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를 위한 드럼 악기론 (4) : 보사노바

오늘은 보사노바 리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사실 보사노바는 편곡 할 때 많이 사용되는 리듬이기에 매우 친숙한 리듬 중 하나이다.

보사노바의 뿌리가 되는 라틴 리듬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 필자도 학교에 다닐 때 ‘라틴풍으로 편곡을 해보자’라고 하면 대부분 ‘삼바’리듬을 떠올리곤 했다. 이처럼 삼바나 ‘바이아오’와 같은 브라질리언 계통의 리듬들도 있지만, 송고·맘보·모잠비크·소카 등 아프리카 계열의 리듬과 섞인 아프로큐반(Afro-cuban) 리듬도 존재한다.

보사노바 리듬은 브라질리언 리듬에서 기원했다. 위에서 열거한 정통 라틴 리듬에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일 많이 알려진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라틴 느낌을 준 느린 편곡의 90%는 보사노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라틴 발라드에는 ‘볼레로’라는 장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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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의 멜로디 라인은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크게 돋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만, 또 한편 후렴구는 쉽게 기억에 남아 따라 부르기에도 좋다. 특유의 리듬에 익숙하지 않아 멜로디를 정확히 따라부르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특유의 편안하고 몽글몽글한 잔잔한 느낌을 줘 다시금 찾아 듣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보사노바 편곡들 중에서는 한 옥타브 이상을 넘어가는 멜로디 라인을 보기 힘들다. 물론 어떻게 편곡할지는 편곡자의 주관이고, 이렇게 하면 장르에서 벗어난다는 등의 제한을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나는 보사노바 편곡의 매력은 멜로디가 고음역대로 치고 올라가거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본다.

대개 보사노바에 어울리는 악기 구성으로는 피아노, 테너 색소폰, 드럼, 콘트라베이스, 나일론 기타 정도가 적합하다.


보사노바 드럼 패턴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드럼을 통해 보사노바를 이야기해보자. 일단 아래와 같은 패턴이 악보로도 접하기 쉽고 우리 귀에도 가장 익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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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교에서 라틴 앙상블 과정을 이수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 중 보사노바 리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타의 패턴을 기준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타리스트가 코드 진행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패턴에 드럼을 맞춰주면 좋다. 기타리스트에게 조금 여유가 있다면 드러머와 서로 조율해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드러머는 코드 연주 없이 왼손 패턴만 바꿔주면 되니 상대적으로 맞춰주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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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패턴을 중요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사노바에서 기타 리듬 패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타 패턴은 노래의 멜로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타 혹은 건반의 2마디 보사노바 패턴 안에서 편안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이 에너지가 안 무너지도록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 드러머의 역할이다.


보사노바 드럼 녹음하기

보사노바 드럼을 녹음해야 하거나, 미디로 표현할 때 종종 보사노바의 편안한 느낌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킥, 스네어, 하이햇 조합만으로 보사노바 느낌을 내기 어렵다면 쉐이커, 아고고 벨, 트라이앵글, 콩가, 봉고 등 다양한 퍼커션 악기를 조합해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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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드럼셋 만으로 보사노바 연주를 해야 한다면 연주 느낌을 매우 약하게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연주의 세기를 1~10까지의 레벨로 나눠본다면, 킥은 2~3, 하이햇과 왼손 패턴은 3~4 정도의 세기로 해야 보사노바의 느낌을 낼 수 있다.

하이햇 패턴을 잘 활용하면 더욱 자연스러운 보사노바 리듬이 만들어진다. 한 마디의 8개 노트를 일정하게 주거나 정박자에만 악센트를 주지 말고, 왼손 패턴에 맞춰 악센트를 넣어주면 보사노바 뉘앙스가 잘 표현된다.


한국식 보사노바 표현?

보사노바 패턴을 활용한 한국적인 보사노바 곡의 예시로는 커피소년의 ‘이게 사랑일까’가 있다.

이 곡에는 처음에서 잔잔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보사노바에 근거한 패턴으로 편곡이 되어 있다. 그리고 2분 47초부터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보사노바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가사 전달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주기 위해 나름대로 변형된 편곡이다.

흔히 ‘한국식 보사노바 표현’이라고 해서 작곡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강조하기 위해 보사노바 느낌을 일부만 가져와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도 편곡에 보사노바를 적용시키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오리지널 보사노바 곡은 강렬한 인상과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전반적인 느낌과 배경을 떠오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Girl from Ipanema’나 ‘Desafinado’처럼 정통적인 보사노바에서 ‘De Conversa Em Conversa’, ‘ Eu Vim da Bahia’처럼 조금 속도감이 있는 곡도 있다. 그 외 ‘So Danco Samba’ ‘Wave’ ‘One Note Samba’ ‘Black Orpheus’ ‘Corcovado’ 등이 보사노바 명곡으로 꼽힌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보사노바’라는 식으로 단정 지을 수 없고 정답이 없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은 길(음악)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사노바를 기술적인 패턴으로 배우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음악이 보사노바구나’ ‘이건 보사노바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데?’ ‘그래도 듣기에 좋은데?’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보사노바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