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제 vs 영구 라이선스, 뭐가 더 좋을까?

여러 분야의 서비스 구매 방식이 구독제로 바뀐 지는 꽤 오래됐다. 당장 음원 스트리밍만 해도 다운로드보다 구독제 스트리밍이 압도적인 비율이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은 대부분 구독 시스템으로 수익 모델이 자리 잡힌 지 오래다.

구독제 발표했다가 바로 취소한 Waves

음악 소프트웨어에서도 구독 서비스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사례로는 최근 다소 기습적으로 구독 서비스 전환을 시도했던 Waves Audio가 있다. Waves는 업데이트 플랜 상품을 없애고 전부 구독 시스템인 Creative Access로 바꾸려고 했지만 유저들의 거센 비판에 바로 영구 라이선스와 구독제를 병행하는 것으로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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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aves Audio

이미 구독 서비스가 온전히 자리 잡고 있는 플러그인 회사들도 있다. Slate Digital, Plugin Alliance, 오토튠 플러그인을 판매하는 Antares Audio를 비롯해 최근 Native 플러그인을 구독제로 발표한 Universal Audio가 있다. DAW에서도 최근 Pro Tools가 전면 구독제로 전환했고, Studio One, Reason도 구독제와 영구 라이선스를 병행하고 있다.

구독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

사람마다 선호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구독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정적인 반응의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이미 비싼 금액으로 하나하나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해 온 사람에게는 조금 억울할 수 있다. 그동안 지출한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뒤늦게 도입된 저렴한 구독제 요금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앞의 이유와 연결되는 것인데, 어쨌든 내가 구매한 플러그인을 계속 사용하려면 과거에 구매한 영구 라이선스 금액 + 앞으로 계속 내야 할 구독 요금까지 더해져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구독제를 도입하더라도 영구 라이선스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웨이브스가 업데이트 플랜을 없애버리려고 한 것이 비난받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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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장기적인 비용 부담이다. 고가의 플러그인들을 저렴한 구독 요금만 내고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독하고 있는 회사의 모든 플러그인을 꼭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 회사의 플러그인만 사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여러 개의 플러그인 회사와 DAW까지 구독하게 된다면 월 지출이 만만치 않아진다.

그래도 구독 방식은 점점 늘어나는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러그인 회사들이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구독제를 구입한 사용자가 로그인해서 인증을 하게 하면 크랙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란 유지 보수가 반드시 들어간다. 끊임없이 OS가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기능들에 따라 플러그인도 발맞춰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는데, 구독제는 지속적인 제품 관리 비용을 보장해 준다.

이 문제는 최근 애플의 M1, M2, M3 칩의 개발과도 연관이 있다. 애플은 계속 향상된 하드웨어를 출시하는데 음악 플러그인들은 그에 맞춰 업데이트 속도가 수월하진 않다. 그래서 음악에서 맥 유저들은 구형 컴퓨터나 OS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는데, 애플의 신제품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언젠가는 유저들이 발맞춰 업데이트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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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전부 구독제로 바뀔 것?

그렇다면 구독제와 영구 라이선스 중 어떤 것이 음악계에 더 좋은 선택지가 될까? 유저와 제조사에 따라 입장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독제가 더 유력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 본다.

새로운 유저들은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함에 맞춰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가 꾸준히 이뤄진다면 구독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영구 라이선스에 익숙한 오래된 유저들도 구독제에 호감을 느끼게 하려면 제조사의 더 적극적인 업데이트와 정성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플러그인 얼라이언스같은 경우 꾸준히 출시되는 새로운 플러그인들을 출시하고 있고, 구독 요금을 내는 사람들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 반면, 새로 나오는 플러그인이 그저 그런 제품의 '재탕'이라면 구독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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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lugin Alliance

제조사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전체적으로 구독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소프트웨어 이용자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어도비의 경우 영구 라이선스를 단종시켜서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등의 프로그램은 구독제를 이용해야 하며,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컴퓨터 하드웨어 사양에 구버전 지원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구독제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로직이나 음악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예외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당분간, 꽤 오랜 시간 영구 라이선스는 유지될 것이다. 어쨌든 시장에 영구 라이선스에 대한 수요가 아직 많기 때문이고, 장기적이지만 작은 수익을 보장하는 구독제에 비해 초기에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영구 라이선스의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사의 의도에 의존적인 구독모델보다 사용자가 필요한 것만 직접 선택해 취할 수 있는 영구 라이선스만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