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믹스를 하다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 믹스를 할 때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제대로 오디오 소스를 다듬지 않고 바로 믹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음정 및 박자 보정, 클립 정리, 노이즈 제거, 게인 라이딩 등 꼼꼼하게 오디오 소스를 정리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믹스 결과가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편집 과정도 녹음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어떤 경우엔 녹음된 소스에 별다른 편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믹스가 나오는 반면, 완전히 새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도무지 쓸 수 없는 소스도 종종 보게 된다.

technology headphone microphone mic recording studio blue 140611

따라서 모든 음악 소스의 퀄리티는 녹음할 때 대부분 결정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홈레코딩, 개인 작업실, 전문 스튜디오 등 모든 환경에서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녹음할 때 흔히 하게 되는 실수 6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주로 녹음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홈레코딩 상황에 적용되는 케이스가 많지만, 전문 스튜디오 엔지니어도 똑같이 염두에 둬야 할 문제다.


소리를 너무 크게 녹음한다

대부분의 녹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소리를 크게 녹음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소리가 너무 커서 클리핑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클리핑이란 장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신호가 입력되면서 소리가 깨지는 것으로 대개 DAW나 장비의 인풋 미터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상황을 말한다.

thomas kelley xVptEZzgVfo unsplash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24bit 비트 뎁스로 녹음이 가능해 충분히 큰 헤드룸을 확보할 수 있어 클리핑에 안전한 편이다. 그럼에도 클리핑이 발생한다면 필요 이상으로 너무 크게 녹음하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인풋 게인을 줄이거나, 마이크와의 거리를 늘려야 한다. 보컬이라면 소리가 커지는 후렴구를 부르면서 클라이맥스에서 소리가 더 커질 것을 대비해 안전한 인풋 값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DAW의 페이더를 움직인다

녹음되는 소리의 크고 작음은 인풋 미터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DAW 내 트랙의 페이더, 마스터 트랙의 페이더를 조절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홈레코딩을 하는 상황이라면 소리가 얼마나 크게 녹음되는지를 녹음하고 있는 트랙의 미터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볼륨 페이더를 움직이면 우리가 보고 있는 미터의 값도 바뀐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작아졌을지라도, 저장되고 있는 녹음 소리의 데이터는 너무 커서 손상되어 있을 수 있다. 클리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인풋 값 때문에 발생하는 근접 효과, 룸톤의 간섭 등을 포착해 내지 못할 수 있다. 고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녹음 시 페이더는 건들지 않는 것이 좋다.

denisse leon n4BDkIEls78 unsplash

마이크와 거리가 너무 가깝다

마이크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녹음되는 소리도 커지지만 '근접 효과'도 발생한다. 홈레코딩에서 불필요한 중저음역대가 많아 소리가 둔탁하고 텁텁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마이크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마이크와의 거리에는 정답이 없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또렷하고, 소리의 강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소리가 차분해지며 룸톤도 더 많이 포착된다. 따라서 장르나 악기에 맞춰 마이크 거리를 잘 조절해 녹음해야 믹스에서도 본래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다.

technology equipment microphone blue room lighting 1392637

물론 마이크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보컬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홈레코딩 상황에서 불필요한 배경 소음의 비중이 크게 녹음돼 문제가 되기도 한다.

MR, 메트로놈을 너무 크게 튼다

소리를 크게 들으면서 녹음하다 보면 아무리 밀폐형 헤드폰이라고 해도 MR이나 메트로놈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소리는 그대로 내 목소리와 동시에 마이크에 녹음된다.

어차피 믹스할 때 쓰는 동일한 MR이 살짝 보컬 마이크에 섞여 들어가는 건 괜찮다. 하지만 만약 녹음한 보컬의 박자를 움직이거나, 음정 보정을 하는 등 변형을 가한다면 마이크에 흘러 들어온 MR 소리가 문제될 수 있다.

특히 메트로놈은 녹음 시 박자를 맞추기 위해 뚜렷하고 잘 들리는 소리를 쓸 때가 많아 마이크에 같이 녹음되기 쉽다. 어느 정도는 후작업에서 지울 수 있는 기술들이 있긴 하지만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 녹음할 때 충분히 모니터링을 해보고 메트로놈 소리가 너무 크게 들어간 건 아닌지 잘 확인해 보자.

모니터링을 너무 작게 한다

반대로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마이크에 녹음될까봐 걱정한 나머지 모니터링 볼륨을 아주 낮게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녹음하는 상황에는 많은 변수가 생긴다.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사소한 소음도 마이크에 정교하게 녹음되곤 한다. 소리를 너무 작게 듣다가 멀리서 갑자기 크게 돌아가는 공기청정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대로 녹음을 끝내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music technology microphone micro talk recording 767620

적어도 자기 목소리는 잘 들릴 수 있도록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녹음된 소리를 꼼꼼하게 다시 재생해 들어보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이크와의 거리, 장르 및 의도, 레코딩 환경에 따라 적합한 세팅 값이 다를 수 있으니 녹음하는 사람이 이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배경 소음을 방치하고 녹음한다

홈레코딩 상황이라면 생각보다 일상생활 공간에 소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집 안에 가동되고 있는 다양한 기기들에서 지속적으로 배경 소음이 발생하며, 밖에서 비 내리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아주 멀리서 자동차 공회전하는 소리 등 다양한 요소가 그대로 마이크에 녹음된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하기란 힘들지만 적어도 녹음하면서 인지는 하고 있어야 한다. 몇 번의 재녹음 끝에 최고의 테이크를 녹음해 저장하고 자신 있게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들어보고 낭패를 보는 경험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