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함이 필요할 때

mwpark

무료함이 필요할 때

“민우야, 우리는 그래서는 안 돼. 어렵겠지만 더 얘기하고 나눠야 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야 해.”

제4회 조동진 음악제가 끝나고 뒤풀이가 한창일 무렵, 선생님은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내가 그나마 가장 아름답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창구가 노래인 것 같다’던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 그리고 약간의 취기에 그 이야기는 금세 흩어져 버렸지만, 자리가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며칠간 나를 맴돌며 사라지질 않는다.

조동진 음악제는 9명의 음악가가 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진행됐다. ‘노래란 무엇일까?’ 주어진 질문에 모두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다. 삶과 그 안에서 겪은 일들이 모두 달랐다고 내게 얘기하듯이.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는 결국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답을 찾기 위해 괴로워하는 거라고. 정답이 없다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쉽다. 거기다 그것이 틀린 대답도 아니다. 너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 그렇게 쉽게 결론 내리고 싶지 않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생각하는 것을 금세 멈춰버리고 마는 것만 같다. 삶과 사랑, 음악 등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에 답을 내리려 괴로워하던 시절은 벌써 어렴풋하다.

무료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잠시의 짬만 나도 휴대폰을 보게 되고, 1배속 재생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꽤 보이며, 이제는 1분 내외로 정보를 압축한 쇼츠와 릴스 등 숏폼이 주류가 되었다. 잠시도 심심할 틈이 없다.

언제나 그럴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수많은 데이터에서 스스로를 잠시 떼어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색은 무료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무료함에 나를 던지고 그 안에서 고민하자. 답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고 얘기하고 노래하자. 분명 빛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