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를 위한 드럼 악기론 (2) 16비트 리듬

8비트 리듬이 8분음표를 위주로 만들어진 리듬, 음악이라면 16비트는 16분음표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더 많은 리듬 단위로 쪼개지다 보니 펑크(Funk)나 락 같은 장르에서 화려한 연주로 쓰이기도 하지만 발라드처럼 차분한 노래의 멜로디에 얹어져 리듬 자체가 멜로디의 일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매력적인 리듬이다.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16비트 리듬

펑크, 락에서 쓰이는 16비트 리듬은 결은 약간 다르지만 대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잘 아는, 락과 팝의 경계선 같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Toto의 명곡 `Georgy Porgy`를 들어보면 16비트 리듬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다.

Georgy Porgy를 들어보면 리듬은 굉장히 딥하고 그루브한 느낌을 주지만 노래의 멜로디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 이럴 때 16비트의 드럼 리듬, 베이스 라인이 강조되면서 그 자체로 악기가 또 하나의 멜로디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예시로는 혼 섹션, 콩가 및 퍼커션과 어우러져 멋진 16비트 리듬을 선보이는 Incognito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이 있다.

이 곡은 장르로 구분하자면 애시드 재즈, 재즈 펑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하는 16비트 리듬들이 조화롭게 합쳐져 굉장히 그루브한 연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슷한 느낌의 또 다른 밴드 음악으로는 Earth Wind and Fire의 `In The Stone`, TOP의 `What is Hip` 등이 있다. 이들은 밴드 구성 자체가 관악기와 퍼커션이 들어간 빅밴드 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구성의 밴드 음악에서 쉽게 16분음표 섹션들을 들어볼 수 있다.

16비트로 만들어진 리듬, 멜로디, 섹션이 많은 구성원의 합으로 나오면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16비트 리듬의 특징이다.


좋은 엑센트의 하이햇은 곡의 프레이즈와 그루브를 잘 살려줘

드럼이라는 악기의 관점에서 16비트 리듬을 좀 더 파헤쳐 보자면, 하이햇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냥 16분음표로 일정하게 찍어내는 하이햇이 아닌, 엑센트가 잘 살아있는 하이햇 리듬은 곡의 프레이즈나 그루브에 큰 도움이 된다.

16비트 하이햇 리듬이 잘 강조된 Bill Withers의 `Lovely Days`를 들어보면 베이스 리프에 맞춰 강조되는 하이햇 리듬이 곡의 핵심적인 리듬을 잘 살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킥, 스네어 없이 하이햇 하나만으로도 리듬의 인상을 강렬하게 남기고 있다.

이 곡에서 본격적으로 노래가 들어가면 하이햇은 8비트로 바뀌는데, 여기서 킥 패턴이 16비트로 들어간다. 베이스 라인과 맞춰가다가도 가끔씩 필인처럼 바리에이션을 주는 것이 16비트 리듬의 포인트다.


아는 사람의 귀에만 들리는 16비트의 디테일

앞서 16비트 리듬은 발라드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준다고 언급했다. Chaka Khan의 `Through the Fire`를 들어보면 발라드에서 16비트 하이햇이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들어보면 하이햇이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 느낌이다. 드러머가 아닌 사람이 들었을 때는 얼핏 16개의 하이햇 음표가 모두 비슷하게 똑같이 친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잘 들어보면 계속 하이햇 소리가 커졌다 작아지면서 기분 좋은 그루브를 만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녹음 경험이 많은 드러머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실제로 녹음실에서 디테일하게 녹음을 해본 사람은 일정한 세기의 하이햇 연주에서는 절대 이런 그루브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경험이 많은 드러머가 알아서 이런 디테일을 잡아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꼭 작곡가 본인이 미디를 통해서라도 디테일의 차이를 경험 해보길 바란다. 그럼 곡 작업에서 내가 원하는 뉘앙스에 대해 드러머와 소통하기 매우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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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태평양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푸른 바다와 같은 시원한 리듬으로....` 등의 추상적인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되도록 이런 요구는 참아주자. 구체적인 악기에 대한 이해 없는 추상적인 묘사는 곡 작업의 효율을 크게 떨어트리곤 한다. 그보다는 어떤 곡에서 나오는 리듬이 왜 이런 뉘앙스를 만들어주는지를 알고, 레퍼런스 곡을 통해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해주는 것이 더욱 수월한 소통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