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의 홈레코딩 에세이 3] 안 들리던 소리를 의식하기

무언가를 견뎌야 하는 2주는 아주 긴 시간이지만, 그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갈 수가 없다. 하나의 영상 작업을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면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만에 작업을 몰아서 하고 일주일간 나가떨어진다. 다시 일을 나가게 된다면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데 2주라는 시간을 쓰는 것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2개 정도의 영상을 비축해두려 더 열심히 작업 중이다.

여러 방면으로 날 도와주던 친구가 23개월만에 집들이에 왔다. 워낙 바쁜 친구다 보니 계속 미뤄지다 드디어 놀러오게 됐다. 내가 작업하는 방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확인해줬는데, 전등갓이 심하게 울린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 소리가 나도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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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참 신기한 게 의식해야 들리기 시작하고,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잘 들린다. 청음범위가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아직 멀었지만 연주만 할 때는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던 저음역대나 고음역대의 소리들까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악기와 노래를 공부하면서 그 이전과 듣는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지금도 레코딩을 시작하면서 이전과 듣는 태도가 바뀌는 비슷한 맥락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레코딩 조작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했는데 크게 특별한 것이 없다. 서론이 장황했던 이유다. 우선 커다란 락앤락에서 마이크를 꺼낸다. 올 여름 너무 습해서 습도가 70%까지 올라가는 날이 있었는데, 기겁하여 비명을 지르며 다이소로 향했다. 커다란 락앤락과 습기제거제를 사서 습도계와 함께 넣어두었다. 덕분에 마이크와 모니터헤드폰은 습기에 과하게 노출될 일은 적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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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쌀과 마이크는 습도에 민감한 법

나는 사진과 같이 모니터이어폰으로 레코딩을 하는데 큰 소리로 모니터를 해도 클릭소리가 들어가지 않아 예전에 이어팟으로 모니터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안한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있다. 마이크는 살짝 앞으로 기울이라던 조언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바닥 반사음이 덜 들어와 여러 변수들을 잡아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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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코딩할 때 2개의 트랙을 놓고 메인이 될 트랙과 레코딩을 받는 트랙을 따로 둔다. 로직엔 한 트랙 위에 덮어서 녹음했을 때 잘 정리해주는 편이지만, 큐베이스를 이용할 때부터 그렇게 해왔기도 하고 소스 정리가 훨씬 편해서 두 개의 트랙으로 작업한다. 예전에는 녹음하는 트랙에 리버브를 걸어놓고 레코딩하기도 했지만, 음정이 떨어질 때 캐치하기 어렵고 내가 잘 부르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켜서 요즘은 아무 것도 걸지 않은 상태 그대로 모니터하고 있다.

이번에 작업한 곡은 넬(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이다. 나는 저음역대와 고음역대의 다이나믹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라서 항상 다이나믹을 잡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 노래는 다른 노래들보다 음역 레인지가 넓지 않아 상대적으로 편하게 작업했다. 컴프레서를 걸고 고음역을 신경써서 조절해서 요즘 팝에서 많이 들리는 명확한 보이스톤을 흉내내보고 싶었다.

아직 믹싱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수준으로 컴프레서 몇 개와 이큐잉, 리미터만 사용하지만 내 음원을 내가 스스로 만지기 때문에 여러 실험들도 해볼 수 있고 고민들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어 좋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그런 고민들과 결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자고로 배우고 있을 때 드러나는 것이 많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