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함이 가장 아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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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지근함이 가장 아프다는 것을

불균형한 관계는 불행하다.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학원 건물에 아는 교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대화 중이시라며 자리를 마무리 지으시고 전화 주시겠다고 급하게 전화를 끊으셨다. 그래, 너무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드려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어 천천히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교수님을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연락드렸던 것을 금세 잊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마주쳤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뜨거운 감정들과는 다르게 교수님께서는 이미 신경 쓸 곳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다. 그 안에 잠시라도 들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그런 모습이 그때 잠시나마 나눴던 따뜻한 대화와의 괴리가 강하게 느껴져 씁쓸한 귀갓길이었다.

대부분의 관계는 불균형하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그에게 사랑받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라서, 그냥 그대로 뜨겁게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주고받는 것은 그 안에서 크게 중요치 않아질 것이다. 받을 것을 기대하며 이어가는 관계 안에서는 결국 누군가 다치게 될 것이란 걸 우리 모두는 안다.

항상 대가 없이, 후회 없이 사랑하고자 하는데 오늘은 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고민해 봤다. 아주 따뜻한 그의 안에는 내가 없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직접 마주하거나, 피할 수 없는 순간엔 따뜻하나 돌아서는 순간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기분. 관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 가지는 깨달았다. 미적지근함이 가장 아프다는 것을.

https://youtu.be/kiN7mOeUO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