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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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

10월, 11월이 어떻게 이렇게 따뜻한지 푸념하고 다니던 걸 듣기라도 했는지, 겨울이 덜컥 찾아와 어디 다시 말해보라고 하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겨울을 좋아한다. 잊고 지냈던 것들이 매번 겨울밤 공기를 타고 오기라도 하듯, 괴롭거나 외로웠던 기억들이 들숨 한 번에 밀려 들어온다. 꽤 오랫동안 겨울 같은 삶을 살아와서일까 고향에 돌아온 듯 포근하고 편안하기도 하다.

새벽에 맥주를 마시다 우연히 아이묭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이었는데, 달리 특별한 건 없었다. 프로그램을 보는 와중에 자꾸 눈길이 가게 했던 요소는 다름 아닌 아이묭의 안광이었는데, 언제 어디서든, 어느 방송에서든 모든 곳에서 놀라울 정도로 눈이 반짝였다.

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더 아름답게 받아들일 것 같다.

나는 누군가와 마주 보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면서도 사람의 눈을 가장 오랫동안 주의 깊게 살피는 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면서 살거나, 꿈으로 가득한 눈들은 언제나 투명하고 맑게 반짝였다.

거울을 잠시 보고 내 눈은 어떤지 확인해 볼까. 나는 어떤 눈을 하고 있나. 나도 꽤 오랫동안 총기를 잃고 살았다. 매일 주말만 바라보고 평일은 그냥 퇴근만 생각하며, 주말엔 평일에 소진한 체력들을 회복하느라 잠만 잤던 때가 있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을 그만둔 뒤 음악을 하고, 음악을 가르치며 생활하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져 있다.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나는 이제 주위를 살피기도 하고 온전히 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만한 여유도 조금 생겼다.

우리 꿈을 꾸고 무엇이든 해보자. 대단한 업적을 남길 필요도 없으니 거창한 일일 필요도 없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조금씩 해보자. 해야 하는 일들로만 가득한 삶이겠지만,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들을 끼워 넣어보았으면. 그렇게 그 일을 할 때 반짝이는 눈으로 우리 매일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