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Avid 인수에 대한 우려…Pro Tools의 미래는 어디로

최근 DAW Pro Tools를 서비스하고 있는 Avid가 사모펀드 STG에 인수된 사건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막론하고 많은 제조사들의 인수 합병 소식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Pro Tools가 (비록 최근엔 DAW 시장의 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음악 제작 업계에서 큰 사용자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모펀드 인수가 무엇을 의미하길래 이렇게 논란이 됐을까요? 인터넷에서 프로툴즈에 대해 다루는 유명한 커뮤니티 중 하나로 알려진 Production Experts는 지난 8월 동안 한 차례 보도와 3차례의 분석 기사를 통해 이번 인수 사건을 다뤘습니다. 오랜 기간 음악 업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수행해 온 Production Expert 답게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 들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Avid의 STG 인수 소식을 아직 모르신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

Production Expert의 첫 번째 사설은 사모펀드의 성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 회사는 투자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단기적인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제품의 연구, 개발, 혁신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시로 Native Instruments와 iZotope가 Francisco Partners에 인수된 이후 첫 해 많은 인재가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모펀드 회사는 종종 이익을 위해 인수된 회사를 몇 년 이내에 매각"하기도 한다며 Avid가 장기적 관점의 제품 개발 계획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단적인 시각에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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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에 묵묵부답인 Avid

반면 Avid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Production Expert의 두 번째 기사에 따르면 이는 상장 회사의 이사가 회사 매각과 같은 중요한 사건에 관해 논하는 것에 다양한 법적 규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소한 언급도 투자 상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이유인데요. 어쨌든 Avid는 제품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와 불안함에 대해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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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Production Expert는 비록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사모펀드에 업계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보면 Avid의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하지만 Audiotonix(Digico, SSL, Slate Digital을 인수), Amira(IK Multimedia를 인수)처럼 긍정적인 사모펀드 인수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대책

8월 21일 게시된 세 번째 사설에서는 Avid가 이번 인수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했습니다. 오랜 시간 Pro Tools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뤄온 매체로서 앞으로 Avid에 바라는 점에 대해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사는 '제품 문제 해결' '투명한 제품 로드맵 공개' '가격 책정 모델' '고객 중심 접근' '고객 지원' 총 5가지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프로툴즈의 느린 업데이트

• 이하 내용은 Production Expert의 의견이 아닌 월간 믹싱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사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저는 그동안 Avid가 제품 개발에 소홀히 했던 부분이 있었으며, 이번 기회에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프로툴즈는 '업계 표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DAW가 이미 지원하고 있는 기능의 도입이 매우 느렸습니다. 일례로 케이크워크는 2013년에 ARA를 도입한 반면, 프로툴즈는 2022년이 돼서야 ARA2를 처음으로 이식했습니다. 이미 ARA를 지원하지 않는 DAW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고 나서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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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vid

DAW의 미래

프로툴즈는 현재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DAW는 아닙니다. 큐베이스, 로직과 같은 경쟁자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원, 리퍼 등 새로운 경쟁자도 점점 많은 사용자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가 아닌 레코딩, 포스트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 스튜디오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프로툴즈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프로툴즈는 언제까지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Avid가 기존 프로툴즈 사용자만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번 손에 익은 시스템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별로 바꾸는 일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매우 급박하게 이뤄집니다. 경쟁 제품들의 혁신, 발전과 변화하는 음악 제작 환경에 발맞춰 대응하지 않는다면 고객을 잃을 가능성만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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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모펀드의 Avid 인수가 이런 대응에 적극적일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적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입니다. 다행히 Production Expert를 통해 선공개된 이번 9월 업데이트에서 프로툴즈에 새로운 'Sketch'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어떤 제스쳐를 취하긴 했습니다. 전통적인 리니어 워크플로우(프로젝트의 시작과 끝까지 노래 전체에 집중)를 고집하던 것에서 루프, 패턴 반복적인 음악에 특화된 논리니어 워크플로우(짧은 패턴을 디벨롭해가며 창작)의 가능성을 연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어떤 DAW를 사용하든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DAW들이 발전했습니다만, 여전히 특정 장르, 작업 방식에 따라 나눠지는 DAW 취향이 있습니다. 저는 DAW들이 기능의 유무는 극복하고, 취향의 유무에 따라 사용자층이 나눠지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은 이를 충분히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논리가 그렇지 않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