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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Audio Bock 187 콘덴서 마이크 리뷰 'U87 절반 가격...성능은?'

'업계 표준' U87에 대해

리뷰에 앞서 Neumann U87의 명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U87은 그야말로 녹음실의 스탠다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녹음실을 예약하려다 장비 목록에서 'U87'을 발견하면 '그래도 급이 있는 스튜디오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반대로 녹음실에서 'U87은 아니지만 좋은 마이크가 있는데~'라고 말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U87이 최고로 좋은 마이크라거나 제일 비싼 마이크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특유의 왜곡이 덜해 자연스럽고 깔끔한 소리 특성은 장르, 악기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렸다. 1960, 70년대부터 이미 U87은 전 세계적인 업계 표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믿고 보는 마이크로 '장비가 나쁘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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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mann U87 Ai (사진=Neumann)

U87의 장점을 정리해 보자면 업계 표준 마이크로서 클라이언트에게 신뢰감을 주고 안정적인 녹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보컬, 기타, 드럼 등 거의 모든 악기 소스에 어울리는 다재다능함이 있다.

단점이라면 가격이다. 현재 70년대 오리지널 U87은 구하기도 어렵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재발매된 U87 Ai다. U87 Ai만 하더라도 3,500달러(한화로 약 450만 원)이며 오리지널 U87의 중고가는 5,000달러(한화로 약 650만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지금 판매되는 U87 Ai은 오리지널에 비해 중음역대가 다소 부족하고 고음역대가 튀는 듯한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U87 복각 마이크 Bock 187

최근 Universal Audio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든 분야에서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2021년 Townsend Labs 인수에 이어 2022년에는 Bock Audio를 인수, 마이크 라인업을 강화해 왔다.

Bock Audio의 설립자 David Bock은 1995년부터 마이크를 제작해 해온 기술자다. 그가 거쳐 간 Soundelux, Bock Audio의 마이크 디자인과 컨셉은 Universal Audio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 듯 보인다. (실제로 Gearspace 포럼의 Universal Audio 담당자의 답변에서 Soundelux와 UA Bock 시리즈는 '같은 디자인'이라는 언급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텔레풍켄, 노이만 등의 전설적인 마이크들을 재창조해 왔으며, 작년 Universal Audio에서 발표한 Bock 187, Bock 167, Bock 251은 각각 노이만 U87, 노이만 U67, 텔레풍켄 ELA M 251 마이크를 복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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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기어라운지를 통해 일주일간 Bock 187을 제공받아 리뷰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수원 소재 레코딩 스튜디오 '롤린놉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으며, 싱어송라이터 '류승훈' 님이 직접 자작곡 '각성'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파트를 연주했다. 녹음 장비는 Neve 1073 DPA, UA Apollo x8p, 그리고 기어라운지에서 제공한 Vovox Link Protect 케이블이 사용됐다.

Bock 187 샘플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후술하겠지만, Bock 187에는 기본 세팅인 'norm' 모드와 10~400Hz를 부스트 하는 'fat' 모드가 있다. 기타 아르페지오는 똑같은 연주를 통해 norm 모드와 fat 모드를 비교했다.

'norm' 모드
'fat' 모드

어쿠스틱 기타 스트럼

어쿠스틱 기타 스트럼 +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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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오리지널과의 유사함

우선 전반적으로 잘 만든 좋은 마이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U87과 얼마나 비슷한가'라는 질문은 둘째치고, '깨끗하고 자연스러움'이라는 U87의 특징이 잘 느껴졌다. 치찰음이 과하지 않고, 중저음역대는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균형감 있게 자리잡혀 있는 느낌이다.

녹음을 진행한 롤린놉스 스튜디오에서도 Bock 187이 U87 특유의 부드러운 중음역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른 회사의 U87 복각 마이크들과 비교해 봐도 중음역대의 표현에 있어서 오리지널과 더 비슷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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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레코딩 환경에서도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이얼로그 녹음에도 잘 정돈된 녹음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별다른 후작업 없이도 듣기 좋았다. 다만 감도가 다른 최신 콘덴서 마이크들에 비교하면 다소 낮은 편이다. U87 Ai의 감도가 단일지향성 기준으로 20mV/Pa인 반면, Bock 187은 8mV/Pa로 매우 낮다. 아마 오리지널 U87의 감도를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8mV의 감도는 음질의 차이라기보다는 마이크 구동 방식의 차이다. 홈레코딩 환경에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따라 충분한 인풋 신호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게인이 필요할 수 있다.

fat 모드에 대해서

Bock 187은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본질을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 제품으로 '현대적'이거나 '실용적'인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U87이 죽었다 깨나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인 것도 아니고, 아무리 오리지널을 잘 재현해도 결국 그건 '재현'한 것이지 오리지널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고전에 대한 보수적인 재현은 한계가 명확하다.

Bock 187 역시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기능이 하나 추가되어 있다. 바로 10~400Hz 대역을 부스트 해주는 fat 모드다. 사실 이 버튼은 제작자 David Bock이 만든 Soundelux 마이크들에 구현되어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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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elux U195의 mode 토글 스위치 (사진=Soundel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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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elux U195 'fat' 모드의 주파수 반응 비교 (사진=Soundelux)

fat 모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고 본다. fat 모드를 사용해 본 결과 분명히 SSL2의 '4K' 모드나 스칼렛 시리즈의 'AIR'같이 다소 정체성이 애매한 부가 기능보다는 '무언가'가 있다. 들어보면 단번에 기분 좋게 저음역대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일주일의 테스트 기간 동안 연주자의 입장에서 Bock 187을 사용해 본 아티스트들은 fat 모드에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fat 모드가 가져다주는 차이는 누구나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분명했지만 과하거나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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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fat 모드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 fat 모드는 분명 저음역대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것이 Bock 187이라는 마이크 자체의 장점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첨가된 조미료의 느낌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첨가물 때문에 Bock 187의 장점이자, 이 마이크가 추구한 U87의 특징인 정돈된 중음역대를 흐트려 놓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필자의 생각에 fat 모드는 아티스트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는 녹음실에서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저음역대가 필요한 악기, 보컬에 fat 모드가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 준다면 녹음하고 있는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영향은 녹음된 스템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곧바로 믹스 엔지니어에게 전달될 것이다. 어쩌면 어설프게 후처리로 저음역대를 보강하는 것보다 녹음 과정에서 Bock 187의 fat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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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fat 모드를 항상 켜둔 채 사용하는 습관은 지양하라고 말하고 싶다. Bock 187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norm 모드를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fat 모드를 또 다른 선택지로 남겨두는 것이 이 마이크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U87 제품과 비교한다면?

Bock 187은 다른 U87 복각 마이크인 Peluso P87이나 Warm Audio WA-87 같은 제품보다는 비싸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비싼 만큼 타 브랜드 제품보다 오리지널 U87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199만 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게다가 기본 구성품에 쇼크 마운트가 제외되어 있다는 점, 무지향성과 양지향성 기능 없이 단일지향성으로만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Bock 187의 기능 대비 가격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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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정도는 타협해야 노이만 U87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Bock 187의 가격은 보컬, 기타 같은 모노 소스 녹음 위주로 U87의 특징, 장점을 취한 채 최대한 가격을 내렸을 때 지불할 수 있는 적정선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노이만 U87을 추구하지만, 결코 U87이 될 수는 없으면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는 점이 이 제품을 애매한 포지션에 놓이게 하는 단점이다. 홈레코딩 유저나 개인 작업자 중 보컬 전용 마이크에 199만 원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450만 원 정도 지불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굳이 돈을 아끼겠다고 Bock 187을 구매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오리지널에 못 미치는 U87 Ai 하나를 구매하는 가격이면 Bock 187을 두 개나 구입할 수 있다. 만약 U87 계통의 마이크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면 Bock 187도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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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ck 187을 추천하는 대상

음악 제작의 퀄리티가 점점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믹싱, 마스터링에 들어가는 노력의 가치는 낮아지더라도 녹음과, 특히 녹음 장비의 가치는 가장 마지막에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저 막귀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목소리를 몇 번 반복해서 녹음 해봤다면 단번에 저렴한 마이크와 좋은 마이크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좋은 마이크에 대한 투자는 음악에서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더 가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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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ck 187은 그 자체로 '좋은 마이크'라고 확신할 수 있다. 199만 원이라는 금액을 생각해도 아깝지 않은 마이크다. 홈레코딩 환경에서는 다소 오버 스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후 녹음 환경 및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발맞춰 계속 그 가치를 상승시켜 나갈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U87에 대한 다소 '강박적인' 집착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스튜디오에서도 구매할 만하다. 보컬리스트에게도 Bock 187이 자신의 목소리와 잘 맞는다면 개인 마이크로 구매해 가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스튜디오에 진짜 독일제 오리지널 U87이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어디서든 부족함 없는 결과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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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디자인과 색상에 대해서도 호평을 주고 싶다. 살짝 아담한 크기와 은은한 녹색빛은 실물로 봤을 때 더 보기 좋았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오리지널 노이만이 고전적인 아우라가 있을지라도, Universal Audio의 느낌이 살아있는 Bock 187이 젊은 세대에게 더 어필하기 좋을 것 같다. 스트리머나 우타이테를 통해 더 노출되면 인기를 끌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