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음향학이야기 (3) 강도와 따뜻함

이번에는 강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콘서트 홀에서 소리의 강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같은 대규모 교향곡을 들을 때 느껴지는 음악적 쾌감은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로 인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콘서트홀의 음향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음악적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크기로 청중에게 소리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음향 측정 단위를 강도 G라고 합니다.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그 소리가 충분하지 못한 크기로 전달된다면 애호가 입장에서는 아쉬운 연주가 될 것입니다.

공연장 내부에서 소리가 얼마나 크게 전달되는지를 나타내는 측정단위인 강도 G는 데시벨(dB)로 측정되는데, 데시벨은 기준이 되는 값과 측정값을 비교한 상대적인 값을 의미합니다. 강도를 측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값은 반사가 없는 실외 공간에서 측정용 스피커를 사용해 10m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한 음량입니다.

이렇게 실외에서 측정된 값과 콘서트홀 내부에서 측정한 값을 비교해 공연장의 강도 G를 구하게 됩니다. 실내 공간은 반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반사가 없는 실외공간보다 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강도 G는 바로 그 소리가 커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콘서트홀의 강도는 크게 3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째는 초기 반사음을 만드는 벽면으로, 예를 들어 직사각형 형태 홀에서 제공되는 측벽 반사는 강도를 크게 합니다. 둘째로는 객석 표면적이 크고 공간 체적이 클수록 강도는 작아집니다. 셋째로 카펫, 커튼, 쿠션이 있는 의자같이 소리를 흡음하는 재질이 있으면 강도가 줄어듭니다.

연주자와 떨어진 뒷자리에 앉으면 소리의 크기는 감소합니다. 이는 뒤로 이동하면서 악기에서 나오는 직접음의 음량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콘서트홀에서는 무대에서 떨어진 뒷좌석이라고 할지라도 소리가 충분한 크기로 들리는데, 이는 직접음 이후에 도착하는 초기 반사음이 직접음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즉, 강도는 초기 반사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엔나의 뮤직베라인 같이 좁은 직사각형 홀에서는 소리 감소를 줄여주는 초기 반사음이 자동으로 제공됩니다. 부채꼴이나 서라운드 형태의 홀이라면 천장 상부에 매달린 반사판이 청중을 위해 초기 반사음을 만들어 내 소리 감소를 줄여줍니다.

그러나 홀이 좌·우로 넓은 경우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넓은 형태의 홀에서 강도를 향상시킨 사례로 캘리포니아 코스타메사의 세거스톰홀(Segerstrom Hall)이 있습니다. 이 홀은 수용인원이 2,900석으로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강도를 가진 홀입니다. 그 이유는 경사진 큰 반사판이 홀의 상부 측벽에 위치해 초기 반사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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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a Mesa Segerstrom Hall : 경사진 대형 반사판이 상부 측벽에 위치해 초기 반사음을 생성해 높은 강도를 유지시킴

사람들은 보통 충분한 음량으로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대 음향학의 대부인 레오 베라넥(Leo Beranek)은 전 세계 100여 개의 콘서트홀과 오페라 하우스에 관해 조사하며 지휘자, 연주자, 평론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홀의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이 중 최상위 홀은 비엔나의 뮤직베라인(Musikverein)이었으며, 최하위 홀은 런던 로얄 알버트(Royal Albert) 홀이었습니다.

두 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강도 G입니다. 뮤직 베라인은 7dB의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로열 알버트(Royal Albert Hall) 홀은 -1dB의 매우 낮은 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열 알버트 홀이 강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홀이다 보니 체적과 표면적이 다른 홀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베라넥의 홀 선호도 조사를 통해 우리는 다른 요소들이 아무리 좋아도, 소리의 볼륨이 충분히 크게 전달되지 않으면 음악적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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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Musikverein : 1,800석을 수용하는 홀로 7dB의 높은 강도를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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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Royal Albert Hall : 5,000석을 수용하는 홀로 -1dB의 낮은 강도를 가짐

콘서트홀의 음향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로 따뜻함(Warmth)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콘서트홀에서 음악의 따뜻함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베이스 소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들리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베이스가 풍부하게 충분한 강도로 들릴 때 청중은 음악이 따뜻하다고 느낍니다.

충분한 베이스의 강도는 음악의 뼈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앙상블에서는 특히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강도는 표준 측정용 스피커가 125hz 저음 톤을 무대에서 방출하게 해서 측정할 수 있으며, 저음강도 G125 라고 부릅니다. 강도 G가 중음을 기준으로 측정되는 반면, 저음강도 G125는 저음을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따뜻함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저음강도 G125도 있지만 저음비 BR(Bass Ratio)도 있습니다. 이는 중음과 저음의 잔향시간 비율을 계산한 것으로 아래 식으로 계산됩니다. 저음비가 1이 넘는다는 의미는 중음보다 저음의 잔향시간이 길다는 의미입니다. 청중은 콘서트홀에서 관현악곡을 들을 때 높은 저음비를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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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홀의 선호도가 높을수록 강도와 저음강도가 같이 높아집니다. 최상위에 랭크된 뮤직베라인(Musikverein)의 강도는 7dB, 저음강도는 7.5dB입니다. 이렇게 풍부하고 충분한 강도의 저음은 전체 오케스트라 앙상블에 견고한 기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콘서트 홀의 음향 품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강도와 저음강도는 청중이 음악적 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초기반사음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리 다른 요소들이 만족스러워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청중은 음향적인 만족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