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힘을 다하자! 이것이 재즈다!' 블루 자이언트 리뷰

본 리뷰에 사용된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 NUT Animation Studio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영화'임을 밝힙니다.

히로미 음악이면 무조건 봐야함

처음 '블루 자이언트'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음악 감독이 히로미라는 점이었다. 평소 일본 문화나 일본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히로미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자연스럽게 '히로미니까 무조건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히로미는 블루 자이언트의 원작 만화에서 이미 작곡에 참여했었다. 그 당시엔 만화에 등장하는 악보 설정을 위한 작곡이었지만, 이번 영화 개봉으로 히로미가 상상해온 'JASS'(영화 속 주인공들의 팀 이름)의 연주를 실제로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만화책을 먼저 접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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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화와 영화 사이를 오가는 이런 크로스오버 시도는 다소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에 나온 음악을 들었을 때 '어라, 내가 상상했던 음악이 아닌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로미의 사운드트랙은 나에게도, 다른 관객들에게도 매우 만족스럽게 들렸던 것 같다.

사운드트랙은 영화 스토리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연주와도 잘 맞았다. 원래 히로미가 워낙 '괴물'같은 연주로 유명한 플레이어다보니, 블루 자이언트 속 등장인물들의 어마어마한 연주 실력이 잘 표현될 수 있었다.

재즈 트리오에 베이스가 없다니!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의 포스터에 베이시스트가 없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또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재즈 밴드라면 드럼, 베이스, 피아노를 기본으로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드럼 없는 트리오는 있어도 베이스 없는 트리오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처음엔 내가 연주하는 악기가 빠져버렸다는 것이 다소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결국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설득당하고 말았다. 블루 자이언트 수록곡 중 'Foward'라는 곡이 있는데, 사실 이 곡은 히로미의 Sonicwonderland에 수록된 'Up'과 같은 곡이다. 다만 'Up'은 히로미와 연주자들의 개개인의 존재감이 뚜렷하고, 빠른템포와 쉴 틈없이 나눠지는 비트의 긴장감이 있다. 반면 'Foward'는 의 비교적 느린 템포, 어쿠스틱 사운드, 단정한 리듬감, 솔로 코러스는 없어져 플레이 타임도 짧고, 간단하게 듣기 편한 곡으로 편곡 되었다.

나는 두 곡이 모두 좋았다. 'Foward'에서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편안한 곡의 완성도는 영화에서 재즈를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에겐 좋은 입문곡이 될수 있을거 같았고, 'Up'은 히로미가 자신이 밴드와 함께 호흡하며 표현 할수 있는것을 마음껏 표현 하는걸 들을수 있다는것에 두 곡다 훌륭한 작, 편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재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재즈의 의미를 베이시스트가 없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상징, 악기 구성, 선입견으로는 재즈를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한국판 포스터의 카피는 "이것이 재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다. 일본판 포스터에 해당 위치에 있는 문구는 대략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니 온 힘을 다하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쩌면 이 의미가 좀 더 JASS가 추구한 재즈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재즈인가'라는 질문에는 수많은 답이 있다. 누군가는 즉흥연주를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누군가는 스탠다드 튠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런 기준에 따르면 어쩌면 히로미는 재즈 연주자가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재즈의 정의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블루 자이언트에서 내린 재즈가 분석적인 정의가 아닌 감정적인 정의라는 점을 짚고 샆다. 어떤 악기가 나오고, 어떤 송폼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고...이런 것이 아니라 드럼이 없어도, 관객이 없어도, 실력이 없어도 '온 힘을 다하자!'라는 미야모토 다이의 외침이 아닐까? 어쩌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니 온 힘을 다하자, 이것이 재즈다!'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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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이지만 또 전형적이지 않은

후반부에는 세 멤버가 싸우기도 하고, 음악적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다이는 천재적이지만 자기 느낌에만 치우치는 듯하고, 사와베는 테크닉은 좋지만 연주가 매번 똑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들의 갈등은 결국 해소된다. 하지만 서로 양보하면서 타협하는 평화로운 그림은 아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드러머를 위해 쉬운 곡을 고르진 않는다. 다이는 거리낌없이 늘 해온 자신의 색소폰 연주를 혼신을 다해 보여준다. 사와베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자신에게 제약이 생기고 나서야 무언가 초월한 듯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빛을 발한 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그동안 숨겨진, 비로소 각성한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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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다운 결말로 기분 좋은 성장 드라마를 완결짓는다. 하지만 현실 속 재즈 뮤지션의 삶은 애니메이션과는 좀 다르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현실에도 이런 성장과 극복의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