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리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마스터링 엔지니어 IL 로 활동하고 있는 김효일이라고 합니다. 현재 그루브앤밸런스 스튜디오와 믹싱 엔지니어 Q님의 전담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현재 두 곳에서 오는 일 외에는 마스터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원래 작곡에 필요한 엔지니어 스킬 정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되어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현업에 계신 세 분의 엔지니어에게 마스터링을 배울 기회가 있었고, 협력 업체와 마스터링 제휴를 맺게 되어 현재 정규 앨범, EP 등을 비롯해 약 200곡 정도의 작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아침부터 오후까진 커피 로스팅, 저녁에는 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링은 그 과정을 겪으면 겪을수록 참 어려운 분야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내추럴하게 잘 믹싱이 되어 모든 엣지가 기분좋게 살아있는 곡을 그 밸런스 그대로 매우 큰 레벨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믹싱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터링으로 마법을 부려주기 원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경우에는 워낙 출중한 믹스 엔지니어들과 협업을 하고 있어, 마스터링이 다소 수월한 편입니다.


하이브리드 마스터링 (In The Box with Outboard Gears)

성지훈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플러그인으로 마스터링의 전 범위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아웃보드를 많이 쓰시지만요). 그러나 아웃보드는 잘만 활용하면 제게 주어지는 마스터링의 기회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아웃보드 장비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UAD로 가지고 있던 플러그인인 Manley Massive Passive Mastering Version(이하 맨리이큐)을 저의 네 번째 아웃보드 장비로 수령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UAD와 아웃보드는 많이 비슷합니다만, 뉘앙스와 질감에서 분명히 다릅니다.

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사진제공=롤린놉스 스튜디오

현재 제 장비의 프로세스는 Dangerous Music Master라는 콘솔을 활용하여 1번에 맨리이큐, SSL Fusion(이하 퓨전), 퓨전의 인서트로 Dangerous Music Compressor(이하 뮤직컴프),  Bettermaker Darth Limiter로 되어있습니다.

아웃보드 체인의 전후에는 필요한 플러그인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서 하이브리드 마스터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맨리이큐의 소개

벌써 맨리이큐를 사용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요. 충분히 사용해보고 나름의 판단을 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현재까지 제가 마스터링을 진행한 상업음반은 단 한 곡을 빼고 모두 맨리이큐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놈을 사용하면서 제가 마스터링을 빈번하게 하는 장르를 위한 나름의 기준이 생겨서 맨리이큐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영롱한 사진을 한번 보시지요. 참 이쁩니다. 스펙을 한번 살펴볼까요?

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사진=Manley Labs
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사진=Manley Labs

마스터링 버전과 노말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스텝노브, 게인값인 것 같습니다. 스텝노브는 리콜과 좌우 밸런스에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리콜 시에 스텝노브가 아닌 아웃보드를 만지는 일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물론 스텝노브의 최대 단점은 좌우 밸런스가 안 맞을 때, 수리가 아니면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래 프리퀀시를 다루는 노브는 하드 스텝노브로 되어있고, 위에 Q값과 게인을 올리는 노브는 스프링과 작은 볼로 되어 부드럽고 빠르게 게인값을 바꿀 수 있는 소프트 스텝노브로 되어있습니다.

여담으로 볼륨 노브 하나가 빠져서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저 스텝노브는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리고 Manley Labs는 10년 동안 보증이 되니 안심하고 막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리이큐의 장점

맨리이큐의 가장 큰 장점은 중복되는 영역대를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영역을 부스트하는 최대값이 6db인데, 비슷한 영역대를 다른 밴드에서 올리면 12db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맨리이큐를 슈퍼 원밴드 EQ라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마스터링에서는 그렇게 쓸 일이 없지만요.(웃음)

그리고 0.5db 스텝노브 덕분에 게인을 올릴 때 아주 세밀하게 조정이 가능한 것도 좋은 장점입니다. 특히 부스트와 컷을 스위치로 조절하기에 단순히 바이패스를 시키는 것보다 수월하게 프리퀀시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사진=Manley Labs

아웃보드 버전은 UAD보다 변화의 감도가 더 명확합니다. 일례로 이번에 앨범 마스터링을 진행했을 때, 16KHz를 쉘브 타입으로 넓게 1.5db 올려 사용해 보았습니다. 청감상 나쁘지 않았지만, 곡의 컨셉상 곡 분위기가 밝아져서 1db를 줄여 다시 사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단순한 호기심이 생겨 두 가지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 UAD플러그인같은 경우, 똑같은 작업을 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톤 변화가 적었습니다. 1.5db 이상은 올려야 곡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아웃보드는 0.5db만 올려도 뉘앙스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 다음으로 아웃보드에서 16kHz를 1.5db 올리고, UAD로 1db를 다시 줄여봤습니다. 이 소리와 아웃보드로 0.5db 올린 것을 비교해 봅니다. 아웃보드와 UAD를 거친 것이 좀 더 밝은데(장비의 민감성이 아웃보드가 더 좋았음), 초고역 대역이 하쉬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웃보드만 사용했을 때 좀 더 클린하고 명확하게 특정 주파수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manley massive passive eq mastering version
UAD버전의 맨리이큐 (사진=UAD)

또 다른 장점으로는 악기와 보컬에 약간의 기분 좋은 틈이 생깁니다. 이것은 배음이 붙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각 구성원들의 존재감이 선명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Active 버튼만 눌러도 제법 큰 효과가 있습니다. 약간 스포츠카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그 외에도 맨리이큐에서 나오는 퍼렇고 보라딩딩한 불빛을 보면 괜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는 소소한 장점도 있습니다.(웃음)


맨리이큐 사용자를 위한 팁

  • 0.5db 차이를 귀로 느끼는 연습을 한 뒤 사용하면 좋습니다. 생각보다 변화를 잘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은 부스트와 컷으로 곡의 뉘앙스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UAD와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결코 6db는 작은 레인지가 아닙니다.
  • 생각보다 Q를 넓게 두기를 추천합니다. 마스터링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잘못된 EQ 세팅은 나비효과가 되어 나중에 곡의 밸런스를 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영역대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Q값을 다소 좁게 두고 과하게 올려도(6db가 맥스) 밸런스가 생각보다 크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원소스의 문제 때문에 해결되지 못한 영역대를 메우는 효과를 줄 때 요긴한 것 같습니다.
macro shot audio equalizer
Photo by Hendrik B on Pexels.com
  • 한 밴드를 컨트롤 하며 A/B 테스트를 할 때, 부스트를 시켜놓고 바이패스를 하며 비교할 수도 있지만, 부스트와 컷을 오가며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밴드가 내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 로우•하이 패스 필터와 서브, 초고역의 쉘브 부스트를 크로스해서 함께 쓰면 생각보다 매력적입니다. 믹(Mick Guzauski) 아저씨의 팁인데, 마스터링에서도 필요시 요긴하게 쓰입니다.
  • 아웃보드로 초저역과 초고역을 살짝 더해주면 괜히 고급스러워집니다.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하십니다만, UAD로라도 꼭 사용해보세요. 0.5db씩만 올려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사실, 애매할 때는 그냥 신호를 맨리이큐에 거치기만 해도 좋습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줍니다.

마치며

저는 요즘 마스터링에서 맨리이큐를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냥 거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냥 거치기만 해도 참 좋습니다. 그 뒤에 플러그인들을 먹이면 UAD를 사용한 것보다 좀 더 좋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Mid/Side 기능을 활용해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보컬의 엣지와 로우의 채워짐을 둘 다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보컬의 샤한 부분들을 부각시켜 청감상 좀 더 시원하게 하고 보컬이 더 크게 들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저역대를 올리고 싶은데 드럼 킥이나 베이스가 너무 크게 느껴지면, 오히려 사이드 부분에서 저역을 보강해줌으로써 전체적인 밸런스를 재조정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아웃보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로 맨리 매시브 패시브 이큐 마스터링 버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Darth Limiter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