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음향학이야기 (2) 초기 반사음

지난달에는 소리의 구성과 잔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초기 반사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작은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으면 음향적으로 가깝게 들립니다. 즉 소리가 친밀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중·대형 공연장은 홀의 건축음향 상태에 따라 ‘음향적 친밀감’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똑같이 2000석 객석을 가지고 있는 대형 콘서트홀이라도 잘 만들어진 홀은 선명하고 친밀한 소리가 전달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홀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는 잔향시간이 짧고 긴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음향적 친밀감’은 특정 물리 현상으로 발생합니다. 공간에서 음악적 친밀감의 정도는 직접음이 도달한 후 첫 번째 반사음이 얼마나 빨리 청자에게 전달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연장에서 청자는 먼저 직접음을 듣고 그 이후 도달하는 반사음들을 듣습니다. 여기서 직접음과 첫 번째 반사음 사이의 시간 차를 ‘초기 반사 지연(Initial Time Delay Gap)'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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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반사음 그래프

초기 반사음은 직접음을 강화시켜 소리를 선명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음향적 친밀감을 생성합니다. 여기서 음향적 친밀감을 생성하는 데 필수적인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직접음과 초기 반사음 사이의 시간차가 30ms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청각은 약 30ms, 즉 0.03초 이내에 생기는 소리는 하나의 소리로 인지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시간차가 길어지면 두 개의 분리된 소리로 인지합니다. 이 시간차가 길어지면 직접음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분리된 다른 소리가 들리게 되며 결국 음향 품질을 저하시킵니다.

현대 건축음향학의 아버지인 레오 베라넥(Leo Beranek)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전 세계 100여 개 콘서트홀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홀에서는 초기 반사 지연이 25ms 이하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낮은 등급의 홀에서는 초기 반사 지연이 35ms를 초과하며 60ms 이상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통 첫 번째 반사는 측벽이나 발코니 앞에서 생깁니다. 따라서 낮은 지연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홀은 좁고 평행한 측벽을 가져야 합니다. 부채꼴 형태의 홀에서는 측벽 반사음의 시간차가 길기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청자가 듣는 첫 번째 반사음은 높은 천장에서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초기반사 지연이 30ms를 크게 초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추가적인 반사 패널을 설치해 청자에게 초기 반사음을 들을 수 있게 해 지연시간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레오 베라넥(Leo Beranek)

즉, 직접음과 첫 번째 생기는 반사음의 시간차가 짧은 것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홀의 소리가 친밀하고 선명하게 들리니까요. 예를 들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의 탑 콘서트홀인 비엔나의 ‘뮤직베라인(Musikverein)’은 초기 반사 지연이 12ms로 매우 짧게 형성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홀은 전 세계의 모든 지휘자들과 뮤지션들이 연주하면서 감탄하는 홀입니다.

짧은 지연시간을 가지는 초기 반사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대 근처에 소리가 반사되는 면이 있어야 합니다. 직사각형 형태의 공연장에서는 좌, 우 측벽에 반사면이 자동으로 제공됩니다. 이런 이유로 음향학자들은 직사각형 형태가 좋은 음향을 가지기에 가장 유리한 형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비엔나의 뮤직베라인은 직사각형 형태이면서 다른 홀에 비해 좌, 우가 좁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 반사 지연이 더 짧게 형성됩니다. 물론 그만큼 청중을 많이 수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좁은 형태로 인한 짧은 초기 시간 지연은 뮤직베라인의 음향을 세계 최고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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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Musikverein. 좌, 우가 좁은 측벽에서 짧은 시간차를 가진 초기 반사음 생성

직사각형 형태가 아닌 부채꼴이나 서라운드 형태의 공연장은 측벽에서 초기 반사음이 생성되지 않거나, 생성되어도 긴 시간차를 두고 생성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서라운드 형태 공연장 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 홀은 천장에 대형 반사판을 설치해 짧은 시간차를 가지는 초기 반사음을 형성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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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Philharmoic. 초기 반사 지연을 짧게 유지하기 무대 위 천정에 여러 개의 반사판이 존재

부채꼴 형태의 공연장인 보스턴의 ‘탱글우드 뮤직쉐드(Tanglewood Music Shed)’는 처음 개관했을 때 음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는 초기 반사 시간 지연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넓은 부채꼴 형태에서 만들어지는 초기 반사 지연은 45ms로 매우 길었다고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평으로 매달리는 패널 반사판을 설치했고 이후 초기 시간 지연은 20ms대로 줄어들었으며 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초기 반사 지연을 짧게 유지하는 것은 친밀하고 선명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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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lewood MusicShed. 초기 반사 지연을 줄이기 위해 천정에 삼각 반사 패널이 달려 있다.

어떤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 소리가 너무 멀리서 들리는 것 같고, 천이 덮인 것 같이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면 이는 초기 반사음의 시간차가 너무 길거나, 충분한 강도로 초기 반사음이 생성되지 않아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무대 근처에 반사가 이루어질 만한 벽면이나 반사판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