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

작품이자 상품인 음악

며칠 전 직장 내 마케팅부서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동료의 친한 지인이 개인 카페를 하는데, 사업수완이 좋았는지 인근 동네까지 지점을 늘리게 되었단다. 그렇게 몇년을 보낸 현재, 본점만 운영했을 때에 비해 매출부터 운영까지 모든 부분이 적자를 보게 되어 심각성을 느낀 그 지인은 내 동료에게 내·외부 요소를 포함한 포괄적 마케팅 자문을 구했다. 내 동료는 1)입지 조건과 동네 유동인구 등 외부 요소 파악 2)내점고객 특성 파악 3)상품의 질&매장 내 편의/서비스 등 각종 내부 요소 파악 4) 고객이 느끼는 가격만족도와 순이익의 접점 점검의 분석 과정을 거친 뒤 이렇게 조언했다.

"무조건 스마트 스토어 런칭해. 여러 정황상 일단 그 시도만으로 펌핑 가능해."

하지만 음료와 디저트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었던 카페 사장은, 자신은 오직 제품 퀄리티로만 사세 확장을 했다며 동료의 조언은 고맙지만 '원두와 제과 공부'를 더 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person pointing paper line graph
Photo by Lukas on Pexels.com

이 사례를 보았을 때 커피집 사장은 아마도 지인인 마케터의 분석을 신뢰하지 못했거나, 자기 생각이 강한 사람이거나, 그 무엇보다도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에 강박이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상업예술을 하는 모든 아티스트에게도 똑같은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내 작품세계와 대중 간의 접점, 그리고 구매(소비)로 이어지는 모든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는 작품 퀄리티에만 신경 쓰기에도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지면, 작품 창작 외에 모든 외적 요소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전시를 고용한다. 이는 스포츠와 문학, 영화산업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형태다.

그러나 온전히 '국내 대중음악 산업'을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에 아티스트 소속사가 에이전시이자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사 역할을 모두 동시에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북미·유럽의 경우 에이전시, 음반제작, 매니지먼트를 별도 주체로 계약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렇듯 음반제작사에 소속 아티스트를 두고 음반제작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고충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속 아티스트는 본인의 에이전시이자 동시에 본인의 창작물을 세상에 선보여 줄 수 있는 제작사인 일명 '소속사'(엔터테인먼트)와 애매한 갑을 관계를 가진다. 때로는 부가가치를 올려 다양한 제안을 받으며 모든 컨디션 케어를 받는 아티스트가 '갑'의 태도를 취하지만, 아티스트의 음반을 제작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제작비를 투자하는 제작사가 '갑'이 된다. (회사의 방향에 따라 음반제작 자체를 아티스트 '브랜딩 아이템'의 한 갈래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논외로 한다)


소속사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야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소속사(이자 기획사이자 음반제작사)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첫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쉽을 구축해야 한다. 때로는 소속 아티스트를 상품으로 브랜딩해야 할 때도 있고, 어려운 부탁이나 설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오해방지는 원활한 소통에서 출발한다.

둘째, 소속 아티스트의 인간적 성향과 음악적 고유 특성을 면밀히 파악 후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다방면으로 연구해야 한다.

셋째,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작품 창작부터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스스로 늘 인지해야 한다. 물론 아티스트에게 있어 음악적 영감이 가장 큰 축복이겠지만, 그다음으로 큰 축복은 자신의 모든 작품과 가치관을 존중해주며 동시에 셀링 포인트를 뽑아주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아티스트도 비즈니스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다음은 뮤직 비즈니스에 있어 제1창작자인 아티스트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첫째, 음악적 영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현실감각이다. 본인이 처한 위치와 현실을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둘째, '대중'에게 내 음악을 '셀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떻게' 팔지는 에이전시에게 맡기고 내가 지향하는 작품 특성과 대중의 니즈 균형을 심도깊게, 무조건,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어떤 아티스트는 큰 고뇌 없이 동물적 감각만으로 균형 있는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 비중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여러 조언들을 토대로 결정하지 않으면 건강한 상업예술 창작활동을 유지하기 어렵다.

셋째, 본인과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 있는 모든 이들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고유의 직업인으로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아티스트가 직접 PPT를 작성·발표해서 제작사 직원들을 설득했다는 에피소드를 심심찮게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자를 받아 작업하는 입장에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은 모든 산업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하나의 음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수많은 관계자들의 노동과 시간, 금전적 지출이 있다. 그들의 노고가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업과정과 결과물이 관계자들에게 '납득' 되어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woman wearing teal dress sitting on chair talking to man
Photo by Jopwell on Pexels.com

작품 발표에도 전략이 필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위의 요소를 충족하여 완벽한 신뢰를 이뤘다면, 이제 작품을 시장에 던질 차례이다.

사실 온전히 음악만으로 승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음악'만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다. 노래하는 보컬의 외모나 패션이 이슈가 될 수도 있고, 그룹이라면 멤버 간의 관계성과 서사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 혹은 성장 배경, 추구하는 가치관 등이 소위 '입덕'포인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전략적으로 과잉 노출하거나 숨기는 전략을 짜기도 한다.

디지털 싱글―미니앨범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종류와 텀을 계획할 때에는 리스너들의 반응을 살피며 유동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를 고르곤 한다. 발매할 때에는 그 시즌에 맞춰 프로모션 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찾아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며 적당히, 합법적인 수준 안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충성도 높은 리스너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더 결집할 수 있도록 대면공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가벼운 팬미팅을 기획하기도 한다. 음악 외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브이로그 등의 각종 영상콘텐츠 제작을 하기도 하고 매체 인터뷰에 응하기도 한다.


무궁무진한 홍보 가능성 열려있어

대중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매체가 많지 않아 공중파·케이블 등 방송 매체나 매거진 등에 노출되기 위해, 혹은 각 음반 차트에 들어가기 위해 발로 뛰는 홍보를 강행했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스미디어가 존재하며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PR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의 홍수에 살고 있다. 즉, 더는 음악방송 PD에게 접대하지 않아도 되고 한 번의 대중노출을 위해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됨을 뜻한다. 무엇보다 대중들 역시 TV 편성표처럼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른 수동적 접근이 아닌, 직접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접할 수 있는 능동적 접근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당연한 공식일 수 있지만 좋은 음악+매력적인 아티스트+방향성 맞는 마케팅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진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