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쇼크에 생사가 오가고, 저번 주에는 10년 가까이 무사고로 운전하다 처음으로 크게 교통사고도 겪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쓰레기 태우던 것을 구경하다가 가스 캔이 터져 크게 화상 입은 이후로 20년 넘게 무탈히 지내다, 2023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죽음이란 단어와 가까워져도 보고 참 다사다난했다.

2023년은 내게 마냥 나쁜 쪽으로만 격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직하고 있는 학원 사람들과 놀러 갔다가 갑자기 시작하게 된 유튜브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일본 버스킹 투어까지 하게 됐고, 코로나 유행 때문에 제주 여행으로 위안 삼으며 미뤘던 신혼여행도 드디어 가게 되었고. 생전 타보지 못했던 국제선 비행기를 2번이나 타보았다. 삶에 변화가 있을 때는 어떤 한 부분뿐만이 아니라 전체가 뒤흔들리는 걸까.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혼자가 편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서로 온전히 개인적일 수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의무 안에서 움직이고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통제하는 것도 싫고 반대로 누군가를 통제하기도 싫고.

그런데 밴드라니, 유튜브를 키우기 위한 각자의 챌린지 영상들까지 찍어가며 3달 안에 11곡이 수록된 프로젝트 앨범을 모두가 밤새워 가며 만들어 냈다. 나도 평소와는 다른 제작 환경에 걸맞은 특별한 노래를 쓰고 싶어 3주 넘게 고민했고, 음원 녹음 때는 새벽 4시에 귀가해서 잠시 눈 붙이고 오후 12시까지 출근하고 다시 새벽까지 녹음하기를 몇 주 동안 했다.

혼자가 아니라서 견딜 수 있었다. 모두 지쳐있었지만 함께하고 있음이 느껴져 그 힘으로 계속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투어 내내 밴드원들과 일정을 소화하고 밤마다 잠을 줄여가며 놀았다. 2시간씩 자고 아침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밤이면 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냈다. 적당히 친하고 서먹했던 직장 동료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가족보다 자주 보게 되었고, 어느샌가 서로 많이 의지하고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있었다.

많은 것을 혼자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혼술, 혼밥, 혼영... 혼자 무엇을 한다는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외로움을 띄지 않고 낭만적으로 들린다. 음악에서도 모든 파트를 본인이 연주하고, 라이브에서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만 먹고 조금만 공부하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세상에 아직도 모임이 존재하고 밴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생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라면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방향으로 일들이 흘러가기도 하고 오히려 그것이 좋을 때가 많았고. 그 어떤 존재도 온전하지 못하지만, 서로를 배려해 가며 보완해 가고 더 나아져 가며 온전해져가는 과정에는 커다란 힘이 있는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나의 노래를 가져왔다.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진행의 노래를 썼고 모두의 도움으로 불안했던 새로운 도전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광고에 쓰였던 문구였던 ‘같이의 가치’. 이 가치는 실로 엄청난 것 같다. 내가 있기에 내가 보는 이 세상이 있지만, 반대로 모두가 있기에 내가 있기도 하다.

삶은 참 재미있다. 역설이 모두 정답일 때도, 그 무엇도 정답이 아닐 때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