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의 홈레코딩 에세이 1] 커버 유튜버로 첫걸음을 내딛기까지

나는 유튜버다. 구독자가 100명도 되지 않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커버 유튜버다. 채널을 개설하기까지 3년을 다짐만 했었다.

실용음악과에 다니던 시절 좋은 음악을 하던 선배들까지 왜 음악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아갈까, 그들에게 음악은 삶의 큰 부분이 아니었던 걸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건 학생의 철없는 생각이었다는 걸 졸업과 동시에 방세를 벌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하며 바로 깨달았다. 일단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 자체로 기진맥진하다는 것. 그렇게 나의 세상도 서서히 색을 잃어갔다.

그렇게 미뤄만 오던 ‘음악 관련 활동 무엇이라도 하기’는 생각보다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2년간 다니던 적성에 맞지 않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쉼을 얻어낸 나는 며칠 늦잠을 자다 아침저녁으로 게임을 했다.

내가 즐겨 하던 게임은‘스타크래프트’의 ‘캐릭터 키워 보스 사냥하기’라는 유즈맵이었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워서 수십 번 클리어에 실패하고, 공략을 찾아보면서까지 오기로 한 달 넘게 쉼 없이 플레이했다. 이 맵의 제작자가 게임 안에 BGM을 넣어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서현진 님이 부른 이누야샤 OST, ‘Grip!’이었다.

여러 BGM 중에 나는 이 노래만 계속 반복 재생했고 문득 이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던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꼭 커버하겠다’라고 얘기를 하면서부터 나의 유튜브와 홈레코딩이 시작됐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도 하지 못하던 나를 움직인 건 그 말 한마디였다.

black headset on condenser micro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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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녹음을 해야 했다. 내게 장비라고는 2020년 발매했던 디지털싱글 ‘야구소년’ 작업 당시 기타 녹음을 위해 중고로 구매한 Focusrite사의 Scarlett Solo, 그리고 결혼하며 함께 살게 된 아내가 가지고 있던 맥북뿐이었다. 그동안은 가지고 있던 다이나믹 마이크로 간단하게 녹음을 해왔었기에 들어줄 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마이크가 필요했다.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적당한 마이크를 추천받았는데, LEWITT사의 LCT-440 PURE를 추천해줘 바로 구매했다. 대학 재학 중일 때 이 친구가 선물해줬던 팝필터도 오랜만에 꺼냈다. Pop Audio 사의 Pop Filter Studio 제품인데, 치찰음이 심각하게 강한 내 보컬을 고려해서 2중 메탈 필터가 포함된 세트로 선물 받았었다. 메탈 필터, 폼 필터, 페브릭 필터 세 종류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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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사용하던 내 기타가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이참에 YAMAHA 사의 사일런트 기타 SLG200S를 구매했다. 또한 내가 기타 레코딩을 잘 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 아예 라인으로 녹음을 받을 생각으로 이 기타를 선택하게 됐다. 스튜디오 소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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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리플렉션 필터와 헤드폰 이 두 가지는 여력이 될 때 구매하기로 했다. 리플렉션 필터는 ASTON 사의 Halo로 시중에 있는 필터들 중 천장, 바닥의 반사음을 그나마 막아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품이라서 이 제품으로 마음을 굳혔다. 헤드폰은 아직 제품을 정하진 않았고 현재는 이어팟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어느 정도 구비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신발까지 신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