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레코딩에서 적당한 녹음 레벨을 잡는 방법

[월간 믹싱] ‘좋은 믹스는 좋은 녹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한다면, ‘좋은 녹음은 좋은 레벨값에서 나온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녹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 녹음 레벨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녹음 엔지니어도 녹음 내내 레벨값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녹음 레벨을 설정함에 있어서 가장 첫번째 원칙은 피크가 뜨지 않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DAW의 레벨 미터 위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너무 큰 레벨로 녹음되어 피크가 발생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이 빨간불만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녹음하든 문제가 없는 걸까? 사실 피크만 뜨지 않으면 어떤 녹음본이든 작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더 많은 후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말은 적절한 레벨로 잘 녹음된 소스는 후작업이 많이 필요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믹스과정에서도 잘 녹음된 소스와 그렇지 않은 소스는 작업의 양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퀄리티에도 차이가 나게 된다.

전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면 이런 수고로움을 덜할 수 있다. 전문 레코딩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최대한의 녹음 퀄리티를 끌어내기 위해 기술적으로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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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홈레코딩 환경이다. 홈레코딩에서는 스스로 DAW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레코딩 스튜디오 수준의 장비나 모니터링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 홈레코딩 상황에서도 좋은 녹음 레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각각 상황이 다르겠지만 최소한 안전한 소스에 가깝게 따라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1. 작게 녹음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안전하게 녹음을 시작하는 방법은 작게 녹음하는 것이다. 옛날 스튜디오에서 테이프 레코더나 아날로그 콘솔로 녹음을 받을 때는 최대한 크게(hot) 녹음하는 것이 노이즈 대책과 아날로그 세츄레이션에 있어서 좋은 방법이었지만 현대 디지털 장비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다.

만약 홈레코딩에서도 프리앰프나 컴프레서 같은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한다면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절한 레벨을 잡아야 더 나은 소리를 녹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아직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없다면 우선 작게 녹음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작게 녹음했을 때 단점은 없을까? 소리가 작아서 안 들리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없다. 대부분 장비가 24bit 녹음을 지원하는 지금 시대에는 웬만한 소스는 후작업을 통해 충분히 크게 키워줄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작게 녹음된 소리를 키웠을 때, 악기나 목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노이즈도 같이 커진다는 것이다. 컴퓨터 팬이 돌아가는 소리부터 시작해 사소한 부스럭 거리는 소리도 같이 커진다. 특히 제대로 녹음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가정집이라면 냉장고 소리,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비롯해 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커질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면 녹음 환경이나 방음 대책을 세워보길 권장한다.

2. 마이크와의 거리가 중요하다

소리를 작게 녹음하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인풋 노브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내 입(또는 악기)가 생각보다 마이크와 가까이 붙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자. 마이크에서 거리가 가까워지면 소리도 커지지만 근접효과에 의해 저음역대가 더 강조된다. 녹음한 소리에 불필요한 공진음이 많다면 조금 거리를 벌려보는 것도 좋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마이크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악기 소리는 줄어드는 대신 주변음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주변 소음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해둬야 한다. 그리고 마이크와 거리가 멀수록 목소리가 분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코러스를 녹음할 때 이런 점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리드 보컬이라면 마이크와 거리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3. 최대한 일정한 녹음 레벨을 유지하자

특히 보컬의 경우, 고음역대에 힘이 들어가면서 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발라드같은 장르의 경우 초반부와 후렴구의 차이가 커지기도 하는데 고음역대를 지를 때 살짝만 마이크와 거리를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구간마다 마이크와 입 사이의 거리 차이가 심하면 구간마다 톤차이가 심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와 입의 거리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유지해주는 것이 톤 밸런스에 좋을 것이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할 경우엔 마이크와의 거리를 바꾸기 보다 오디오인터페이스의 인풋을 줄여보자. 예를 들어 후렴구에 맞춰 처음 인풋 게인양을 정하고, 벌스를 녹음할 때만 조금 키워주는 식으로 해주면 도움이 된다.

톤이 어색해지지 않는 한에서 인풋 게인을 활용해 결과물의 녹음 레벨 차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보자.

4. 피크가 발생하는지 확인하자

위 방법들을 시도하면서도 계속 피크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해야한다. 반응 속도가 느린 VU미터나 RMS보다 Peak 미터로 확인하는 것이 순간적인 피크 발생을 감지하기 좋다.

물론 레코딩, 믹싱에서 VU미터를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VU미터로 믹싱 레벨 맞추기 참고)

DAW의 레벨미터만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다. 만약 DAW에서 녹음되고 있는 트랙의 페이더가 내려가 있다면 실제로는 피크가 발생했지만 미터에는 전혀 이상이 없을 수 있다. 프리앰프 플러그인을 불러왔거나, 기타앰프 시뮬레이터를 사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트랙 안에서 레벨에 변동을 줄 수 있는 플러그인이 간섭하고 있다면 피크 미터가 제대로된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나 아날로그 장비를 한번 거쳐서 녹음을 받고 있다면 더더욱 DAW의 미터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신호가 거치는 모든 곳에서 피크가 발생하진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 아날로그 장비의 미터
  • 오디오인터페이스의 Input 신호를 보여주는 미터
  • DAW에 불러와져 있는 플러그인
  • DAW 트랙의 레벨 미터

각각 요소별로 피크가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니터링하면서 귀를 기울여 소리가 깨지지 않는지 계속 체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