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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셋만 써도 충분한 Guitar Rig 7 Pro 리뷰

아마 Guitar Rig은 가장 유명한 앰프 시뮬레이터 플러그인 중 하나일 것이다. IK Multimedia, Positive Grid, Brainworx, Neural DSP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앰프 시뮬레이터를 출시하고 있지만, 2004년 처음으로 출시돼 올해 버전 7까지 업데이트된 기타릭은 기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번 버전 7의 기타릭은 2020년 출시된 버전 6으로부터 3년 만에 업데이트된 것이다. 기타릭 시리즈는 일부 기능에 한정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Guitar Rig 'Player' 버전도 제공하는데, 현재는 Guitar Rig 6 Player가 공개되어 있고 Guitar Rig 7은 아직 유료인 Pro 버전만 출시됐다.

Guitar Rig 7 Pro의 업데이트 내용

우선 전작인 Guitar Rig 6에 도입됐던 지능형 회로 모델링(ICM) 기술이 적용된 앰프가 늘어났다. 제조사 Native Instruments의 설명에 따르면 ICM은 머신 러닝 기술을 이용해 하드웨어의 느낌을 정교하게 재현한다고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iZotope와의 협력으로 추가된 기능도 눈길을 끈다. 우선, 색채를 더해주는 세츄레이션 플러그인 'Kolor'에는 iZotope의 Trash의 두 가지 세팅이 들어가 있다. 또한 Ozone의 맥시마이저 모듈을 불러와서 효과적으로 기타 트랙의 볼륨을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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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릭은 전통적으로 랙 장비 형태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고수해 왔는데, 이번 버전 7에서는 우측에 연결된 모듈들의 시그널 플로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드바를 추가해 편리해졌다. 한 눈에 사용된 모듈과 순서를 보고 드래그해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

기타릭의 앰프 모델링 수준

사실 2023년 현재 대부분의 앰프 시뮬레이터들은 이미 수준급의 사운드 퀄리티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타릭의 앰프 모델링은 리얼함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편이다. 기타릭이 '리얼'하지 않다고 소리가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며, 잘 정돈된 좋은 톤을 들려준다.

Amplitube나 Brainworx의 제품들에 비하면 거친 질감은 덜하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노이즈 게이트가 자칫 잘못하면 서스테인을 지저분하게 만들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깔끔한 톤을 유지하며 노이즈를 잘 정돈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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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M이 적용된 앰프는 따로 표시가 되어있다.

사실적인 앰프 사운드나 거친 진공관 앰프의 느낌을 원한다면 기타릭의 소리가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곡 및 편곡을 할 때나, 깔끔하고 정돈된 톤의 기타 녹음이 필요하다면 매우 편리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마이킹에 있어서도 Amplitube가 다양한 마이크 포지션 및 블랜딩을 지원하는 것에 반해 기타릭은 두 가지 정도의 마이킹 설정을 선택하고 거리감을 섞어주는 것만 가능하다. 이 또한 정교하고 자유롭게 세팅 하고 싶은 유저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지만, 간편하게 슬라이더 하나로 마이크의 거리감 및 룸 톤의 양을 조절하고 싶은 유저에게는 편리한 기능이다.

다양한 프리셋 제공

기타릭이 다른 제품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요소는 수많은 프리셋이다. Brainworx의 제품들을 보면 앰프 헤드 설정과 간단한 노이즈 게이트, 딜레이, 필터, EQ 정도만 제공돼 앰프 자체를 활용한 톤 메이킹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기타릭은 랙 형태로 수많은 FX 모듈을 불러와 배치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오버드라이브, 디스토션, 딜레이, 리버브 등 단순한 기타 이펙터 페달부터 시작해서 하모나이저, 익사이터, 독특한 공간계 등 다양한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많은 모듈을 유저가 하나하나 선택해서 설정을 바꾸는 것은 꽤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 기타릭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프리셋만 사용해도 수많은 다양한 톤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는 작곡가, 프로듀서에게 아주 큰 메리트다. 거의 신디사이저 수준으로 다양한 효과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연주자에게도 손쉽게 색다른 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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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타릭을 꼭 기타에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Input Style에 맞춰진 프리셋이 있어 드럼, EP 등 다른 악기에도 잘 어울리는 이펙터로 사용할 수 있다.

인풋, 아웃풋의 게인 스테이징

앰프 시뮬레이터는 인풋 게인 컨트롤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풍부한 색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서 기타릭의 성향이 깔끔한 편이라고 언급했지만, 인풋 게인을 많이 올리면 충분히 거친 톤 메이킹도 가능했다.

하지만 다양한 모듈과 프리셋의 효과를 경험하기 위해서 인풋 게인을 많이 올려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적은 게인량으로도 의도하는 효과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역시 기타릭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아웃풋의 게인 스테이징도 편리했다. 무리하게 앰프 시뮬레이터의 소리를 키우다 보면 클리핑이 발생하기 쉬운데, 기타릭에서는 내장 리미터나 Ozone의 맥시마이저, 볼륨 모듈을 통해 쉽게 레벨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다. 클린 톤과 드라이브 톤 사이의 볼륨 간극을 줄이기도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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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 Rig 7 Pro에 대한 총평

필자는 오랫동안 기타릭에 대한 (어쩌면 구버전에서 기인한) 선입견이 있었다. 깔끔하긴 해도 연주자로서는 '재미없는' 소리라고 여겼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본 기타릭의 소리는 지금 시대에 앰프 시뮬레이터의 퀄리티 격차가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느끼게 해줬다.

성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타깃 유저나 설계 지향점이 뚜렷해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기타릭은 프리셋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운드 체험이라는, 다른 플러그인과 확실히 구분되는 고유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