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향 장비가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풍부한 사운드는 많은 음악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음색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명반들이 지금 들어도 감동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디지털 작업 환경이 대중화된 오늘날, 같은 매력을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스튜디오에 아날로그 장비를 갖추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나마 아날로그 장비를 복각한 디지털 플러그인으로 대체하려 해도 결과물이 아쉽기 일쑤이죠.
분명 한 트랙, 한 트랙 소리의 질감에 신경 써서 작업했건만, 막상 다 합쳐놓고 들어보면 아날로그 느낌은 간데없고 음색은 딱딱하고 거칠기만 합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원인은 '앨리어싱'
그 원인은 디지털 오디오 신호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앨리어싱(Aliasing)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거나, 디지털 신호를 처리할 때 생기는 이 현상 때문에 음질이 열화되고 고음역대가 거칠어지면서 아날로그의 매력을 상쇄시키게 되는 것이죠.
앨리어싱은 왜 발생할까요? 아날로그 신호는 연속적인 파형인 반면, 디지털 신호는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샘플링된 이산적인 데이터의 나열입니다. 이 과정에서 샘플링 주파수의 절반인 나이퀴스트 주파수(Nyquist Frequency)보다 높은 주파수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면, 이 성분이 가청 주파수 대역으로 반사되어 들어와 잡음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앨리어싱이라고 하죠.
여기서 문제는 플러그인을 여러 개 사용하게 되면서 발생합니다. 각 플러그인에서 만들어진 고조파 성분이 샘플링 주파수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그 결과가 누적되면서 앨리어싱은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아날로그 장비를 에뮬레이션한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오히려 디지털 음질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앨리어싱을 완화하는 방법
앨리어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오버샘플링(Oversampling)과 적절한 게인 스테이징(Gain Staging)이 있습니다.
오버샘플링은 일시적으로 작업 과정에서의 샘플레이트를 높여줌으로써, 플러그인 내에서 발생하는 고조파 반사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최종 믹스다운 단계에서는 나이퀴스트 주파수 이상의 주파수 성분이 걸러진 깨끗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죠.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상당수의 플러그인이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게인 스테이징은 말 그대로 각 단계에서의 게인, 즉 신호 레벨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다수의 플러그인들은 사용자가 적절한 게인스테이징을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개발이 됩니다.
너무 과한 입력값으로 인한 부스팅은 플러그인 내부의 신호 처리 과정에서 클리핑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하게 되므로, 가능한 한 유의해야겠죠. 플러그인 본연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입출력 레벨을 적정선에서 관리한다면 앨리어싱으로 인한 음질 열화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게인스테이징에 대해서는 Ozone과 Rx 등의 걸출한 플러그인으로 유명한 Izotope 사에서 작성한 좋은 기사가 있습니다. 영어라서 부담스러우신 분은 이용하시는 웹브라우저의 한글 번역 기능을 이용해서 읽어보세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사운드를 100% 재현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앨리어싱 외에도 플러그인 알고리즘 자체의 한계, 컨버팅 과정에서의 문제, 낮은 샘플레이트, 부적절한 디더링(Dithering) 등 음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아날로그 사운드의 모사가 아닌, 디지털 환경 내에서 가능한 최선의 음질을 이끌어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플러그인의 종류와 사용법,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의 선택, 레벨 관리, 변환 과정에서의 주의 사항 등 디지털 음악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감동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것.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음악가, 엔지니어, 그리고 열정 가득한 크리에이터들의 땀과 노력이 있는 한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의 스튜디오에서 더 나은 사운드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그 흐름에 동참하여, 새로운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만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