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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을 위한 '올인원 솔루션',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고 음원으로 발표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옛날에 음악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장비, 장소, 인력, 비용 지식 등의 문턱이 지금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음원을 한두 개 발표하는 것과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은 별개다.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음원을 발표하고, 라이브 무대에 서고, 자신을 홍보하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창작 활동의 문턱은 현재 '돈'이라는 단일한 조건으로 환원됐다. 경제적인 제약은 현재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예술인들이 이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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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2020년 설립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예술인들이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만들어졌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소생산자나 소비자가 조합원으로 뭉쳐 상호 협력을 통해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창작 활동과 관련된 사무·행정, 인프라, 금융 지원 등 예술인을 위한 '올인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Smart'가 아닌 'Social' 'Mutual'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스마트'는 Smart가 아닌 Social Mutual ART(SMart)를 의미한다. 벨기에 SMart 협동조합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프리랜서 예술인이 고객과 안정적으로 계약을 맺고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 행정 및 인프라, 지불보증기금, 사회보험 혜택 등을 지원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또한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행정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아닌 사업체, 법인을 고객으로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법무, 노무, 세무 등의 문제를 예술인 개인이 해결하기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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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또한 2020년부터 개정된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할 경우 '예술인고용보험'에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데,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보도 부족하고 이런 사무적인 처리가 막막한 예술인도 많다. 이 역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무료로 사무 대행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종합소득세 환급 대행, 공연예매대행, 예술인 후원 모금 대행 등 전문적인 사무 지원을 제공해 조합원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창작 장소 및 장비 인프라 제공

예술 활동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역시 장비, 장소 같은 인프라이다. 특히 매일 사용하는 것도 아니지만 창작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고가의 장비들을 개인적으로 구비해 두기란 매우 부담이 된다.

이에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영상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 렌즈, 무선 마이크, 조명 등을 비롯해 라이브 공연에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 마이크, 건반, 케이블, 프리앰프, 오디오 인터페이스, DI 박스 등의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주고 있다. 특히 라이브 활동을 드문드문하는 뮤지션이라면 굳이 큰 금액을 들여 장비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빌려 사용할 수 있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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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공간 인프라도 창작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은평구 대조동, 신정동에 음악 연습실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상층에 위치해 쾌적하고 좋은 방음 시설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또한 조합원은 피아노가 구비되어 있는 방음 연습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대조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놀'은 Neumann U87, AKG C414, Vintech X73i Preamp, Prism Sound Lyra 2 등 최상급 녹음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후술할 음반 제작 및 영상 촬영도 이곳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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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품 활동

아티스트는 계속 자신의 작업물을 생산해 내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 역시 궁극적으로 예술인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미 여러 장의 앨범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신국악 전설'로 불리는 강호중의 정규앨범 '강호중'과, 노래집단 '새벽' 출신의 민중가요 작곡가 류형수의 첫 정규 앨범 '하루'도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프로덕션을 맡아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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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앨범 발매에는 곡을 만드는 과정만 들어가지 않는다. 사진 촬영, 앨범 아트 디자인, 홍보, 뮤직비디오 및 라이브 클립 제작, 앨범 발매 기념공연까지 단순히 곡 작업하는 것 못지 않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황경하 조직국장은 "인디 뮤지션들이 종종 곡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앨범 커버 같은 다른 요소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들이 투입돼야 진짜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최근 '공유 에이전시'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뮤지션들이 직접 제작을 책임지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 음악, 미술, 영상,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을 서로 채워주며 작품의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홍보, 기획, 음향, 재원, 연출, 의상, 메이크업까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가 많습니다. 이런 것을 전속 계약을 맺은 소속사나 투자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필요한 것을 서로 제공해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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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마트협동조합 황경하 조직국장 (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예술인도 저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사실 예술인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적인 지원이다. 별도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작품 활동에 필요한 장소 렌탈 및 장비 구비, 인력 고용 등을 자비로 한 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혹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예술인도 긴급한 문제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

긴급한 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받으려 해봐도 보통 예술인은 근로소득자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다는 이유로 실업자, 무직자 취급을 받는다. 결국 10%가 넘는 고금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및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북서울신협을 통해 신용도를 보지 않고 5%의 대출금리로 조합원에게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과 '예술프로젝트 준비 대출'을 제공한다. 예술프로젝트 준비를 위한 기반 자금이 필요한 경우 최대 500만 원을, 급한 생활비 마련이 필요한 경우에도 200만 원 이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개최됐던 '씨앗페'가 이런 예술인의 고리대금 문제를 알리고, 저금리 대출을 실행하기 위한 기금을 모으고자 하는 시도였습니다.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전시와 공연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총 4억 원의 대출을 시행할 수 있는 기금을 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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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더불어 황경하 조직국장은 '수입이 불안정한 예술인에게는 쉽게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통념은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2021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통해 조합원 39명이 총 9,300만 원을 신용 대출받았었습니다. 당시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사람도 있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1년 만에 100% 전액 상환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조합원은 재해 및 질병으로 병원에 가야 할 때 녹색병원을 통해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돈이 없어 건강도 챙기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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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예술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다. 그 예술을 생산하는 예술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써 역할을 가지고 교류하며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예술인의 삶도, 작품도 개인이 홀로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닌 사회적 연대 속에 서로 지지받으며 성장할 권리가 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그저 가난한 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Social)이고 상호적인(Mutual) 연대의 장을 조성한다.

비록 여기서는 음악에 집중해서 설명했지만,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클래식, 대중음악, 국악, 사진, 연극, 뮤지컬, 미술, 영상, 무용·댄스 등 모든 예술 분야에 대해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관심 있는 예술인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