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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을 위한 좋은 장비와 편안한 제작 환경을, 스튜디오 놀(NoL)

스튜디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원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음악 스튜디오'였다. 곡을 발매하고 싶으면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모든 것이 음악 스튜디오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이 홈레코딩 내지 작업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혹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만 전문 스튜디오에 의뢰하는 식이다.

어찌 됐든 음악 스튜디오가 담당하던 역할은 이전과 비교해 축소됐고, 결과적으로 제공 서비스, 시설 형태도 변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경우엔 축소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다른 분야가 더해지기도 했다. 스튜디오 놀(서울 은평구 통일로71길 2-1 3층)은 일반 음악 스튜디오이기도 하지만,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일부로 기능하며 넓은 범위의 음악 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튜디오의 설계 특징, 장비 구성도 그에 맞춰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단 컨트롤룸의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여기 있는 장비들은 다 황경하 엔지니어님의 취향에 맞춰 세팅된 것일 텐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저는 Vintech Audio의 X73i 프리앰프를 정말 좋아합니다. 예전에 일하던 스튜디오에서 UA 610도 썼었고 Tube-Tech, Millennia, Amek도 써봤었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이 프리앰프만큼 좋았던 건 없는 것 같아요. 니브 1073을 복각한 제품인데 지금까지 썼던 프리앰프 중에 가장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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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X73i의 과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는 엣지있는 소리가 좋았어요. 사람 목소리에서 정확하게 포착해야 할 부분을 잡아냈다랄까요. 유명한 브랜드 제품들이 소리가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항상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X73i는 귀에 아름답게 들리는, 음악을 들을 때 듣는 즐거움도 있는 그런 프리앰프라 생각하고 굉장히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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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작업 때 Console 1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 Console 1을 사고 한 6개월은 후회했어요. 내가 또 속았구나라고 하면서요. 그런데 쓰다 보니 Neve를 모델링한 British Class A가 정말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스테레오 버스부터 시작해 개별 트랙으로 접근하는 탑다운 믹싱에서 밸런스 잡기에도 좋아요. 길게 설명할 것 없이 Console 1을 가지고 있다면 꼭 써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작업하니까 더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런데 종종 같이 작업하시는 분들 중 소리에 민감한 분들은 하드웨어를 더 선호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아날로그, 어쿠스틱 음악 계통에서는 Console 1 같은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보다는 SSL Fusion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서 사용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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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예민한 뮤지션 분들은 디지털 소리를 안 좋아하시기도 해요. 약간 색채가 더해지는 것이나 빈티지함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물론 British Class A도 훌륭한 제품이고 작업에 사용했을 때 클라이언트 만족도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취향이나 장르에 따라 Console 1이나 Fusion 중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피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지금 2조를 사용하고 계신데요.

저는 EVE SC207을 가장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예전에 ADAM을 사려다가 매물이 너무 없어서 구매했던 건데요. 약간 힘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또 섬세한 매력이 있습니다. 중소형 스튜디오라면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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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튜디오에 오시는 분들은 ProAc 스피커에 대해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다소 빈티지한 성향의 스피커라 많이 사용하진 않고요. 어쿠스틱이나 빈티지한 음악을 할 때, 특히 Fusion을 사용할 때는 이걸로 모니터링 하는게 좋은 결과를 얻곤 합니다.

그럼 레코딩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저한테는 벽에 붙여놓은 이 디퓨저들이 최고의 장비입니다. 사실 어디 건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냥 반신반의하면서 중국산으로 달아 둔 건데 너무 좋아요. 여기서 생기는 바삭바삭한 질감도 좋고요. 고역대가 잘 분산되어서 그냥 대화만 하는데도 귀가 편안하게 소리를 잡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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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안에서 소리가 잘 잡히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장비를 사용하든 녹음 소리가 잘 들어오니까요. 디퓨저 나무 재질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처음엔 인테리어 용도로 대충 사다가 벽에 드르륵 박은 건데 최고의 선택이었죠.

여기 있는 비싼 마이크보다 이 정체불명의 디퓨저가 더 마음에 드신다는 거죠.

이 U87은 젠하이저에 인수되던 초창기에 나온 제품인데요. 고음역대가 약간 약하지만 감안해 톤 메이킹을 하면 꽤 풍부하고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무난한 C414를 더 선호하기도 해요. 룸 톤 자체가 잘 잡혀있어서 어떤 마이크를 사용해도 마음에 들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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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좋은 마이크도 있고 쓰이는 역할도 다양한데요. 그래도 이 룸에서는 다른 어떤 마이크를 써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거죠. 특히 요즘은 마이크 스펙 자체가 많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그만큼 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자가 컨트롤룸의 작업 화면을 같이 볼 수 있는 TV도 놓여 있는데요. 여기 마우스나 패드로 직접 컨트롤도 할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보고 있는 DAW 화면의 어레인지 뷰를 같이 볼 수도 있고요. 직접 녹음을 하거나 모니터링과 관련된 컨트롤도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영상 음악을 할 때 완성된 영상을 틀어놓고 녹음할 때 사용합니다. 이번 제15회 DMG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출품작 '땅과 꿈' 음악 작업도 여기서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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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규모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레코딩룸이 좁아서 불편할 때도 있는데요. 여기는 방 넓이가 꽤 쾌적해서 뮤지션들도 편리할 것 같네요.

보시면 레코딩룸이 컨트롤룸보다 큽니다. 대개 레코딩룸이 더 작은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저희도 처음엔 지금과 반대 위치로 지었다가, 다시 지금처럼 바꾼 겁니다.

스튜디오를 설계할 때부터 영상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간이 협소하면 조명을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배치하기 어렵고, 촬영 각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하죠. 요즘은 음악을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물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에는 영상 제작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흔적이 많습니다.

실시간 공연 송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코로나 시기 비대면 라이브도 많이 촬영했었고요. 라이브 클립도 만들고 최근에는 지누콘다 님의 'Burn In Hell'을 녹음하면서 영상을 같이 촬영,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소규모 사업 설명회나 라이브 방송 같은 영상 작업도 하고요.

카메라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정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오디오 장비보다 훨씬 좋아요. 넷플릭스 상영 등급을 충족하는 카메라도 있고요. 외부 촬영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실 영상 촬영이라는 게 장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에게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자연스러운 영상이 나올 수 있을 텐데요. 사용자에게 초점을 둔 부분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래 스튜디오 놀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음악 작업을 하다가 좋은 오디오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편안한 녹음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사실 녹음실에는 날 것의 소리를 녹음하다 보니 마치 자기 치부를 다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장 마음이 놓이고 전부 통제할 수 있는 장소인 자기 집에서 작업하는 홈레코딩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저는 편안함에서 나오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발가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조합원들이 마음을 놓고 친근하게 녹음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죠. 거기에 더해 충분한 퀄리티를 보장하는 장비까지 갖춘 믿을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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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설계부터 배치, 내부 구성까지 뮤지션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려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편안한 룸 톤, 넓은 녹음 공간, 토크백 시스템 등이 모두 이런 관점에서 나온 것이고요. 저희 조합 서비스의 일환인 음악 작업에 대한 법적 문제 검토, 계약 작성부터 영상 촬영, 홍보, 공연 진행까지 맞춰드리니 조합원분들도 꽤 만족하고 계신다 생각합니다.

스튜디오가 3층에 위치해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제가 있던 스튜디오도 지하에서 항상 습도와 싸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건 저희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철칙입니다. 지하에서는 사람의 건강이 상하기 때문에 조합 사무실도, 다른 곳의 연습실도 절대 지하에 두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드럼 녹음을 고려하고 스튜디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드럼 녹음은 지상에서 하면 건물이 다 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하에 할 수밖에 없긴 해요. 물론 라이브나 필요한 상황에 쓸 수 있는 드럼 세트는 따로 가지고 있지만, 드럼 녹음은 외부 스튜디오와 협력해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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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악 스튜디오라는 게 돈도 많이 들지만 그만큼 수익 내기는 어려운 곳인 것 같아요. 지금 같은 스튜디오 놀이 지향하는 방향과 시설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일단 스튜디오 놀이 단순히 음악 작업만 하는 별개의 장소가 아니라, 조합 일에 여러 가지 활용되고 있는 장소고요. 또 음악 작업에 있어서도 주로 녹음, 믹싱, 마스터링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보통 여러 가지 작업이 같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음악을 만들면 음반도 내야하고 공연도 해야 하잖아요. 저희가 기획 단계부터 펀딩, 계약, 음원 제작, 촬영, 디자인, 홍보, 공연까지 음악 활동에 총괄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합에 그만한 인력도 있고, 또 필요로 하시는 조합원들이 있고요. 사실 녹음, 믹싱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구조긴 하죠.

스튜디오 놀에는 음악 연습실도 있는데요. 연습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연습실이 지상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인기가 많습니다. 피아노도 꽤 괜찮은 것들로 구비해 놨고요. 시간제로 사용할 수 있는 연습실이 있어서 피아노 연습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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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연습 환경을 위해 방음 시스템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문을 닫고 있으면 밖에서 소리가 나도 약 35dB의 소리가 들어옵니다. 그 정도면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극한으로 소리가 차단된 정도라고 합니다. 거기에 창문이 달려있는 지상 연습실이다보니 쾌적한 연습 환경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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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레슨용 프린트물도 뽑으시고, 스튜디오 놀 작업 때 계약서나 악보 인쇄 용도로도 필요해서 컬러 프린터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샤워부스, 냉/온 정수기, 전자레인지도 있고 범죄예방을 위한 복도 CCTV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