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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할 때 무슨 파일로 보내면 되나요?"

디지털 작업이 일상화된 지금, 모든 음악 작업은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을 거친다. DAW는 스튜디오에서도 사용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보급됐다. 따라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한 스튜디오, 한 컴퓨터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대개 여러 명의 컴퓨터와 DAW를 오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공유되는 오디오 파일이다. 디지털 파일은 아날로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보존해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도 사용자가 제대로 저장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때에 따라 적합한 파일 형식이 있다

종종 메신저로 오디오 파일을 보낼 때, '용량이 너무 크면 혹시 핸드폰으로 받아서 들을 때 데이터 부담이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친절한(?) 생각으로 공유하기 쉽게 용량을 작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용량을 작게 만드는 것은 오디오 품질을 깎기 때문에 때때로 위험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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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항상 '최선의 결과'를 얻고자 과도하게 용량을 늘리는 행위(예를 들어 DAW에서 업샘플링을 하거나 64비트로 추출하는 등)도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24비트로 녹음한 파일을 64비트로 추출하면 품질 차이는 없으면서 용량만 몇 배가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다운받기 부담스러운 용량이 된다.

아래는 음원 작업 단계별로 어떤 파일 형식을 사용하면 좋은지, 비트 뎁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편곡 후 가이드를 보낼 때

음악 편곡은 많은 수정을 거친다. 특히 공동 작업자가 있다면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심하면 수십 번의 수정을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고용량의 무손실 무압축 포맷을 보낼 필요는 없다. 편곡 아이디어와 악기의 구상, 멜로디를 확인하기 위해 간단하게 메신저로 파일을 공유하려면 MP3 파일로도 충분하다. 일종의 '프리뷰'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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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 후 연주자, 엔지니어에게 보낼 때

편곡이 완성된 후 본격적인 녹음을 하기 위해 오디오 파일을 보낼 때는 용량이 커지더라도 WAV 파일을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MP3 파일은 코딩할 때 미세하게 랜덤한 딜레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MP3로 추출한 파일을 다시 프로젝트로 불러와 클릭과 같이 재생해 보면 미세하게 MP3 파일이 뒤로 밀려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참고로 가끔 '메신저로 보내면 음질이 다르니까' 메일로 파일을 보내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메신저 앱에서 음성 메모로 변환되어 보내지는 것이 아닌 이상, 파일이 그대로 전송되는 경우 전혀 음질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클라이언트가 이 주장을 고집한다면 마음 편히 메일로 보내주자.

녹음 후 엔지니어에게 보낼 때

모든 녹음 과정이 끝나고 믹스 엔지니어에게 파일을 전달할 때 역시 WAV 파일을 사용해야 한다.

비트 뎁스는 녹음할 때 사용한 비트 뎁스를 그대로 설정하면 된다. 홈레코딩 상황에서 대부분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보통 최대 24비트를 지원하므로 24비트 뎁스로 보내는 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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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32비트 부동소수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오디오 인터페이스 중에는 많이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Zoom에서 나온 필드 레코더 같은 경우 32비트 부동소수점으로 녹음되는 경우도 있다.

24비트는 소리가 너무 큰 상태로 추출해 클리핑이 발생한다면 다시 되돌릴 방법이 없지만, 32비트 부동소수점은 클리핑이 발생해도 다시 이전 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다.

따라서 32비트 부동소수점으로 녹음된 소스라면 굳이 24비트로 내릴 필요 없이 그대로 32비트 부동소수점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홈레코딩 음악 녹음 상황에서는 24비트를 사용한다 보면 된다. 만에 하나 32비트 부동소수점을 실수로 24비트로 바꿨다 해도, 차이가 없진 않겠지만 클리핑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보낼 때

마찬가지로 WAV 파일 형식에 대부분 24비트 뎁스를 사용하겠지만, 가끔 32비트 부동소수점으로 바운스해서 믹스 파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클리핑을 방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믹스할 때 무리하게 볼륨을 키우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라면 소리가 매우 작아도 괜찮다. 다만 너무 작은 소리로 믹스하면 디테일을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최종 음원을 유통사에 보낼 때

유통사에 보낼 때는 대개 MP3와 WAV 파일 형식으로 보낸다. 또는 유통사에서 특정한 샘플레이트나 비트 뎁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FLAC 확장자를 받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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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기반 DAW나 로직을 사용해 보면 AIFF 확장자도 볼 수 있다. AIFF와 WAV의 차이는 전자가 애플에서 개발했고 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개발했다는 차이만 있으며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 WAV 파일을 많이 사용하곤 한다.

부록 : 파일 이름을 어떻게 붙이면 좋을까?

여러차례 파일을 주고받다가 어떤 파일이 녹음 원본이고 어떤 파일이 보컬 튠 한 것인지, 어떤 것이 최종 믹스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섞여 있다면 대략 난감해진다.

어떻게 파일 이름을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다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날짜-버전_곡명_악기_작업단계_파일형식_bpm'으로 작성한다. (예를 들어 1201-2_song_vocal_tune_wav4824_bpm90)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날짜가 맨 앞에 있으면 오름차순으로 정렬할 때 편곡-녹음-믹스-마스터 순서로 정렬된다.
  • 그 다음으로 곡명이 있으면 여러 곡이 섞이게 되더라도 곡이름에 따라 정렬할 수 있다.
  • 모두 영어 소문자로 기재한다. (방법이 없진 않지만) 한글은 맥과 윈도우 사이에서 종종 자·모음이 분리된다. 아주 가끔 소프트웨어에 따라 띄어쓰기나 대소문자 구분이 문제 될 때도 있다.

아니면 폴더별로 분류할 수도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것이든 자신만의 정확하고 깔끔한 일 처리 방식을 만드는 것이 프로듀서의 소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