커들은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크랙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내부에 악성 코드가 있을 수도 있으며, 당장 사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컴퓨터 내부에 백도어를 만들어 놓거나 개인정보 유출에 활용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올려놓고 이름만 음악 소프트웨어인 척하다가 다운로드받아 실행시키면 컴퓨터의 파일들을 암호화시키고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

OS, DAW, 플러그인의 업데이트를 늦춘다

앞서 언급했듯이 맥 OS의 잦은 업데이트는 크랙 사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크랙을 쓰기 위해 계속 업데이트를 미루다가는 맥 OS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

크랙 소프트웨어 때문에 업데이트를 못 하다가 멀쩡한 플러그인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DAW나 플러그인들은 지속적으로 제조사에서 버그 픽스 및 기능 개선을 포함한 업데이트를 배포하는데, 구버전 크랙 소프트웨어 때문에 업데이트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불필요한 플러그인을 과도하게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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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싼 플러그인들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니!'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유명한 플러그인들을 마구 받아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안상 위험 요소가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아무래도 심사숙고해서 꼭 필요한 것으로 제 돈 주고 구매한 플러그인에 더 애착이 가고 사용법을 잘 숙지해서 사용하기 마련이다. 유명한 제품이라고 무작정 크랙 플러그인을 다운받아 모으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실력을 키우기에도 좋지 않다.

에러의 원인을 찾기 어렵다

컴퓨터 음악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안정적인 OS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에러가 발생하면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크랙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설정이 문제인지 크랙 소프트웨어 자체에 결함이 있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일부 크랙 플러그인은 갑자기 튕기거나 일부 파라미터가 계속 초기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는 메뉴 일부가 보이지 않는 등 UI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크랙을 사용하지 않는 대안

무료이거나 저렴한 플러그인

여러 가지 리스크를 안고 구버전의 크랙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느니 검증된 무료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또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플러그인 못지않은 훌륭한 성능을 선보이는 제품들도 있다.

FX 플러그인 대신 앰프 시뮬레이터, 샘플러, 드럼, 베이스 가상악기 등이 필요하다면 IK Multimedia의 Custom Shop(CS) 버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악기가 필요하다면 Spitfire Audio의 LABS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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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구독제

구독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플러그인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다 보면 월 결제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플러그인을 쓸 수 있으면서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제조사의 구독 서비스를 한두 개만 골라 쓰면 좋을 것이다. 아래는 유용한 구독 서비스들의 리스트다.

  • Plugin Alliance Mega Bundle
  • Slate Digital All Access
  • Solid State Logic
  • Universal Audio Spark
  • Roland Cloud
  • McDSP All Access

할인 이벤트를 활용하자

소프트웨어는 무형의 제품이다 보니 제조사들이 내키는 대로 할인 이벤트를 하는 편이다. 몇몇 제조사들의 메일링을 받아보면 수시로 할인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Plugin Boutique나 Audio Deluxe, Best Service, ADSR 등 플러그인 제조사들의 소프트웨어를 모아 판매하는 플랫폼들은 매일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연다. 이 사이트들의 메일링을 받아보는 것도 유용하다.

해외 판매 사이트들은 이메일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만약 이메일을 잘 사용하지 않거나 메일함이 복잡해 확인하기 어렵다면 월간 믹싱에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오늘의 음악정보' 페이지에서 정리된 플러그인 할인 정보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