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것을 주사위로 결정, NI Playbox 샘플러 가상악기

Native Instrument에서 흥미로운 가상악기를 발표했다. 4월 출시된 Playbox는 콘탁 기반의 가상악기로 샘플러지만 ‘랜덤’ 기능에 중심을 두고 만들어진 실험적인 악기이다.

Playbox는 악기를 켠 뒤 건반을 한 음만 쳐보면 바로 이 악기의 컨셉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한 악기이다. 플러그인 내부에서 다양한 조작들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사용해본 바로는 첫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다재다능한 악기는 아니라고 느꼈다.

Native Instrument Playbox
Native Instrument Playbox

크게 Chords, Samples, FX 세 가지 섹션의 조작을 통해 Playbox의 소리가 만들어진다. 플러그인 상단과 각 섹션칸에는 주사위 아이콘이 있는데, 이 주사위를 굴리면 모든 설정을 랜덤하게 조합할 수 있다. 사실, 후술할 내용들을 전혀 몰라도 이 주사위만 굴려서 소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Playbox의 핵심이다.


Chords

조성과 옥타브를 설정하면 최대 6음까지 구성되는 8개의 코드를 랜덤하게 만들어준다. 8개의 코드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8개의 건반에 각각 지정된다. Playbox를 사용할 때 필요한 건반은 오직 8개의 흰 건반밖에 없기 때문에 일종의 터치패드를 사용하는 기분도 든다.

Native Instrument Playbox

8개의 코드는 플러그인 창에서 조성과 옥타브를 정할 수 있어 화성학을 아예 몰라도 쉽게 알맞은 코드 조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코드들이 모두 다른 코드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다른 텐션과 순서로 조합된 Cmaj7이 여러 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직접 코드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하단에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 빨간색으로 바뀌었을 때 건반을 누르면 순서대로 연주한 음들이 저장되어 코드로 만들어진다.

상단에는 Piano Mode라는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샘플 소리들이 모두 EP소리로 바뀌게 된다. Playbox에 포함된 샘플들의 소리는 다소 실험적인 측면이 있는데, 사실 샘플없이 EP소리로 랜덤 코드만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amples

코드 안에 지정된 음들은 ‘Sample’ 섹션에서 음마다 각각 다른 샘플 소리로 지정될 수 있다. Playbox에서 제공하는 샘플들은 Synth, Instrument, Bass, Voice, Noise로 종류가 나뉘어 있으며 사용자가 직접 샘플을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User 항목도 존재한다.

Native Instrument Playbox

이 샘플들을 한 코드 안의 음들의 샘플만 바꾸거나, 모든 코드의 첫 번째 음을 Synth로 바꾼다든지, 혹은 모든 샘플을 랜덤으로 바꿔버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FX

FX 섹션에서는 모션 이펙트와 6개의 오디오 이펙트를 설정할 수 있다. 모션 이펙트는 Arp, Strum, Grain 세 가지 방식으로 코드가 연주되는 방식을 정할 수 있다. Arp로 설정해놓고 한 건반을 누르면 코드 세트에 지정된 음들이 프로젝트 BPM에 맞춰 펼침화음으로 연주된다. 이 모션 이펙트 부분을 꺼버리면 동시에 모든 음이 울리는 일반적인 코드 연주가 된다.

Native Instrument Playbox

그 아래에는 LFO, 엔벨로프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모듈레이터도 있다. FX의 설정들은 매크로 및 퍼포먼스 컨트롤에서 모듈레이션 휠과 XY패드로 실시간 조작이 가능하다. 이 매크로들은 프리셋을 바꿀 때마다 이름과 설정값이 바뀌게 된다. 맨 처음 Playbox를 켰을 때 메인 화면에 나오는 큰 XY패드가 바로 이 부분을 조작하게 된다.


실험적인 시도나 코드 화성을 빠르게 만드는데 용이

Playbox는 화성학이나 샘플링 기술을 몰라도 손쉽게 조성에 맞는 코드 세트와 샘플을 만들 수 있는 악기다. Native Instrument답게 기능의 부족함을 걱정할 것 없이 다양하고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핵심 기능은 주사위 굴림을 통해 모두 얻을 수 있으므로 이런 세부 조작 기능은 부차적이다. 초보자들에게는 ‘없어도 그만’, 프로들에게는 ‘안 써도 그만’인 셈이다.

랜덤으로 만들어진 소리들이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만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셋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특정 분위기에 맞는 사운드를 인공지능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소리들이 조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심오하거나 추상적인 소리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랜덤하게 만들어진 코드의 구성음들은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인 비트에 사용할 짧은 루프를 만들기에 손색없는 코드들을 계속 랜덤하게 뽑아볼 수 있다.

Native Instrument Playbox
Sound Sample 1
Native Instrument Playbox
Sound Sample 2
Native Instrument Playbox
Sound Sample 3

Native Instrument에 따르면 Playbox는 몇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제조사에서 특정 유저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말하자면 ‘신기하긴 하지만 누구에게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는’ 악기다. 그런 점에서 단독 악기로 구매하기에 적당한 가격($199)인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KOMPLETE NOW 구독제(월 $9.99)를 통해 한번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