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의 홈레코딩 에세이 4] 마무리 영상작업,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

나의 홈레코딩 입문기도 4편째 편이 되었고 홈레코딩을 해온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익숙하지 않아 로직 조작부터 삐걱거렸던 나도 이제 어느 정도는 나만의 루틴이 생겨 작업하는데 드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와중에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믹싱은 루틴화하지 않는다는 것. 집중해서 소스를 듣고 문제점이나 좋아질 방법들을 새롭게 찾아 나가는 것.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믹싱을 해나가는 과정은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작업물들의 포인트는 공진(resonance)의 최소화였다. 일단 보면대 위에 천을 덮었더니 눈에 띌 정도로 문제들이 개선되었다. (쇠판, 쇠붙이 등 이런 녀석들이 항상 말썽이다. 합주실의 미처 풀어놓지 않은 스네어 같이.)

그리고 더운 날씨 때문에 우리 집 거실에는 에어컨을 틀어 놓았기에 그동안은 방문을 닫고 녹음을 했었지만, 이젠 날씨가 좋아져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어 방문을 열고 녹음을 하니 저음역대에 심각하게 뭉쳐있던 소리들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에어컨을 켜두었더라도 소리를 방 안에 가둬서 울리게 하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문을 닫아도 매미 소리는 적나라하게 녹음됐었다. 그럴 거면 왜 덥게 땀 뻘뻘 흘리며 문을 닫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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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이 얼추 끝나면 녹음된 음원에 맞춰 영상을 찍는데, 채널 초창기에는 갤럭시를 워치와 연결해서 화면을 모니터하며 녹화 버튼을 눌러 상대적으로 편리했다. 하지만 갤럭시가 1440p60 HD까지밖에 지원하지 않아 집에 놀고 있는 구형 아이폰을 이용해 2160p60 4K로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스탠드를 설치하고 녹화를 눌러서 자리에 앉아보고 돌아와 그걸 또 체크하는 것을 반복했다.

한정된 공간과 높이 때문에 책상 위에 조명과 카메라 스탠드를 모두 올려놓아 굉장히 기이한 자세로 핸드폰을 조작하고 모니터를 한다. 혼자서 펼치는 '아크로바틱 쇼' 같은 느낌으로 영상을 찍는 과정보다 위 과정에서 체력이 더 소모된다. 거기다 내 방은 에어컨을 틀어도 찬 공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여름철에는 방안 온도가 30~31도 정도였다. 영상을 위해 문을 닫고 작업을 하다 보면 굉장히 더워졌는데 날씨가 많이 좋아진 최근에 영상을 찍을 때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후시녹화라고 해야 할까, 립싱크를 하는 것에는 노하우가 없는 것 같다. 그냥 다시 잘 듣고 그 위에 직접 노래한다는 느낌으로 동시에 다시 부른다. 그나마 하나 확실한 것은 레코딩이 끝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영상을 찍어야 많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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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싱어송라이터 박민우

예전에는 믹싱까지 끝낸 음원을 가지고 영상을 찍었지만 요즘은 레코딩이 끝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클릭만 넣어서 그것을 가지고 영상을 찍는다. 그래야 내가 불렀던 감각이 사라지지 않아 숨 쉬는 타이밍이나 음의 길이 같은 것이 거의 일치한다. 녹음을 하고 바빠서 2주 정도 뒤에 영상을 찍었던 적이 있는데 '저것을 부른 것은 누구이며 지금 노래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던 기억이 있다.

업로드는 규칙을 정해놓고 같은 시간에 올리려고 한다. 현재 내가 잡고 있는 영상 업로드 텀은 2주마다 금요일 17:30에 올리는 것. 이것을 지키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기적 콘텐츠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시간이라도 지키려고 하고 있지만, 2주라는 간격이 생각보다 정기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지 아직 그 수혜는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영상미도 많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외에는 운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제시간에 영상 올리기, 댓글에 답하기 정도이다. 채널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아직 소소하게 SNS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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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초기에 재미있는 제안이 있었다. 레코딩부터 영상 편집까지 하나하나 서툴지만 혼자 해나가는 나를 보고 그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게 그 내용이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제안이었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내가 전문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걸 이용해 누군가가 입문하거나 도전하는 것에 힘을 조금 실어줄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나를 꾸며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

이 시리즈의 주제는 홈레코딩 입문기였기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처음 접하면서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장비를 구비하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들을 이야기하고 나니 내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전문적인 여러 팁들은 다른 좋은 글들이 많으니, 이 시리즈를 통해 홈레코딩에 입문하는 과정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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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싱어송라이터 박민우

커버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예술가는 결국 자신의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래하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어느 샌가부터 나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 음악적이거나 사소한 것들을 다시 살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스쳐 가는 단상들을 붙잡아 나눌 수 있는, 작지만 반짝이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에세이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본래의 나이니까. 꾸준히 읽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다음에도 나와 만나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