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무대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까


무슨 말을 할까

음악 하는 사람들, 특히 실용음악과 출신은 외향적이고 활발하다는 인식이 있던 때가 있다. 물론 요즘은 뮤지션에 대한 환상(?)이 조금 없어진 덕분인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중음악 뮤지션은 무대에 서서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많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필자도 대학 시절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렵다' '연주는 괜찮은데 멘트하는 것이 힘들다' 등의 말을 듣기도 했다. 필자 또한 아주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무대 퍼포먼스나 멘트는 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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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공연을 보다 보면 누군가는 정말 훌륭한 멘트를 해서 그 뒤 들려준 음악의 퀄리티보다 멘트가 더 각인된 적도 있었다. 반면 아무 멘트 없이 음악만으로 좋은 연주와 음악 세계를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멘트의 중요성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 학교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된다. 자신의 음악을 '기꺼이' 들어주려는 사람은 드물며, 청중이 보장된 공연을 하기도 쉽지 않다. 자기 자신을 더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자기소개, 포트폴리오 그리고 공연의 '멘트'가 중요해진다.

뮤지션들의 성향이 다양하듯이 그들이 하는 멘트도 제각각이다. 무대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뮤지션들의 멘트는 아래 3가지 경우로 나뉜다.

경우 1.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 말도 없이 연주를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마지막에 짧게 몇 마디 정도 건네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 같은 경우다.

대중음악에서는 다소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성향일 것이다. 물론 무대에서 말을 적게 하는 것도, 아예 안 하는 것도 뮤지션의 자유다. 하지만 무대 자체가 엄숙한 경우를 제외하곤 흔히 '신비주의다' '무게 잡는다' 등의 반응을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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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뒤에 이어질 연주로 대중을 휘어잡을 자신이 있다면 멘트를 하든 안 하든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있다면 누가 뭐라든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경우 2. 너무 많은 설명을 한다

반대로 무대에서 '투머치토커 박찬호'가 되는 뮤지션들이 있다. 때때로 너무 말을 길게 하다 보니 러닝 타임을 초과해 행사 진행을 망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을 소개하고, 곡에 대해 충실한 설명을 하는 것이 나쁜 의도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음악 세계에 진심이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곡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이런 멘트는 뒤에 이어질 자신의 음악이 할 수 있는 말을 가로채 먼저 '스포일러' 해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음악에 자신 없는 사람이 해설으로 먼저 자기변호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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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3. 무의미한 말로 채운다

멘트는 많이 하는데, 무의미한 말로 가득할 때가 있다. 무의미한 멘트라는 것이 다소 주관적이긴 하지만 쓸데없는 농담이나 이벤트 진행은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을 피로하게 할 수도 있다.

때때로 자신의 음악에 대한 과도한 설명이 무의미한 말이 될 수도 있다. 즉 관객이 관심이 없으면 어떤 말을 해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멘트가 지금 무대 상황에서 무의미한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멘트도 상황에 따라 유용할 때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 사람들이 단순히 음악이 듣고 싶어 온 것이 아닐 수 있으니 약간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관객의 연령대도 고려한다면 적당한 음악 외적인 멘트는 청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멘트는 내가 음악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것

어떤 멘트가 무조건 좋다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 개인의 기질과 음악에 따라 다르고 어떤 무대냐에 따라 또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멘트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기 무대에 서서 남이 써준 멘트를 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 건 누가 써주지도 않고, 무대의 메인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상한 일이다. 반드시 내가 직접 말해야 하는 것이기에 멘트가 어렵다는 고민도 나오는 것이다.

앨범 소개, 홍보 멘트도 마찬가지

위에서는 무대 멘트만 언급했지만 사실 음원 발매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군가는 앨범 소개에 곡마다 세세한 설명을 넣는 반면 누군가는 아무런 소개 없이 크레딧만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앨범 소개 또한 자신의 음악 스타일, 팬층, 현재 활동 상황을 고려해 작성해야 한다. 글의 스타일은 다를지라도 앨범에 아티스트로 이름 붙은 나 자신이 이 모든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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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별도 제작사와의 계약을 통해 발매하는 경우 A&R이라는 직무가 존재하기에 앨범 소개, 보도 자료 및 홍보물에 들어가는 글을 담당해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무대 멘트도 마찬가지)

물론 이 경우에도 아티스트와 음악의 방향성,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많은 고민이 들어간다. 달리 말해, 소속사가 없는 개인 뮤지션도 스스로의 A&R이 되어 모든 글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