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세츄레이터의 용도와 제품 비교

지금은 과거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간편하고 정교하게 디지털 레코딩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과거의 녹음 방식을 모방하는‘릴 테이프’ ‘테이프 레코더’ ‘테이프 세츄레이터’ 등의 다양한 플러그인들이 나오고 있다.

90년대까지도 음반 작업에 많이 사용되었던 릴 테이프 녹음 방식은 아날로그 장비 중에서는 가장 음질이 좋은 방식이었지만, 현재 디지털 방식에 비하면 잡음도 많이 생기고 음질의 손상도 심하다. 그럼에도 굳이 테이프 레코딩 방식을 재현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다.

우선 의도적으로 레트로 향수를 재현하는 경우다. 깊은 저음역대와 날카로운 고음역대 대신 ‘로우파이 비트’같이 일부러 옛날 음악 같은 느낌으로 곡을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혹은 곡의 인트로나 곡 중간 특정 구간에 특별한 이펙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blue vinyl record playing on turn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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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테이프 세츄레이션’은 악기에 듣기 좋은 배음을 올려주면서 과도한 고음역대를 깎아주고, 약간의 클리핑 효과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 특별히 레트로 컨셉의 곡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보통 믹싱에 세츄레이션, 클리핑 효과로 테이프 방식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6월의 플러그인 랩에서는 테이프 효과를 재현해주는 몇 가지 플러그인을 비교해봤다. 어떤 플러그인은 배음을 만들어 세츄레이션 효과에 집중한 제품도 있는 반면, 아날로그 바이브를 재현하는데 더 적합한 제품이 따로 있기도 했다.

제품 간 성능 차이보다는 각 역할을 잘 드러내 주는 플러그인들로 골라봤다. IK Multimedia의 T-Racks 5 Saturator X, Arturia의 ‘MELLO-FI’, Nomad Factory의 ‘Magnetic II’와 더불어 무료 플러그인으로 주목받는 Analog Obssesion의 ‘STEQ’도 비교해봤다.


원본(By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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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Racks5 Saturato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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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tturia MELLO-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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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mad Factory Magnetic II
4 steq pic
4. Analog Obssesion STEQ

MELLO-FI와 Magnetic II는 좀 더 ‘아날로그 감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의도적으로 이런 테이프 시뮬레이션 효과는 조금 배제하고 세츄레이션의 느낌 확인에 집중하기 위해 노브 값을 조작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클리핑과 톤이 뭉개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와 달리 Saturator X에는 테이프 시뮬레이션을 위한 플러터, 와우, 릴 스피드 같은 조작 기능이 없다. 확실히 로우파이 이펙트보다는 세츄레이션에 집중한 제품이다.

특히 Magnetic II에서 가장 뭉개지는 현상이 심했다. 릴 스피드를 30 IPS로 맞춰놨는데, 더 낮추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세츄레이션 효과도 가지고 있지만 테이프 효과를 재현하는 용도로는 MELLO-FI와 Magnetic II가 적합해 보인다.


440Hz의 사인파에서 나오는 배음을 비교한 사진을 보면 모든 플러그인이 배음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Saturator X와 STEQ는 배음만 형성되지만, MELLO-FI와 Magnetic II는 테이프 효과가 더해지고 있는 것을 고음역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은 EQ Curve Analyzer로 분석한 각 플러그인의 주파수 대역 변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제각각 방식으로 고음역대나 저음역대가 깎이는 것을 볼 수 있다. STEQ같은 경우 Input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EQ 커브에 큰 차이가 보이진 않았고, 미세하게 고음역대가 넓은 범위로 깎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이프 시뮬레이터는 말 그대로 옛날 방식으로 소리를 ‘퇴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정교한 분석보다는 나의 감과 의도를 믿고 과감하게 설정해보며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플러그인 별로 다른 독특한 바이브를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