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를 위한 드럼 악기론 (1) 8비트 리듬

음악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드럼 리듬은 장르, 템포, 연주자 스타일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진다. 그렇기에 ‘이럴 때 이 리듬을 사용하면 됩니다’라고 만능 정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 작곡을 하는 사람이나 드럼이라는 악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기 곡에 어떤 드럼 리듬을 써야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작곡을 배우게 되면 '악기론'이라는 수업 과정을 거치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드럼이라는 악기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단 바로 실전 곡에서 많이 사용되는 리듬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brown and white drum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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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듬에 정답이란 없다. 내가 생각하는 분류나 추천하는 방법들이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고, 작곡가가 자신 맘에 드는 리듬이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어느 한 드러머가 리듬 패턴에 대해 제시하는 하나의 글로 참고해주길 바란다.


8비트 리듬의 매력은 단순함

'몇'비트 리듬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몇'분음표 위주로 만들어진 리듬을 칭한다. 즉, 8비트 리듬이란 8분음표 위주로 구성된 리듬이다.

음악에 따라 '이 음악은 8비트야, 16비트야'라고 쉽게 구분하는 사람도 있지만 종종 특정하기 불분명할 때도 많다. 누가 들어도 8비트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곡으로 몇 개를 소개하자면 U2의 'With Or Without You',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 그리고 Snow Patrol의 'Chasing Cars' 정도가 있다.

위의 3곡은 모두 브리티시 락에 속하는데, 개인적으론 영국 사람들의 음악 스타일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 8비트 리듬을 통해 단순, 명료, 깔끔한 곡들이다. 8비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Simple is best'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8비트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누구나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리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전반적인 리듬은 8비트지만 섹션이나 중간중간 필인이 화려한 16비트로 표현되고 있다면 8비트 리듬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의외로 색다른, 좋은 느낌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drum stick on drum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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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하이햇

드럼에서 8비트를 설명하자면 킥, 스네어가 8비트(1, n, 2, n, 3, n, 4, n) 안에서 만들어질 때  8비트 리듬답다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자주 들어온 리듬으로는 발라드 리듬, 템포 120 이상의 팝, 4킥 리듬 등이 있다.

이제 여기에서 디테일을 결정하는 것은 하이햇의 엑센트, 그루브이다. 여기서 3가지 표현 방법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 일정하게 하이햇을 넣는 경우 
  • 4분음표 다운비트에 엑센트를 넣는 경우
  • 스네어와 같이 악센트를 주고 크레센도를 넣는 경우

킥과 스네어가 단순한 8비트로 구성되어 있어도 위와 같이 하이햇의 패턴을 변형시킴으로써 리듬의 모양이나 음악 스타일을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다.

'크로플' 빵으로 예시를 들어보자. 같은 크로플이지만 어떤 필링을 넣느냐에 따라 생크림크로플, 딸기생크림크로플, 아몬드크로플, 아이스크림크로플 등 여러 가지 종류가 파생된다. 크로플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맛의 크로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아몬드크로플은 좋아하지만 아이스크림크로플은 입에도 안 댈 수도 있는 것이다.

pile of sliced wheat breads
같은 빵도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식빵으로 변한다. (Photo by Marianna OLE on Pexels.com)

이처럼 8비트 리듬도 하이햇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같은 킥, 스네어 패턴이라고 해도 리듬을 무겁게 하기도 하고,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하이햇이다.


물론 8비트 리듬이 단순하다고 해서 위 내용만으로 8비트를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다거나, 정답을 알게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8비트는 이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결론을 내려버리기엔 너무나 거대한 음악의 일부만을 맛보고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된다.

꼭 본인이 직접 미디로 찍어보는 등 직접 연주를 해보며 느낌을 파악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왜 이 곡에서는 이런 느낌이 나올까? 여기서는 리듬을 어떻게 만든 것일까? 등의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러머와 작업할 때도 보다 명확한 레퍼런스를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