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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오디오에 필수적인 샘플레이트, 비트뎁스 지식

디지털 오디오 작업을 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초 지식이 있다면 '샘플레이트'와 '비트뎁스'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현대 DAW와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자동으로 해결해주고 있어 혼자 소소하게 녹음을 하는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이나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될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DAW에서 많이 쓰는 WAV, AIFF 파일 등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한 것이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는 과정은 비디오 녹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사물의 움직임은 연속적이지만 그것을 비디오로 담아내려면 수많은 프레임으로 찍어내 빠르게 재생해줘야 한다. 여기서 프레임이 높으면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지만 용량과 필요한 사양이 늘어나고, 프레임이 낮으면 부자연스럽지만 용량이 작아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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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프레임은 '샘플'이 된다. 디지털 기기는 일정한 속도로 연속적인 스냅샷을 찍어내 저장하고 다시 재생하면서 자연의 아날로그 소리와 유사한 디지털 소리를 만들어낸다.


샘플레이트(Sample Rate)

샘플레이트는 주파수 분포의 밀도를 결정하는 단위다. 샘플레이트가 높아질수록 더 촘촘하게, 많이 샘플을 나눠 저장하고 재생한다. 고로 샘플레이트가 높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현실과 더욱 유사하게 소리를 재현해낼 수 있다. 반대로, 샘플레이트가 낮으면 정보가 더 많이 소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디오 작업에 적합한 샘플레이트는 44.1kHz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대역이 20~20kHz라고 할 때, 디지털 오디오에서 이를 전부 다 재생해내기 위해서는 두 배의 샘플 단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퀘스트 이론) 44.1kHz의 샘플레이트는 가청주파수 대역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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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44.1kHz의 샘플레이트만으로도 우리가 음악을 듣는 데 필요한 가청주파수 대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48kHz, 88.2kHz, 96kHz, 192kHz의 샘플레이트가 필요할까?

첫 번째로, 앨리어싱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20kHz 위의 주파수도 우리가 듣지 못할 뿐, 없는 것은 아니다. 44.1kHz는 20kHz 위의 초고역대의 주파수를 처리하지 못한다. 그러면 처리되지 못한 주파수들이 아래 주파수 대역으로 도로 튕겨져 나오면서 노이즈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앨리어싱이라고 한다. 물론 44.1kHz에서도 플러그인의 오버샘플링 기술이나 안티 앨리어싱 필터를 이용해 앨리어싱 효과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샘플레이트가 커지면 앨리어싱 효과 자체를 많이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샘플레이트가 높아질 때 또 다른 좋은 점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더 세밀하게 많은 데이터를 촘촘히 나눠 저장했기 때문에 변형되었을 때 원본의 느낌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루프의 템포를 바꾸거나 타임 스트레치 툴을 이용해 클립의 속도를 바꾼다면 44.1kHz보다 192kHz로 녹음된 음원이 더 자연스럽고 변형이 적을 것이다.


비트 뎁스(Bit Depth)

우리가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에는 음색도 있지만 음의 크기도 있다. 샘플레이트가 얼마나 세밀하게 음역대를 기록하는지 정해준다면, 비트 뎁스는 얼마나 세밀하게 소리의 크고 작음을 표현해 줄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의 볼륨 조절 버튼을 생각해보자. 핸드폰 볼륨은 아예 소리를 꺼버리는 0부터 최댓값까지를 15단계 정도의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다. 만약에 이 버튼이 0에서 최대까지 5단계로만 조절할 수 있다면 한 단계만 올리고 내려도 소리 크기가 들쭉날쭉 바뀔 것이다. 그런데 이 버튼을 16,777,216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면? 아마 버튼을 수없이 많이 눌러야겠지만 훨씬 더 세심하게 소리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16비트, 24비트는 가능한 표현 단계의 개수에서 차이가 난다. 16비트만해도 65,536가지의 수를 표현할 수 있지만 24비트가 되면 16,777,216가지의 수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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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비트 뎁스가 높아지면 다이나믹 레인지가 커지고, SNR비율이 낮아지면서 노이즈 플로어도 낮아진다. 더불어 믹스에서 헤드룸이 더 많이 확보돼 쉽게 클리핑이 발생하지 않게 방지할 수 있다.


무조건 높은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가 좋은가?

여기까지 보면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가 높을수록 더 좋은 음질의 디지털 오디오 파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2kHz 샘플레이트와 24bit 비트뎁스 작업이 전문 스튜디오의 이상향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홈레코딩을 하는 입장에서도 가능하면 높은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자신이 사용하는 하드웨어가 높은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를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최근의 개인용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은 192kHz/24bit까지 처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 구형 장비들은 24bit 비트 뎁스 조차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가 높아지면서 파일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정용 컴퓨터의 사양으로 이 정밀한 데이터들을 처리하기엔 다소 부담이 갈 수도 있다. 결국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많은 트랙과 플러그인의 사용에도 제약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 192kHz/24bit를 사용할 만큼 장점이 크냐는 것이다. 수치상으로 높은 샘플레이트가 2배로 좋은 품질을 보장한다고 해서 사람의 귀가 2배로 좋은 품질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Ogg 포맷의 창시자로 유명하기도 한 크리스 몽고메리는 192kHz/24bit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24/192에 대한 집착은 고의적인 무지와 사기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하는 셈이다."

이 말은 오디오 작업에 있어서 더 중요한 요소(작곡, 녹음 테크닉 등)에 비하면 높은 샘플레이트와 비트 뎁스에 대한 논쟁은 아주 사소하고 불필요한,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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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뎁스의 경우 지금의 음악 장비나 컴퓨터 사양은 충분히 24비트를 충족하기 때문에 24비트로 녹음, 작업할 것을 권장한다. (심지어 현재 대부분 DAW들은 부동 소수점 32비트를 지원한다) 하지만 샘플레이트는 이유 없이 무리하게 96kHz, 192kHz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공동작업자와 동일한 샘플레이트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작업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물론 본인이 여유가 된다면 혼자서 샘플레이트를 얼마나 올려서 녹음하고 믹스를 하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