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쓸만한 무료 DAW, Pro Tools Intro 리뷰

2022년 Avid는 Pro Tools의 업데이트를 통해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기존의 영구 라이선스 버전 판매를 중단하고 모두 오직 구독제로만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인데요.

사실 기존에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한 유저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ARA2 지원이 (이제서야!)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다지 크게 바뀐 점이 없는 업데이트이기도 해서 대부분 스튜디오에서는 구버전의 영구 라이선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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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vid

구독모델로 바뀌면서 주목할 만한 업데이트는 기능 측면이라기보다는 Pro Tools Intro라는 제품의 등장일 것입니다. 2022년 9월 업데이트부터 도입된 Pro Tools Intro 버전은 과거 Avid가 시도했던 'Pro Tools First'의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하는 무료 DAW입니다.

오늘은 과연 Pro Tools Intro가 과거 'First' 버전의 실수를 극복했는지, 실제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무료 DAW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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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Tools First는 왜 망했나?

Pro Tools First가 기능 제한이 걸린 무료 버전을 내놓은 첫 번째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도 Digidesign 시절 Pro Tools 3.4라는 무료 버전과 Pro Tools LE처럼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는 기능이 제한된 버전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시도는 'Pro Tools First'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First 버전은 정식 유료 버전과 아예 다른 프로그램에 가까웠습니다. Pro Tools 3.4처럼 동일한 소프트웨어에 약간의 기능 제한이 있는, 실제로 사람들이 원했던 것과 달리 메뉴도 다르고 동작 방식도 아예 다른 소프트웨어가 나온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Avid Cloud 서비스를 내세우기 위해 로컬 저장소에 프로젝트를 저장할 수 없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대 3개까지만 프로젝트 저장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서드 파티 플러그인도 쓸 수 없었는데요. 이제 보니 '프로툴즈'라는 이름만 믿고 나온 제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료 버전과 동일한 Pro Tools Intro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료 버전에 앞서 무료 버전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료 버전을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유료 버전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이는 얼마나 유료, 무료 버전의 기능이 유사하고 체험적인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First 버전과 달리 Intro 버전은 프로툴즈 유료 구독 버전과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단지 구독 모델을 구매하지 않은 Avid 회원은 트랙 생성 개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경고창이 뜨는 등 정식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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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vid

그러다 보니 Pro Tools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Avid Link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회원 로그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 Intro 버전은 무료 버전인 만큼 반드시 로그인되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Avid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라면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프로툴즈가 Intro 버전으로 실행된다는 뜻입니다.

Intro 버전이 가지고 있는 제약들

Intro 버전의 주된 제약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서라운드 믹스 불가. 스트레오 믹스만 가능.
  • 오디오 트랙, 악기 트랙은 각각 8개까지 생성 가능.
  • Aux 트랙, 라우팅 폴더는 모두 합해 총 4개까지 생성 가능.
  • 4개의 동시 레코딩 인풋.

그리고 유료 구독제와 비교해서 조금 못 미치는 혜택도 있습니다.

  • 멜로다인 에센셜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
  • 기본적인 35개 Avid 번들 플러그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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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만한 물건인가?

물론 기능 면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아주 권장한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무료 및 저가 DAW에서 좋은 제품들이 워낙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유저의 성향에 따라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튜디오와 작업을 한다면

저라면 적극 추천하겠습니다. 실제 스튜디오의 작업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고 프로젝트의 공유, 교환도 용이해집니다. 만약 더 많은 트랙의 작업 프로젝트를 공유해야 한다면, 그때만 구독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구독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무료 Intro 버전으로 돌아와 이전처럼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작곡, 편곡, 녹음, 믹싱까지 모두 한다면

꼭 프로툴즈 인트로만이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단 멀티 트랙으로 작곡을 한다면 트랙 제한이 다소 거슬립니다. 제 생각엔 악기 1~2개에 보컬 1~2명 정도의 녹음, 믹스까지가 가능한 구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장 저렴한 구독제 '아티스트' 버전이 월 9.99달러인 것을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Ultimate 버전까지 올라가면 월 99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고 봅니다.

오디오 편집을 자주 한다면

아무래도 프로툴즈라는 프로그램은 녹음 세션의 관리나 편집 측면에서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기능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충분히 다른 DAW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만합니다.

프로툴즈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

프로툴즈에는 여러 가지 편견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전문 스튜디오라면 프로툴즈를 써야 한다" "제대로 녹음, 믹싱하려면 프로툴즈를 써야 한다"는 편견은 이미 사라졌다고 봅니다. 큐베이스, 로직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원, 에이블톤 라이브를 비롯해 해외에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Reaper도 프로툴즈와 비교해 손색없는 제품들입니다.

반대로, "프로툴즈는 전문가나 쓰는 것"이라는 편견도 이번 Intro 버전을 통해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구독제를 선택한 작년의 업데이트는 전문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입문자, 홈레코딩 유저를 타겟으로 잡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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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vid

그리고 이 점은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프로툴즈가 의미 있는 업데이트를 통해 전문가층의 수요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할지, 혹은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에 처하게 될 지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