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OCD 복각, Warm Audio ODD 리뷰

OCD의 역사

소싯적에 페달보드 좀 만지고 다닌 기타리스트라면 Fulltone OCD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저는 원래 DS-1이나 Damage Control의 Demonizer를 메인 드라이브 페달로 사용했었는데, 다소 특색이 있는 페달들 인지라 무난한 드라이브 페달이 하나 필요했습니다.

저는 OCD를 무난한 파워코드 연주에 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저는 주로 세션 연주를 하면서 빠른 톤 스위칭이 필요했는데, Xotic BB Preamp를 같이 썼기 때문에 투명한 톤이 필요할 땐 BB Preamp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만약 제가 록 장르 밴드를 주로 했다면 OCD가 더 유용했을 것입니다.

OCD의 다양한 버전들

OCD는 v1부터 시작해서 v1.2, v1.3, v1.4, v1.5, v1.6, v1.7, v2.0, v2.1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버전별로 디자인, LED, 사운드가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v1.4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는 다소 '텁텁한' 톤이라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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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용했던 페달보드의 OCD

하지만 OCD는 세팅만 잘하면 어떤 기타, 앰프에서도 내가 원하는 드라이브 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공연장 앰프의 고음역대가 너무 강하다면, 톤 노브를 조금만 깎아줘도 늘 쓰던 드라이브 톤을 쉽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OCD를 비롯해 모든 페달을 'Made In USA'로 제작하던 Fulltone은 작년부로 30년 동안 유지하던 캘리포니아 공장을 매각하고 내슈빌로 이전했습니다. 현재 Fulltone 홈페이지에는 OCD v2가 판매 목록에 올라와 있지만 구매가 가능한 지는 모르겠습니다.

Warm Audio ODD의 특징

과거 v1.x 버전을 사용해 온 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는 아직도 OCD 특유의 크런치하고 기분 좋은 질감의 드라이브 톤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기에 Warm Audio의 OCD 복각 페달 'ODD' 출시가 매우 반가웠습니다.

마침 소닉밸류로부터 ODD를 제공받아 일주일간 테스트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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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에는 ODD v1이라고 적혀 있지만, Sound on Sound의 리뷰에 따르면 가장 많이 보급되고 선호된 OCD v1.4를 복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매뉴얼이나 공식 페이지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사운드 역시 더 범용적인 선택지를 제공하는 v1.4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OCD 페달 상단에는 HP(High Peak), LP(Low Peak)를 선택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가 있었습니다. 직관적으로 느낄 때 HP는 더 게인을 많이 먹고, LP는 살짝 볼륨도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는데요. ODD에서는 이름이 UK, US로 바뀌었지만 동일한 기능을 구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ODD 사운드 샘플

마샬 JCM2000에 바로 Warm Audio ODD만 연결해 사운드 샘플을 녹음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류승훈 님이 연주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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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톤은 거의 클린에 가까운 투명한 크런치 톤입니다. 많지 않은 게인 값에도 불구하고 빈티지 타입 기타에 약간의 두꺼운 안정감을 제공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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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게인을 조금 높여서 부드럽고 블루지한 드라이브 톤을 구현해 봤습니다. 오버드라이브 페달은 피킹의 강약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매력인데 ODD에도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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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값을 올려 치는 크런치 솔로 톤입니다. 오버드라이브 페달에서 기대하는 딱 그 사운드를 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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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JCM2000의 앰프 게인에 ODD를 부스터로 사용해 봤습니다. 제가 예전에 험버커 픽업으로 OCD를 사용할 때는 이런 부스트 효과에서 퍼즈 스타일의 톤도 나왔었는데, 리어 싱글 픽업에서는 또 다른 느낌을 내줬습니다.

모든 솔로 톤은 UK 토글 모드로 연주됐습니다. UK 모드를 사용하면 중음역대가 강조되면서 치고 나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US 모드는 헤드룸이 더 많아 비교적 차분하고 고른 톤을 얻을 수 있습니다. MR에 들어간 기타 톤이 US 토글 스위치에 기타 볼륨 노브를 줄여서 연주한 것입니다.

ODD에 대한 총평

사실 충실하게 복각된 제품은 그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 그다지 할 말이 없어야 합니다. 호불호가 있다면 그것은 Warm Audio에 대한 것이 아니라 OCD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Warm Audio의 복각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앰프 게인으로 만들어지는 크랭크업 앰프 사운드도 잘 구현했고, 게인을 많이 올려도 어택과 노트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살아 있는 OCD의 특징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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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훈 님이 연주하신 샘플은 빈티지 기타라 다소 올드한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인터넷에서 다른 리뷰 샘플을 들어보면 ODD가 다른 기타에서 얼마나 범용적인 사운드를 내주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난한 드라이브 페달이 필요하다면 ODD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 보자면 OCD를 사용했을 때 느꼈던, 제 마음에 쏙 들었던 바로 그 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OCD는 심하면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기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죠.

ODD의 톤은 그보다는 조금 가벼운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이 점이 ODD를 비판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ODD는 OCD보다 조금 온순하고 타협적인 성격에 다방면에서 일도 잘하는 친구랄까요? 이미 퇴사한 OCD를 다시 데려올 수 없다면 ODD 같은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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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Fulltone 공장 이전 이후 OCD의 중고가는 전세계적으로 더 높아졌습니다. 현재 Warm Audio ODD는 국내에서 184,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보너스 : Fulltone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사실 OCD의 제조사 Fulltone은 전 세계 기타리스트들에게 낭만과 동시에 실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 29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Black Live Matter' 시위에 대해 Fullton 창립자 Michael Fuller는 SNS에서 "겁쟁이 시장과 주지사가 용인하는 약탈의 밤"이라는 발언을 했는데요.

당시 큰 이슈였던 경찰 폭력이라는 사회 문제보다 사업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정당한 시위까지 폭도로 매도하는 태도에 수많은 뮤지션은 물론 기존 Fulltone 유저들조차 풀러를 비난했습니다. 또한 항의 유저에게 비아냥대는 응답 메일을 보낸 것이 공개돼 "쓰레기 브랜드"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로 Guitar Centre Store는 Fulltone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Reverb는 Fulltone 신제품 판매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OCD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옛 연인'같은 페달이었는데요. 다시 돌아온 Warm Audio ODD를 통해 유저들이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