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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FX 플러그인 Lunacy Audio BEAM 리뷰

한때 오디오 플러그인들이 '아날로그' 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나 VU미터, 노브 등의 그래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실제 장비'처럼 보이게 하는 것보다, 세련된 디지털 디자인을 선보이는 플러그인들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 세련된 시각적 효과를 곁들인 플러그인들이 단순히 '보는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플러그인의 특성과 활용도 및 인터페이스에도 이러한 시각적 디자인이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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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cy Audio는 2021년 CUBE라는 '3D Sample Morphing Engine' 가상악기를 출시했습니다. 이때도 사용자의 시각적 조작을 사운드로 구현해 내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리고 2024년 현재 3년 만에 BEAM이라는 멀티 FX 플러그인을 출시했습니다.


멀티 FX란?

FX 효과란 'Effect'를 뜻합니다. 따라서 컴프레서, EQ, 공간계 등 모든 효과들을 FX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멀티 FX란 이렇게 다양한 FX들을 하나의 장치 안에서 다룬다는 것을 뜻인데요. 일반적으로 오디오 플러그인에서 컴프레서, EQ 등의 FX를 합쳐놓은 것은 '채널 스트립'이라고 부르고, 멀티 FX라고 하면 특수 효과들을 모아놓은 것을 뜻하곤 합니다.

이 리뷰는 ADSR Sounds를 통해 NFR(Not For Resale)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진행됐습니다.

그래픽

BEAM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각적인 노드(Node)입니다. BEAM은 리버브(Space), 그래뉼러(Grains), 필터 세 가지 이펙트를 조합해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 세 가지 이펙트는 각각 다른 모습의 노드로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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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에는 하얀 선이 이어져 있고, 사운드를 재생시키면 오디오 신호가 흘러가는 것을 표현하는 듯 하얀 선이 반짝이며 굵어집니다. 선 위에 올려놓은 노드에 신호가 도달하면 효과에 따라 다른 시각적 그래픽이 만들어져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BEAM의 용도와 주로 사용하게 될 유저층, 장르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그래픽 요소는 작곡에 또 다른 모티베이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페이스

이펙트를 추가하려면 하단에서 노드를 선택해 선 위로 드래그해 주면 됩니다. 선 위를 마우스로 클릭해 드래그하면 단번에 패러럴 프로세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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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M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재미'를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보는 재미에 더불어, 직접 효과들을 배열하며 직관적으로 사운드를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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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노드를 클릭하면 세부 설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리버브의 세부 설정부터 그래뉼러 효과의 속도, 피치 조정까지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데요. 이러한 이펙트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면 앞에서 언급했던 '재미'가 갑자기 훅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프리셋의 퀄리티가 매우 좋으니, 프리셋만 활용해 봐도 다양한 소리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프리셋에서 조금씩 세부 설정을 변경해 보는 걸로 BEAM에 입문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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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러 개의 시그널 라우팅을 생성해도 전체 게인의 변화가 부담스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전체 시그널이 흐르는 선을 클릭해 보면 기본적으로 Limiter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보통 DAW에서 AUX 트랙을 다룰 때는 전체 볼륨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합니다. BEAM에서는 이런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운드를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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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

개인적으로는 내장된 IR 리버브의 퀄리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리버브와 필터만 조합해도 시네마틱 사운드나 특수 효과를 만들어내기에 좋았습니다.

그래뉼러 이펙트까지 활용하면 소리를 무궁무진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특히 LFO를 같이 적용시키면 시간에 따른 변화 값을 독창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원본 소스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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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O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BEAM의 가치를 100%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LFO 조작이 복잡하다면 우선 필터 노드에 LFO를 거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리버브, 그래뉼러와 달리 필터 노드는 꽤 단순한 '그냥 필터'입니다. 시그널 라우팅을 하나 따로 빼서 필터를 걸고 LFO 효과를 적용시켜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작의 편리함

앞서 언급했듯이, BEAM은 그냥 사용하기 편리한 도구는 아닙니다. 세부 설정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요즘 유행하는 '원노브'로 모든 소리를 바꾼다거나, 터치 한 번에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그런 플러그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 지식을 탐구하기에 다른 복잡한 신디사이저보다는 더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호를 나누고 섞어주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고, 직관적인 조작으로 수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쉬웠던 점

BEAM에는 분명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출시된 지 한 달 밖에 안 된 만큼 안정성에 살짝 이슈가 있습니다. 저의 윈도우즈 컴퓨터 Reaper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다만 컴퓨터의 보안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맥의 Reaper에서는 잘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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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실행 취소 기능이 없다는 사소한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이런 문제는 언제든 추후 업데이트에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격

BEAM의 정가는 99달러(한화 약 13만 원)입니다. 다른 멀티 FX 플러그인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비싸지도, 싼 것도 아닌 가격입니다. 훌륭한 IR 리버브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고, BEAM만의 독특한 인터페이스가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 및 가능성

머리 속에 샘솟는 아이디어를 잽싸게 구현하기 위해 작업 프로세스는 최대한 간소화되고, 아티스트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DAW에서 패러럴 프로세싱은 이러한 작업에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BEAM은 훌륭한 특수 효과를 직관적인 조작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