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D Spark, DSP 종말의 신호탄인가?

4월을 핫하게 달군 뉴스 중 하나는 Universal Audio(이하 UA)가 Native 플러그인을 출시한 것이었다. 기존의 UA의 플러그인들(UAD-2)은 UAD(Universal Audio Digital)라는 플랫폼 기반의 DSP 카드를 통해서만 작동시킬 수 있었다. 다시 말해 UA의 하드웨어를 구매해야만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제 UA 하드웨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UAD Spark'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한때 'Waves 플러그인은 UAD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두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하드웨어도 구매해야 하는 UAD 플러그인이 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저렴한' Waves는 '고가의' UAD를 이길 수 없다는 씁쓸한 비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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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UAD의 정체성은 자사의 하드웨어만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독점적인 지위에 있었다. 그러니 UAD를 Waves처럼 컴퓨터에 다운받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UAD-2와 UADx의 차이

UA 제품이 아직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기존의 UAD-2와 새로 출시된 UAD Spark의 차이를 살펴보자.

Apollo 같은 UA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해 작동하는 플러그인들을 UAD-2라고 부른다. UAD-2의 특징은 컴퓨터 CPU 대신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내장된 DSP로 작동되기 때문에 음악 작업 시 CPU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만약 UA의 하드웨어를 연결하지 않는다면 UAD-2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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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에 새롭게 서비스되는 UAD Spark는 UADx 버전의 플러그인을 제공한다. UA가 아닌 다른 회사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쓰더라도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써드파티 플러그인들과 마찬가지로 CPU 자원을 소모하며, 구독제 방식이기 때문에 월 사용료를 내고 UADx에 포함된 플러그인들을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UADx 등장은 필연적

UADx의 등장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속되는 CPU의 품질 향상과 가격 저하가 UAD Spark 서비스 출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그전에는 DAW를 구동하는 CPU와 별개의 DSP를 사용한 덕분에 고성능의 플러그인을 사용하면서도 쾌적한 작업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CPU만으로도 UAD 플러그인을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충분히 발전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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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하드웨어 시장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하드웨어는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개발, 제작, 판매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무형의 상품인 소프트웨어는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무한히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UAD Spark 서비스를 구독제로 출시한 것은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이 대부분 구독제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UA가 하드웨어 시장을 포기했다?

하지만 UAD Spark 서비스 런칭이 UA의 하드웨어 시장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UADx에 모든 UAD-2 플러그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UADx로는 일부분의 플러그인만 사용할 수 있어 아직까진 제대로 된 UAD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UAD-2를 구동시킬 수 있는 DSP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UADx가 일종의 체험판, 엘리먼트 버전, UAD 입문용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또는 UAD Spark를 홈레코딩, 비트메이킹 등의 엔트리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UAD-2를 전문 스튜디오 타겟으로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UAD Spark에는 기존 UAD-2에 없었던 가상악기 ‘Opal Morphing Synthesizer’가 포함되어 있어 UADx와 UAD-2 시장이 나눠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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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UA가 DSP 하드웨어를 고집해온 이유가 단순히 CPU가 비싸서, 또는 UA의 가치관(검증된 자사의 하드웨어를 거쳐 플러그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자부심이거나, 단순히 상술이거나) 때문이라면 CPU 시장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드웨어 시장을 철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DSP에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CPU와 별개로 작동하는 DSP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레이턴시로 녹음 시 바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경우들, 특히 기타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장비이다. 이처럼 UA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점점을 만들고 자사의 제품들을 연계시킬 수 있는 수단인 DSP에는 쉽게 내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전반적으로 CPU의 질이 올라가고 있다지만 아직 모든 사용자들에게 상용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애플 M1이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모두가 M1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CPU가 성능으로나 가격으로나 모두 DSP를 이기는 것은 시간 문제일지도 모르나, 어쨌든 DSP 장비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다른 변화된 공급과 수요 시장을 가져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UADx의 등장은 일부 UA 하드웨어 사용자들에게 약간의 허탈감을 줬을지 몰라도, 새로운 사용자에게는 부담 없이 UAD 플러그인을 사용해볼 좋은 기회를 열어줬다. 윈도우즈 사용자에게 길이 열린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5월 기준 아직 윈도우즈 버전은 출시예정 상태이다)

UA의 새로운 서비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UA는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까? UADx의 범위를 더 확대할까? UAD-2 만의 독자적인 개성은 얼마큼 남겨둘 것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어떤 현명한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어쩌면 UAD Spark의 미래를 통해 음악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장의 방향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UA의 행보에 집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