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없는 홈레코딩을 위한 시도들

바야흐로 레코딩이 취미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방구석 컴퓨터 앞에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를 놓고 ‘홈레코딩 취미’가 생겼다며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시대이다. 나아가 프로 뮤지션들도 가벼운 데모 및 작·편곡 작업은 홈레코딩으로 하는 추세이며, 실제 음반을 홈레코딩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나오는 오디오 장비들의 퀄리티도 점점 가격은 저렴해지고 성능은 좋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엔트리급 장비도 이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제 진짜 문제는 오디오 장비가 아닌 녹음 장소다. 단독 주택이 많은 외국의 경우는 비교적 장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으나, 주로 아파트 및 빌라에 거주하는 한국의 주거 환경은 홈레코딩에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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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레코딩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들이 나와 있지만 가전제품 하나 사는 것도 측정과 고민이 필요하듯이 홈레코딩 대책도 집집마다 다른 시도와 고민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100가지 종류의 집이 있다면 100가지 방법의 홈 스튜디오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 마이크

사실 홈스튜디오에서 좋은 퀄리티의 녹음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다. 주파수 분포도가 넓고 미세한 소리도 잘 잡아내는 콘덴서 마이크가 항상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콘덴서 마이크는 예민한 만큼 주변 소음도 많이 잡아낸다. 반대로, 덜 예민한 다이나믹 마이크는 소리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주변의 소음 유입도 더 적어져 홈레코딩에서 유리하다.

마이킹의 기본 상식은 다음과 같다. 마이크와 악기·입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주변 환경의 소리(Ambience)가 많이 녹음된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음원(Sound Source)의 소리가 더 생생하게 녹음되지만 ‘근접효과’로 인해 저음역대가 많아진다.

좋은 룸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적으로 듣기 좋은 앰비언스가 방 안에 울려 퍼져 레코딩의 퀄리티를 더욱 높여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홈 스튜디오에서 좋은 앰비언스가 조성되기는 어려우므로 주변 소음을 줄이고 ‘직접음’만 많이 녹음될 수 있는, 더욱 건조한(Drier) 소리를 추구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무턱대고 콘덴서 마이크와 입을 가까이 붙이게 된다면 근접효과가 커져서 소리가 먹먹해지거나 립노이즈가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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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re사의 SM57

반면 다이나믹 마이크는 애초에 입에 가까이 가져다 대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마이크이므로 콘덴서 마이크보다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많이 쓰이는 다이나믹 마이크인 SM57, 58이 워낙 볼륨 확보가 어려운 데다 본인의 인터페이스가 충분한 게인값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Dynamite와 같은 프리앰프나, Beta57, 58 모델을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럼에도 콘덴서 마이크를 포기할 수 없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보컬 녹음에서는 콘덴서 마이크의 풍부한 음역대와 다이나믹 레인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본격적으로 방안의 안 좋은 울림을 줄여줘야 한다.

생각보다 내 방은 시끄럽다

콘덴서 마이크를 처음으로 구매한 뒤 녹음된 소리를 헤드폰으로 들어보면 생각보다 내 방 안에 흐르고 있는 잡음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에어컨, 선풍기 소리부터 시작해 부엌의 냉장고 소리까지도 크게 들릴 때가 있다. 문을 꼭 닫고 창문도 이중으로 닫을 수 있다면 꼭 닫아두자.

만약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면 발열을 막기 위해 돌아가는 팬노이즈는 치명적이다. 그럴 경우 컴퓨터와 마이크를 반대 방향으로 위치시키고 거리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혹은 저사양의 팬리스 컴퓨터나 저소음 노트북, 태블릿을 녹음용으로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믹스가 아닌 레코딩만 한다면 컴퓨터 사양이 높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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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와 컴퓨터 본체의 거리를 충분히 벌려주자

지저분한 방이 녹음하기는 더 좋다?

처음 새집에 이사 와서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대화를 해보면 목소리가 많이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곧 장롱, 책상, 옷가지, 책, 침대 등 각종 살림살이를 들여다 놓고 다시 대화를 해보면 소리가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눈은 차분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가구들은 방 안에 통통 튀어 다니는 소리를 흡수하거나 자연스레 퍼트려 에너지를 줄여줄 수 있다. 특히 바닥에 러그를 깔아주면 녹음할 때나 믹스할 때도 바닥에서 반사되는 소리를 어느 정도 잡아낼 수 있다.

방안을 지저분하게 채워 넣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내 얼굴 주위만 감싸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녹음을 해보면 전문 스튜디오 저리 가라 하는 흡음력을 자랑한다. 혹은 빨래 건조대나 철망을 개조해 이불을 씌워두면 일종의 커다란 리플렉션 필터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녹음과 DAW 조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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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홈레코딩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마침내 성공적인 녹음을 하고 마지막 끝음 처리를 남기고 있는데 갑자기 옆집에서 개가 짖는다든지, 배달원이 쿵쾅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전부 녹음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창문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녹음을 중단해야 하기도 하고, 새벽에 조용히 녹음을 하려고 했더니 유난히 그날따라 창문 앞에서 풀벌레가 지독하게 울어대기도 한다.

세상에 전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럴 때는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음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여유 있는 녹음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