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종류별 기초 사용 팁

EQ 치트 시트[1]는 이제 그만

이퀄라이징은 믹싱에 필수로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처음에 감을 잡기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인터넷에서 각종 '치트'를 보고 따라 해봐도 이게 맞는 건지, 왜 소리가 더 이상해진 건지 의문만 커지곤 한다.

사실 그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리는 단지 이퀄라이저만뿐만 아니라 컴프레서, 밸런스, 공간감 등 다양한 요소가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기에 가장 먼저 음색을 바꿔주는 장치가 이퀄라이저이기 때문에 각종 'EQ 치트 시트'에 의존하게 된다.

그보다는 실제 상황에 따라 어떤 이퀄라이징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퀄라이저를 만능 도구로 여기기보단 특정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로 생각하고 다양하게 경험을 쌓다 보면 보다 능숙하게 EQ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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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ustin De La Ornellas, used under CC BY-SA 3.0

흔히 보는 이퀄라이저는 위 첫 번째 사진과 같은 디지털 이퀄라이저일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사진처럼 다소 난해해 보이는 아날로그 이퀄라이저도 있다. 실제로 아날로그 EQ는 매우 많이 사용되며 디지털상에서도 플러그인으로 복각해 똑같은 작동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날로그 EQ를 사용하는 이유는 편의성과 제품마다 다른 특성 때문이다. 여기서는 디지털 이퀄라이저를 통해 기본적인 이퀄라이저의 원리를 이해하고 아날로그 기기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추후 다음 기회에 다뤄보고자 한다.


이퀄라이저가 특정 주파수 대역을 조정해주는 방식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벨(Bell)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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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 모양 타입이다. 'Q값'에 따라 적용되는 폭이 달라지는데, Q가 클수록 폭이 좁아진다.

필터(Filter)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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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저음역대와 고음역대에 각각 존재하는 'High-Pass Filter'(또는 'Low Cut'), 'Low-Pass Filter'(또는 'High Cut')이 있다. 필터는 주파수 대역 아래의 모든 소리를 줄여주거나(Low Cut), 대역 위의 모든 소리를 줄여줘(High Cut) 벨 타입보다 효과가 극명하다.

쉘빙(Shelving)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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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과 로우패스·하이패스 필터의 절충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특정 음역대 아래·위의 모든 음역대를 전반적으로 조절해준다. 물론 줄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부스트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로우패스·하이패스 필터가 너무 과하다고 느낄 때 쉘빙 타입을 사용하면 좋다.


앞서 언급했듯, 'EQ 차트'에 의존해 어떤 음역대에서 어떤 소리 특성이 있는지 외우는 것은 악기에 따라, 녹음 환경에 따라, 의도에 따라 다 달라지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그보다는 아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이퀄라이저를 걸면 소리가 달라질 수 있는지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음색이 치중되어 있을 때

흔히 전반적인 음색이 너무 밝다, 어둡다 등 직관적으로 한 번에 와닿는 문제들이 생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하이패스, 로우패스 필터를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음색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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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가 너무 과하게 음색을 바꿔버린다 싶으면 넓은 폭의 벨타입으로 조금 더 정교하게 음색을 덜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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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거리는 공진음이 있을 때

잘못된 녹음 셋팅이나 녹음 환경이 안좋아 녹음 소스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있다면 좁은 벨 타입으로 깎아줄 수 있다. 주로 중음역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특히 홈레코딩 환경에서는 반드시 점검해야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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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에서 악기들이 부딪힐 때

여러 개의 악기 트랙을 동시에 재생해보면 저음역대나 중음역대에 소리가 뭉쳐 지저분하게 들리고 다른 악기가 잘 안들리는 경우가 있다. 만약 베이스가 100Hz 대역을 충실히 받쳐주고 있다면 기타에서는 벨타입으로 100Hz를 살짝 덜어내도 좋을 것이다. 혹은 아예 과감하게 필터로 저음역대를 덜어내버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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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역이나 저음역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과도한 고음역대를 필터로 줄여주면 저음역대가 살아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부족한 저음역대를 쉘빙 타입으로 살짝 들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과도한 음역대를 깎을 지, 부족한 음역대를 늘려줄 지는 결과는 비슷하지만 믹스 전체에서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으므로 다양하게 시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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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색이 치중되어 있을 때 (너무 밝다, 너무 어둡다 등)필터 또는 넓은 폭의 벨 타입으로 저음역·고음역을 줄여주기
웅웅거리는 공진음이 있을 때좁은 벨 타입으로 줄여주기
믹스에서 다른 악기들과 부딪힐 때필터나 벨 타입으로 불필요한 음역대를 잘라내기
고음역이나 저음역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쉘빙 타입으로 고음역·저음역을 살짝 들어 올리기

처음에는 이퀄라이저의 변화가 귀에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의 귀의 판단을 믿지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모니터링 환경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경험을 쌓아가길 바란다.

[1] 200Hz : 두꺼움 / 400Hz : 먹먹함 / 600Hz : 맹맹한(honky) / 2kHz : 땡땡한(harsh) / 3kHz : 밝은 / 15kHz : 청량한(airy) 등 어떤 주파수 대역을 조절하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설명해놓는 식의 도표 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