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음향학이야기 (4) 공연장 형태

공연장은 다양한 건축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분류하면 직사각형 형태, 빈야드 형태, 부채꼴 형태, 말발굽 형태 이렇게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공연장은 두 개 이상의 건축 형태가 섞여 있어 어떤 한 종류로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 형태는 콘서트홀의 음향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축 형태에 따라 콘서트홀 내부의 전체적인 반사음의 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각 건축 형태별 특징과 음향 성능,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직사각형(장방형)

직사각형 형태는 전통적인 형태이자 음향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홀 형태입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콘서트홀로 손꼽히는 비엔나 뮤직베라인, 보스턴 심포니 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허바우 모두 직사각형 형태의 홀입니다.

홀을 너무 넓게 만들지 않는 한 직사각형 형태는 음향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직사각형 홀의 평행한 측벽은 청중들에게 필요한 초기 반사음을 자동으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강화되고 선명한 소리를 청중에게 전달하며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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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심포니 홀 – 대표적인 직사각형 형태의 홀로 세계 탑 콘서트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빈야드형

빈야드형 홀은 최근 많이 지어지고 있는 홀입니다. 무대가 가운데에 있으며,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며 다른 표현으로는 서라운드형 홀이라고 합니다.

최초로 지어진 빈야드형 홀이면서 가장 성공적인 빈야드형 홀은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니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니의 건축가인 한스 사룬(Hans Scharoun)은 오케스트라를 관객의 중심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설계했습니다.

당시 베를린 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인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은 이런 혁신적인 디자인을 강력하게 지지했습니다. 다음은 카라얀이 건축위원회에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제출된 여러 디자인 중 한스 사룬의 디자인은 공연자와 무대가 중간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여 다른 안보다 탁월해 보입니다. 저에게는 오케스트라를 중앙에 배치하는 이러한 디자인이 베를린 필하모니의 음악 스타일에 그 어떤 홀보다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장방형 홀이 대세를 이루던 1950~60년도에 카라얀의 강력한 지지가 없었다면 한스 사룬의 이런 독창적인 안은 채택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으며, 일반적인 장방형 형태로 지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카라얀은 콘서트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셈이지요.

오케스트라는 홀의 중앙 부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청중은 각각 다른 높이를 가진 14개의 블록에 위치합니다. 각 블록의 첫 번째 줄은 방해받지 않은 직접음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천정은 텐트 형태로 초기 반사음이 형성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무대 위의 천장은 여러 반사판들이 설치되어 보다 짧은 시간차를 가지는 초기 반사음을 생성합니다.

빈야드형의 한 가지 단점은, 오케스트라 뒷좌석에 있는 사람은 다른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지휘자의 얼굴과 표정을 들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지만, 현악기보다 금관악기가 좌석에 가깝게 자리 잡기 때문에 다른 벨런스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듣게 됩니다.

건축가 한스 사룬은 장방형 공연장보다 관객을 연주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으며, 이는 빈야드 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니 이후 빈야드 홀이 많이 지어지고 있지만, 베를린 필하모니처럼 성공한 홀도 드문 편입니다.

빈야드 형태의 홀을 만들 때는 초기 반사음의 형성에 신경 써야 합니다. 초기 반사음이 자동으로 측벽에서 제공되는 직사각형 형태와는 다르게, 서라운드 형태는 초기 반사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벽면이나 반사판 등을 확보하지 않으면 음향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니 무대 천정에 10개의 대형 무대 반사판이 달린 이유도 초기반사음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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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니 – 최초의 빈야드 형태의 홀. 무대가 객석 가운데 위치한다.

부채꼴 형태

부채꼴 형태의 홀은 무대와 좌석의 거리가 가까우며 많은 좌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향적으로는 성공적인 홀을 만들기 어려운 형태입니다. 그 이유는 측벽이 뒤로 갈수록 좌·우로 넓어지는 구조라 초기 반사음이 객석을 향해 잘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채꼴 형태는 콘서트홀의 건축에서 선호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무대와 좌석을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음향을 전기적으로 확성해 사용하는 교회에서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채꼴 형태로 콘서트홀을 만든다면 천정이나 측벽에 초기반사음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난 2화에서 언급했듯이, 부채꼴 형태로 지어진 미국의 탱글우드 뮤직쉐드(Tanglewood Music Shed) 공연장은 직접음과 초기반사음의 시간차를 짧게 하기 위해 천정에 삼각형 형태의 패널을 달아 음향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뮌헨의 필하모니 암 가스타이그(Philharmonie Am Gasteig) 역시 부채꼴 형태의 콘서트홀입니다. 이 홀은 좌·우 측벽 상단에 객석으로 반사음을 집중시켜 초기 반사가 보다 잘 형성될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부채꼴 형태의 콘서트홀은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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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필하모니 암 가스타이그 - 부채꼴 형태의 홀. 초기반사음을 확보하기 위해 측벽에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말발굽 형태

말발굽 형태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로 사용되는 홀 형태입니다. 측벽과 후벽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마치 말발굽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이는 직사각형 형태와 더불어 음향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홀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발굽 형태는 무대와 청취자 사이의 거리를 기존 강당에 비해 확연히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시각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 공연에 적합합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오페라 하우스는 말발굽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위 오페라 하우스의 대부분은 말발굽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 중에 말발굽 형태가 아닌 곳은 바그너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하우스 정도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최고의 홀로 손꼽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테아트로 콜론(Teatro Colon) 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로 사용할 때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며, 무대에 오케스트라 쉘을 설치해 콘서트홀로 사용할 때도 좋은 평가를 받는 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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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테아트로 콜른 – 말발굽 형태의 오페라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