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toys Decapitator 심층 리뷰 (+세츄레이션 활용 노하우)

오랫동안 수많은 ITB(In The Box, 플러그인만 사용하는 방식) 믹싱에서 Soundtoys Decapitator는 정말 유명한 제품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세츄레이션 효과부터, 강한 오버드라이브 사운드까지 다재다능하고 훌륭한 세츄레이터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직 Decapitator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일부 기능만 활용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 기사에서는 Soundtoys Decapitator의 세부적인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세츄레이터 플러그인을 잘 활용하기 위한 노하우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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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Plugin Boutique를 통해 Soundtoys의 NFR(Not for resale)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진행됐습니다. (제휴 코드가 없는 링크이며, 이 글은 광고성 리뷰가 아님을 밝힙니다.) 늘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시는 타츠야 담당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세츄레이터란?

이미 수차례 세츄레이터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 있었는데요. 디지털 믹싱 과정에서 세츄레이터는 거의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날로그 하드웨어의 장점을 거의 얻지 못한 '심심한' 홈레코딩 장비로 녹음한 경우, 세츄레이터는 기분 좋은 배음을 형성해 믹스에 따뜻한 음색과 펀치감을 더해줍니다.

기본 인터페이스

Decapitator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DRIVE 노브를 올리면 인풋양이 늘어나면서 세츄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그만큼 전체 소리도 커지기 때문에, OUTPUT 노브를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AUTO 버튼이 켜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DRIVE를 올리면 자동으로 OUTPUT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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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ISH 버튼은 인풋에 20db 게인을 부스트 시킵니다. 이 버튼은 OUTPUT의 AUTO와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원본 소스의 소리가 너무 작거나, 인위적인 오버드라이브 톤을 만들 때 유용해 보입니다.

그냥 플러그인을 불러온 상태에서 DRIVE 노브만 올려보세요. 바로 세츄레이터의 효과를 직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DRIVE 노브를 최소한으로 올리면서 소리가 너무 깨지지 않되 기분 좋게 부드러운 소리가 나오는 지점을 찾아보세요. 혹은 과하게 DRIVE를 올려놓고 MIX노브를 DRY 방향으로 줄여주면서 원음과 세츄레이션된 소리를 적당히 섞어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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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pitator의 세츄레이션 특징

Decapitator의 세츄레이션은 제법 강한 편입니다. 보통 음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DRIVE를 올려봐도 금방 소리가 깨지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VU 미터의 0VU를 넘어서면 누가 들어도 분명한 왜곡 현상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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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를 최소한으로 줄여놓아도 기본적으로 배음이 발생하며, 하단의 프리앰프 스타일에 따라 다른 EQ 커브가 형성됩니다. 아예 바이패스를 시키거나, MIX를 0%(DRY)로 해놔야 아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EQ 섹션

기본적인 톤메이킹이 가능한 LOW CUT, TONE, HIGH CUT 노브도 있습니다. 이 노브들은 MIX 노브의 앞단에서 작동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Decapitator 뒤에 새 EQ 플러그인을 거는 것과는 달리, DRIVE의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톤을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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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CUT 옆의 THUMB 스위치는 로우컷 필터에 약간의 레조넌스를 더해 저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HIGH CUT 옆의 STEEP는 Q값을 바꿔 하이컷 필터의 슬로프를 가파르게 만들어 줍니다.

TONE은 전체 톤 밸런스를 어둡게, 밝게 만들 수 있는 Tilt EQ입니다. 하지만 후술할 프리앰프 스타일에 따라 각각 독특한 모양의 EQ 커브를 만들어 줍니다.

한가지 팁은, DRIVE 양에 따라 EQ 커브의 변화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더 무난하고 평이한 EQ를 원한다면 DRIVE 양을 최대한 줄여보세요. 반대로 독특하고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DRIVE를 많이 올리는 대신 MIX 노브를 줄여서 전체 결과는 투명하게 유지하되 독특한 질감의 세츄레이션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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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6 / MIX 90%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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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4 / MIX 10%일 때

선택가능한 프리앰프 스타일

Soundtoys는 Decapitator에 총 5가지 하드웨어 프리앰프 모델을 복각했습니다. A, E, N, T, P는 순서대로 아래 제품의 사운드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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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pex 350 Tape Drive Preamp
  • Chandler EMI TG Channel
  • Neve 1057
  • Culture Vulture triode
  • Culture Vulture pentode (triode보다 더 오버드라이브 된 진공관)

A 스타일이 그나마 이 중에서 가장 왜곡이 덜한 스타일 입니다. 따라서 EQ 커브도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편인데요. E, N, T, P에서는 변화무쌍한 EQ 커브와 더 강한 왜곡이 발생합니다.

마찬가지로 EQ 섹션을 조작할 때, DRIVE를 낮게 설정했다면 어떤 스타일을 사용하더라도 비슷한 커브가 나옵니다. DRIVE가 높아질수록 스타일끼리 차이도 더 커질 것입니다.

단점 : 앨리어싱과 오버샘플링의 부재

Decapitator는 훌륭한 세츄레이터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배음이 형성되는 디지털 플러그인은 모두 '앨리어싱'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프로젝트의 샘플레이트 범위를 초과하는 주파수가 튕겨 나오면서 의도하지 않은 지저분한 배음 찌꺼기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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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Hz 사인파에서 형성된 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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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0Hz 사인파에서 형성된 배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플러그인에 자체적으로 '안티-앨리어싱 필터'를 구현하거나, 오버샘플링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Decapitator에는 오버샘플링 기능이 없습니다. 안티-앨리어싱 필터도 구현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큰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디지털 플러그인에서 앨리어싱 문제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읽어 보세요.

물론 이는 Decapitator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강한 왜곡을 만들어내는 진공관 계통의 세츄레이터 플러그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HIGH CUT이나 다른 EQ를 이용해 고음역을 살짝 깎아주거나, Decapitator를 사용할 때 고음역에 너무 과한 왜곡이 발생하진 않는지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앨리어싱으로 발생한 노이즈들은 대개 고음역에 분포해 지저분한 소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세츄레이션 활용 팁

이번에는 Decapitator 같은 세츄레이터를 사용할 때 적용해 보면 좋은 팁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게인 스테이징

세츄레이터는 유입되는 신호의 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원래 소리가 너무 작다면 세츄레이터를 사용해도 효과가 적을 것이고, 소리가 너무 크다면 조금만 조정해도 효과가 크게 변할 것입니다.

적당한 시작점은 녹음이나 편집 과정에서 소리의 크기를 VU미터의 0VU( -18dBFS)에 맞춰주는 것입니다.

AUX 트랙에 사용하기

보통 세츄레이터를 개별 트랙에 많이 걸곤 하지만, Send로 AUX 트랙에 원음 신호를 보내 사용하면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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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AUX 트랙은 원본과 분리된 아웃풋 신호를 최종 마스터 버스에 보내므로, 원본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세츄레이터에 독특한 효과를 넣어볼 수 있습니다. 세츄레이터의 앞, 뒤에 EQ나 딜레이 같은 다른 이펙트를 적용시켜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앞서 언급한 앨리어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세츄레이터에만 로우패스 필터를 걸면 원본의 소리는 건드리지 않고, 중음역대에 집중된 세츄레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딜레이에 세츄레이션 걸기

제가 추천하는 또 다른 세츄레이션의 활용법은 AUX로 연결된 딜레이 이펙트 뒤에 세츄레이션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대개 디지털 딜레이는 반복음이 너무 또렷해서 어색한 결과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일종의 아날로그 딜레이 효과처럼 세츄레이터를 이용해 딜레이 트랙에 배음과 톤 변화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앨리어싱에 대비하기

세츄레이션을 사용할 때, 위에서 언급한 앨리어싱 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이야기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고음역에 필터나 EQ를 거는 방법
  • AUX로 중저음역 위주 세츄레이션 걸기
  • 내장 오버샘플링 (Decapitator에는 없음)
  • DDMF Metaplugin같은 호스트 플러그인으로 오버샘플링하기
  • 높은 샘플레이트의 프로젝트로 작업하기

다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앨리어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귀를 믿으며 적절한 세츄레이션 지점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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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츄레이션 플러그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Decapitator를 대체할 수 있는 플러그인은 많습니다. 하지만 Decapitator는 약 15년 전 출시된 플러그인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믹스에 훌륭한 결과를 보장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