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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편리한 무료 가상악기 Arturia Analog Lab Play 리뷰


Arturia의 신디사이저 프리셋 모음 'Analog Lab'

Arturia의 Analog Lab은 Native Instruments의 Play 시리즈와 유사합니다. 두 회사는 가상악기 플러그인으로 유명한데요. Analog Lab과 Play 시리즈 모두 간단한 동작으로 쉽게 소리를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1BSnJP3Flc

하지만 Analog Lab은 그 이름부터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NI의 Play 시리즈가 주로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어울리는 샘플링 악기라면, Anlaog Lab은 자사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모델링 제품(V Collection)의 사운드를 활용한 프리셋 모음입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소리는 아날로그스러우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따라갑니다. 그런 점에서 아날로그 사운드와 편리성을 둘 다 추구하는 유저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타겟이 명확히 보이는 Play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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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Lab의 가장 최신 버전은 Analog Lab V입니다. 최근 Arturia는 Analog Lab V의 판매 방식을 'Pro'와 'Play'로 바꿨는데요. Play는 일부 기능이 제약된 무료 버전입니다. 앞서 언급한 네이티브 인스트루먼츠의 Play 시리즈를 겨냥한 것은 아닐까하는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이 두 제품은 의도와 성격이 비슷합니다.

신디사이저의 모든 노브와 파라미터를 조작해 소리를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긴 하지만 사실 꽤 피곤한 일입니다. 하드웨어라면 모를까, 작은 모니터에 마우스 클릭을 하고 있노라면 화딱지가 나기도 힙니다. 신디사이징에 대한 전문성과 매니악한 열정이 없는 저로써는 당연히 Analog Lab Play라는 제품의 방향성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Arturia Software Center를 통해 Arturia Lab V를 설치하면 Pro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풀버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비구매자에게는 Analog Lab Play가 활성화되는 방식인 듯합니다. 현재 설치된 가상악기나 다운로드 매니저에는 아직 'Analog Lab V'라고 나오는데 Arturia 홈페이지에는 공식 명칭이 'Analog Lab'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검색 엔진에는 'Analog Lab Pro'로 나오기 때문에 제품명에 혼동이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운드 샘플

alp keys darkkeys
alp leads aftertouch
alp pad otheroworlds
alp piano american
alp string sustained

첫인상

신디사이저든, 앰프 시뮬레이터든 맨 처음 플러그인을 불러왔을 때 설정되어 있는 '첫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용자가 알아서 원하는 소리로 바꾸겠지만, 맨 처음 가상악기를 다운받아 기대감을 안고 첫 음을 내보는 순간 만족감을 줘야 하므로 제조사도 많이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Analog Lab Play는 JUNO 시리즈를 사용한 듯한 EP 소리로 시작합니다. 다른 소리는 어떨까 싶어 바로 프리셋을 바꿔보려고 했는데요. Analog Lab Play는 귀찮게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아도 좌우 방향키로 바로 다음 프리셋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늦게 알고 마우스로 프리셋을 바꿨습니다만 처음 시작할 때 안내 팝업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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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방향키로 넘어가는 프리셋은 같은 소리가 아니라 EP, 베이스, 스트링, 리드 등 다른 종류의 프리셋 카테고리를 넘나들었습니다. 무작위는 아니고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근데 상단의 'All Presets' 안의 순서를 보면 방향키 순서로 프리셋이 정렬되어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일종의 체험판이나 데모의 느낌으로 배열해 놓았다는 느낌입니다. 만약 랜덤으로 소리가 바뀔 수 있다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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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셋 카테고리를 지정하고 나서 방향키를 누르면 해당 카테고리 안에서 소리가 바뀌게 됩니다. 브라우저에 들어가면 사운드 타입이나 악기 종류에 따라 프리셋을 분류할 수도 있는데요. 하단 스토어에서 다른 소리도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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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인 톤메이킹이 가능한 세부 조작

어느새 방향키만 누르면서 소리를 들어보고 있는 저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우스에 손을 가져갈 필요도 없이 특별히 뭔가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이 Play 버전의 정체성과 의도라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일부 사운드 변형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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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사운드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Brightness, Timbre, Time, Movement 등 노브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프리셋에 따라 Brightness 대신 Reverb 조작 모듈이 생기는 등 사운드 성향에 맞는 조작 컨트롤이 제공됩니다. Chorus나 Phaser 또는 Compressor 등 이펙트의 Mix 노브를 돌려 효과를 완전히 없애거나 효과를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리버브와 딜레이도 별도의 볼륨 노브로 효과를 없애거나 더 부각시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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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드럼에 앰프가 적용된 소리를 Mix 노브로 섞어줄 수 있다

사실 이런 FX 효과들을 이펙터를 불러와 구현하려면 조작해야 하는 노브가 한두가지가 아닌데요. 현재 이 프리셋을 사용하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컨트롤이 무엇일까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비록 Analog Lab Play 버전에서 프리셋을 고르는 것 말고 소리를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간소화된 노브들뿐입니다만, 이것만으로도 다양한 톤 메이킹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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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Analog Lab에 들어있던 Keyboard Split 기능도 Play 버전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로 패드 계통의 레이어가 쌓여 있는 프리셋에는 버추얼 키보드 위에 오렌지색과 녹색 선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리셋에는 두 개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선을 어느 건반까지 할당시키느냐에 따라서 연주되는 미디 노트를 할당할 수 있습니다. Analog Lab의 훌륭한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제한적인 프리셋의 개수

Play 버전의 가장 큰 제약은 적은 프리셋 개수입니다. 사실 Pro 버전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톤메이킹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작곡에 능한 사람에게나 메리트일 것입니다. 그보다는 더 많은 프리셋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간단함, 편리함을 추구하는 Analog Lab 시리즈의 진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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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버전은 100개의 프리셋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카테고리별로 들어가면 EP는 4개, 드럼은 7개에 불과해 프리셋의 빈곤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Pro 버전은 2,000개의 프리셋에 직접 수정한 프리셋까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Analog Lab Pro의 정가는 199달러입니다. 비록 현재 99달러로 할인 중이지만, 그래도 무료 버전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할 정도의 가격인지는 의문입니다. 어쩌면 Play 버전이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Play 버전을 써보다가 구매를 희망한다면, 아예 더 많은 자유도와 활용이 가능한 V Collection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우고 싶게 만드는 가상악기를 원한다

사실 이렇게 작곡 과정이 간소화되고 가상악기 사용이 쉬워질수록 우려되는 것도 있습니다. Analog Lab Play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좋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디 샘플팩이 있다면 결국 작곡이라는 게 미디 파일을 루프로 돌려놓고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방향키를 눌러 프리셋만 돌려보는 것에 불과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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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개수의 프리셋과 제한된 톤 메이킹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무료 버전의 한계를 체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점이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과 학구열을 불러오기보단, 그저 이렇게 편리한 프리셋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가 학부생 때 처음 신디사이저를 접하며 직접 패치를 만들고 재미도 있었지만 좌절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늘 사용자의 학구열을 촉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는 가상악기가 나오길 기대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