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은 비싸야 소리가 좋다? (드럼 튜닝의 중요성)


비싼 드럼이 최고다?

나도 드럼을 연주한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오랜 기간 좋게 튜닝된 드럼 소리를 접하지 못하고 잘못된 기준으로 드럼 소리를 판단했었다. 그동안 유명한 드럼 회사들의 하이엔드 시리즈로 알려진 Sonor SQ2, Yamaha Maple Custom Vintage, Gretch USA, DW Exotic Set를 모두 사용해보면서 그냥 '비싸니까 소리가 좋군' 정도의 생각을 가졌다.

5년 전 230만 원 가격의 DW Super Solid Edge라는 다소 고가의 스네어를 장만한 적 있다. 그런데 내가 들었던 음악, 유튜브 영상 속 스네어 사운드가 아니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들었던 좋은 드럼 소리는 단지 비싸서 좋은 것만이 아니라, 튜닝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진가를 발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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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튜닝 공부를 하면서 원하는 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악기의 특성상 스네어를 'A' 음으로 튜닝해도 A음만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배음이 복합적으로 울리게 된다. 여기서 스네어의 톤이 결정된다.

튜닝을 모른다면 무용지물

일단 비싼 스네어는 배음이 풍성하다. 하지만 이 배음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세트 드럼과 어울리지 않는 과한 스네어톤이 나온다거나, 장르에 맞지 않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갔다고 치자. 비싼 스포츠카도 렌트해서 멋있게 몰고 다닌 뒤 집에 돌아와 '역시 차는 빠르고 멋진 게 최고야!'라고 생각한다면 차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의 종류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단편적인 인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제가 생긴다.

드럼도 마찬가지다. 재질에 따른 특성과 튜닝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그냥 저 영상에 나오는 드럼을 사면 저런 소리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비싼 게 최고'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물론 비싼 드럼은 좋다. 하지만 튜닝을 잘해야 제 소리를 내준다.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중저가 드럼에서도 튜닝을 통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비싼 물건'에는 어느 정도 희소성에 대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주 예민하게, 세심하게 들어다봐야 그 가치를 전부 알아차릴 수 있다. 즉, 예민하지 못한 손과 귀를 가진 사람은 그저 '조금 좋은 것 같긴 한데 역시 비싸서 그런가? 빈티지라서 좋은 건가?'라는 피상적인 감상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재질에 따른 톤 차이

우선 드럼 튜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재질이 주는 톤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자. 튜닝을 하기 전 악기의 기본 성향을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단 드럼은 대개 나무나 쇠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같은 나무, 쇠라고 해도 재질에 따라 음색과 음량이 달라진다.

쇠로 된 드럼은 알루미늄, 쿠퍼(구리), 브라스(아연합금), 브론즈(주석합금), 스틸, 티타늄 순서대로 저음과 음량이 커진다.

나무로 된 드럼은 포퓰러, 버찌, 메이플, 마호가니, 부빙가 순서로 저음과 음량이 커진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드럼은 메이플, 버찌다. 막연하게 나무니까 더 따뜻하고 쇠는 차가운 소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무보다 쇠로 된 드럼들이 저음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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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드럼 쉘부분(통)을 직접 치지 않고 드럼 헤드를 스틱으로 친다. 그때 울림을 통에서 얼마나 받아주는지에 따라 저음의 양과 음량이 달라진다. 통 재질의 밀도가 더 촘촘하고 꽉 차 있을수록 저음을 흡수하지 않고 튕겨낸다. 따라서 저음이 더 많이 들리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재질의 밀도가 얇고 가벼울수록 저음을 흡수하기 때문에 고음역대가 많이 들리게 된다.

저음이 많고 음량이 클수록 원자재 값이 올라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소리가 크고 저음이 많은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튜닝이란?

이제 좋은 튜닝을 통해 만들어진 '좋은 드럼 소리'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좋은 튜닝이란 러그 피치와 음이 모두 고르게 정렬된 상태다. 이때 '링', 다시 말해 불필요한 '오버톤'을 없앨 수 있다.

링, 오버톤이란 드럼을 쳤을 때 원하는 음 하나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들이 따라오는 것을 뜻한다. 흔히 불필요한 오버톤이 붙어서 깔끔하지 못한 소리가 나오곤 한다.

제대로 튜닝을 하면 이런 종류의 링, 오버톤을 없앨 수 있다. 튜닝의 원리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럼에는 튜닝할 수 있는 '러그'들이 있다. 드럼 튜닝키로 러그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피치가 올라가고, 왼쪽으로 돌리면 피치가 내려가는 방식이다.

스네어 튜닝을 하다보면 모든 러그의 피치는 맞춰져 있는데 드럼 소리가 풍부하지 않고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러그 피치를 동일하게 맞추기 전에, 각 러그의 장력을 측정해서 튜닝해야 한다.

즉 드럼 튜닝의 순서는 먼저 ①드럼 다이얼을 통해 장력을 동일하게 만든 뒤, ②러그를 돌려 원하는 피치로 드럼을 튜닝하고, ③다시 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드럼의 끝부분들을 눌러보면 어디가 좀 조여져 있고, 풀려 있는지 감은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각 러그의 장력이 똑같이 맞춰져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 도구가 필요하다.

튜닝에 필요한 준비물들

먼저 드럼 헤드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드럼 헤드가 찢어지거나 늘어났을 때 새 헤드로 교체하는데, 이때도 튜닝을 잘 해줘야 좋은 소리가 날 수 있다. 반대로 튜닝을 하기 전 드럼 헤드의 상태가 멀쩡한지 확인을 해보고, 필요하다면 드럼 헤드를 우선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튜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정도 준비물이 필요하다. 물론 이 도구들은 보조 역할이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확실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는 없다. 이 도구들은 튜닝을 좀 더 정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드럼 다이얼

앞에서 말한 장력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15만 원에서 19만 원 정도 한다.

튠봇(Tunebot)

15만 원 정도 한다. 드럼에 끼워놓고 드럼 피를 칠 때마다 현재 음정이 몇 Hz인지 보여준다.

Ultimate Drum Tune

Ultimate Drum Tune은 JM Studio의 이재명 실장이 직접 만든 어플이다. 아래 영상을 보면 드럼의 상피, 하피를 단 3도로 튜닝하는 것인데 어플을 통해 각 피치가 수치화되어 있어서 맞추기 편리하다.

예를 들어, Sonor Kompressor Series Steel 스네어 드럼 14x5.75 모델의 경우 로우튠, 미들로우, 미디움, 미들하이, 하이튠 이런 식으로 튜닝을 할 수 있는데, 로우튠을 원하면 탑 러그를 215Hz, 바텀 러그를 384Hz로 튜닝하면 E3 피치를 가진 스네어 튜닝이 된다.

물론 이 수치만 믿고 튜닝을 마스터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귀를 꾸준히 같이 훈련시키길 바란다. 나도 직접 어플을 사용해 보고 레코딩 상황에서 활용해 봤을 때 만족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탐을 튜닝할 때 단 3도는 음이 너무 길어져 여음이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3번 탐은 하피를 더 쪼여서 음의 길이를 조정했던 기억이 있다.


드럼 튜닝 방법은 정말 많고 다양하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오차 범위를 줄이고 원하는 소리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드럼은 이런 소리를 내는구나, 같은 로우튠을 해도 메이플과 버찌 재질의 소리가 다르구나 등을 알고 어떤 음악, 어떤 장르에 어울리는지 알아가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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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신만의 기준이 생겨난다. 이 정도 음길이와 이 정도 톤이 나와야 하는데? 라는 자신의 판단 기준이 생겨야 올바른 튜닝이 되는 것이다. 특히 스네어의 경우 원하는 음악 장르에 맞춰 로우부터 하이튠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면 좋다.

무엇보다도 무엇이 좋은 드럼 소리인지 꾸준히 들어보면서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