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비트를 찍는 3가지 방법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 팝 음악 작곡에 있어서 기초적인 단위는 리듬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작곡의 한 분야인 ‘비트메이킹’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작곡의 중심에 ‘비트’, ‘리듬’이 자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곡에 있어서 코드 화성을 먼저 만들 수도 있고 멜로디를 먼저 만들 수도 있듯이 무엇에 중심을 두고 먼저 작곡을 시작하느냐는 전적으로 작곡가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많은 비트메이커들은 드럼 리듬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화성과 멜로디를 쌓아가곤 한다. 이 글에서는 드럼 비트를 찍는 3가지 방법과 각 장단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하드웨어를 이용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

드럼 머신이나 신디사이저 등 하드웨어의 오디오 신호를 녹음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다. 2~4마디의 드럼 루프를 연주해 녹음해둔 것을 반복시켜 사용할 수도 있고 스네어, 킥, 하이햇의 트랙을 개별적으로 녹음해 ‘샘플’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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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실제 드럼 녹음 방식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하드웨어가 있다면 자신의, 장비의 개성을 살리면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비트를 만들기 좋을 것이다.

연주 실력이 조금 받쳐줘야겠지만, 드럼 녹음도 후작업을 통해 수정하듯이, 레벨과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하드웨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방식이며, 그 하드웨어 소리를 잘 받아줄 수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컨버터의 성능도 중요하다.

DAW와 마우스만 있으면 나도 비트메이커

장비 이야기가 나왔으니,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달랑 컴퓨터밖에 없는 사람들도 비트메이킹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심지어 마스터 키보드가 없어도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WAV 샘플 파일을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비트를 만들 수 있다.

수정됨 사진Nenad Stojkovic CC BY 2.0
사진=Nenad Stojkovic, CC BY 2.0

‘샘플팩’이라고 불리는 샘플 종합세트는 인터넷을 좀만 뒤져 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샘플팩 안에는 완성되어 있는 드럼 루프도 있고 스네어, 킥의 1회 타격음만 녹음되어 있는 원샷 샘플도 포함되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 하드웨어를 이용해 녹음한 것을 배포해 사용하는 것이다.

드럼 루프같은 경우 파일 이름에 몇 BPM인지 적혀 있는데, DAW의 프로젝트 BPM을 해당 BPM으로 맞춰두고 스냅을 켠 뒤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적당한 위치에 루프들을 위치시키면 근사한 드럼 트랙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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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샘플도 마찬가지이다. BPM에 맞춰 그리드에 마우스로 끌어 놓고 내 마음대로 박자를 바꿔가며 앞뒤로 클립을 움직여주면 된다. 마스터 보드, 미디 인터페이스, 오디오 인터페이스 하나 없이 컴퓨터에 이어폰만 꽂고 만들 수 있어 많은 입문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비트메이킹을 시작해보곤 한다.

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비트를 만들어보고자 한다면 이와 같은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불러온 샘플들은 모두 동일한 레벨이기 때문에 매우 기계적으로 들린다. 물론 하나하나 일일이 클립 게인을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확실히 자연스럽지 않다. 웨이브 파일을 드래그해서 불러오는 것은 쉽게 말해 ‘노가다’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비효율적인 작업이 되기도 하고, 지쳐서 단순한 결과에 만족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샘플팩과 샘플러를 같이 활용하기

이것이 아마 가장 많이 활용되는 비트메이킹 방식일 것이다. 바로 마스터 건반과 같은 미디 컨트롤러와 샘플러 플러그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샘플팩을 사용한다. 하지만 샘플을 일일이 오디오 파일로 프로젝트에 드래그해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샘플러에 불러온 뒤 마스터 건반으로 연주하면 실제 신디사이저처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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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러도 수많은 회사 제품들이 있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샘플러도 많다. Sitala는 간단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좋은 무료 샘플러이다. Sitala를 기준으로 샘플을 불러오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마스터 건반이 DAW와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Sitala를 가상악기로 불러오면 Sitala의 건반들을 마스터 건반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Sitala에서 아무 샘플도 로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마스터 건반으로 연주를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여기서 C3에 미리 준비한 킥 샘플을 불러오면 마스터 건반의 C3을 누를 때 불러온 킥 소리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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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Sitala가 불러와져 있는 트랙으로 실시간 녹음을 해보자. 오디오 파형이 아닌 미디 노트들이 녹음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첫 번째 말했던 하드웨어를 이용해 ‘오디오’로 녹음하는 방식은 수정이 어렵지만, 미디 노트는 거의 무한대의 수정이 가능해서 박자, 강세, 소리 종류 등을 무한히 변경할 수 있다.

또는 음색이 맘에 안 들면 EQ를 사용하거나, 컴프레서를 이용해 음의 성질을 바꿀 수도 있다. 이처럼 샘플을 보다 쉽고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녹음은 마스터 건반으로 하기 때문에 마스터 건반이 눌리는 타이밍과 강세(벨로시티)도 전부 미디 데이터로 녹음이 된다. 그래서 보다 자연스럽고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하드웨어만큼 자연스럽고 소프트웨어만큼 편리한 방식인 셈이다.

무엇이 좋은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

시간 여유가 많고 장비가 있다면 하드웨어를 통해 직접 오디오 소스를 녹음하는 방식이 가장 퀄리티도 높을 것이다. 정말 아무 장비가 없는 사람은 마우스로 샘플을 드래그해 넣는 원시적인 방식을 할 수밖에 없다. 미디 컨트롤러와 가상악기 샘플러를 활용하면 자연스러움과 편의성 둘 다 얻을 수 있지만 약간의 미디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샘플팩의 퀄리티도 중요하다. 샘플팩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 좋은 샘플을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다. 좋지 않은 샘플은 개성도 없고 음질도 별로일 수 있다. 아무래도 샘플팩을 사용하게 되면 샘플 제작자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작곡가의 개성이나 독특한 시도들이 결합되지 않으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비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개성 없는 작업물이 나오기도 쉽다.

위 세 가지 방법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독특한 효과음 하나를 더해주기 위해서라면 굳이 가상악기 샘플러를 사용할 필요 없이 WAV 파일을 드래그해 그리드에 맞춰 배치해주는 것이 더 편리할 수 있다. 물론 작업 상황에 따라 편리한 방법이 다를 테니 정답은 없다.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노하우와 작업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