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의 홈레코딩 에세이 2]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시작한 홈레코딩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팬노이즈가 발목을 잡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큐베이스를 사용해왔다.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해왔던 터라 굳이 맥북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녹음을 하려고 보니 데스크톱의 가장 큰 문제를 발견했다. 언제나 팬이 우렁차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 놀고 있던 맥북을 꺼내 로직을 구입하고 간단한 조작법을 배웠다. 다행히 맥북에서는 트랙이 많아져 프로젝트가 무거워지지 않는 한 팬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나하나 스스로 배워나가기

음악을 내놓으려면 최소한의 믹싱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내가 할 줄 아는 건 보컬 튠이 전부였다. 채널도 이제 막 개설한 초창기였고 커버 유튜브 특성상 기대 수익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번 믹싱에 돈을 투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직접 배우는 수밖에.

dj mixing music on a console
Photo by Mustata Silva on Pexels.com

마이크를 추천해주었던 친구에게 또 연락했다. 본인 작업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이 친구에게는 신세만 진다. 친구의 작업실에서 컴프레서에 관한 설명을 듣고 DeEsser, EQ 등의 간단한 사용법을 배웠다. EQ는 일단 만져보고는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는 더 배워야 할 것도, 연습해야 할 것도 아직 산더미다.

일단 리미터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배움으로써 간단하게 로직 내장 플러그인으로 할 수 있는 믹싱을 겉핥기식이라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배워가며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 많겠지만 일단 당장 유튜브 커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


'박민우 커버'의 색깔이 먼저

채널에 업로드할 첫 곡은 故 김광석 님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정했다. 지금까지도 업로드할 곡 선정을 할 때는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저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부른다.

최신곡이나 인기 있는 노래를 불러야 구독자나 좋아요 등 채널 운영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곡으로 조금이라도 편곡을 해 '박민우 커버'의 색깔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빠르게 한다고 해도 내 작업 속도를 트렌드 변화의 속도에 맞추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지금도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곡을 부르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 집은 오래되어 창틀이 나무로 되어있다. 방음도 거의 되지 않고 반사음도 엄청났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저렴한 암막 커튼을 구입해 붙였다. 방의 울림도 잡고 싶었지만 데스크톱과 노트북 모두 올려놓을 생각으로 너무 큰 책상을 사버려 반사음을 잡아줄 물건들을 두기도 애매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인테리어 공사가 잦았다. 실제로 첫 곡을 작업할 때 한쪽만 모니터 이어폰을 낀 채 녹음하다 공사 소리가 들려오면 녹음이 잘 된 소절이라도 슬픔을 머금고 다시 녹음을 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modern headphones on disc of dj console in night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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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 뒤에는 대로가 있어 경적소리와 365일(명절에도 쉬지 않는) 바이크 소리 때문에 녹음을 끊은 적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윗집의 현관문 닫는 소리까지 여과 없이 함께 녹음되곤 했다. 또한 내 음악 작업이 주변에 소음 공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오후 9시, 아무리 늦어도 10시 이전에는 녹음을 마무리 짓는 등 신경 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홈레코딩을 하며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녹음을 해나갔다. 그래도 녹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대학생 때 지냈던 자취방은 대화 소리까지 옆방에 들릴 정도였는데, 2018년에 발매한 ‘어쩌죠’를 집에서 녹음할 당시 듣다 못한 옆방의 학우가 벽을 격렬하게 두드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미안하다고 음료수라도 사서 현관 앞에 둘 걸…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홈레코딩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많은 타협들이 필요한 것 같다. 더 갖추고 시작하려는 것보다 현재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고민하고 일단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슴속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면 일단 꺼낸 뒤에 닦아주고 깎아가는 과정이 그를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