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의 요금 정책과 말말말


스포티파이의 세계적 입지

국내에서는 애플과 유튜브 뮤직이 사용자 다수를 차지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스포티파이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스포티파이의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2억 3,900만 명입니다. 무료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월간 활성화 청취자의 수는 6억 1,5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니엘 에크 CEO 발언의 후폭풍

한편, 지난 5월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콘텐츠 제작 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많은 음악가 및 관련 단체는 이와 같은 발언이 음악 제작 과정을 평가 절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2일 다니엘 에크는 자신이 "모호하게 표현"했다며, 창작자들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기술의 발전 덕분에 창작에 대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됐고, 결과적으로 지금 시대에 더 많은 창작의 기회가 생겼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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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뮤지션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한 듯합니다. 이는 후술할 요금제 개편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DM 아티스트 Deadmau5는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은 25년이 넘는 나의 인생이었고, 그 수익은 당신 회사(스포티파이)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이 '독수리'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의 카탈로그를 빼낼 생각이라고도 발언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이전에도 스포티파이 팟캐스트의 가짜뉴스 논란에 대해 비판한 닐 영과 조니 미첼이 스포티파이에서 자신들의 곡을 재생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지난 3월 스포티파이로 복귀했습니다.

스포티파이 덕분에 먹고 산다

스포티파이는 Loud & Clear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종 스트리밍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최근 처음으로 유럽 연합 전역의 아티스트 로열티 지불을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5,000명 이상의 유럽 아티스트가 10,000유로(한화 약 1,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25,000명 이상이 5,000유로(한화 약 7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가 예술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정 스트리밍에 대한 대처

작년 Deezer와 유니버설 뮤직을 비롯해 스포티파이는 '차별적 수익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적은 플레이 수의 트랙 수익은 줄이고, 더 활발하고 인기가 많은 트랙에 대한 수익을 늘리는 이 조치는 스트리밍 플랫폼 내에 의미 없는 트랙이나 '가짜' 스트리밍을 줄이고,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과 활동을 더 많이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인위적으로 스트리밍 플레이 수를 늘리는 행위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글을 발표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봇이나 매크로를 사용한 부정 스트리밍을 어떻게 적발하고 불이익을 주는 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티스트가 팬들로 하여금 자동화 프로세스로 스트리밍을 올리도록 장려하거나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구독 요금제 인상

최근 스포티파이와 관련된 가장 뜨거운 논란은 요금제입니다. 스포티파이는 기존의 월 10.99달러에서 1달러 인상된 11.99달러로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1달러 인상된 이 요금제를 '오디오북 듣기'와 '음악 듣기'가 결합된 프리미엄 번들 상품으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1달러만 더 내면 오디오북까지 들을 수 있게 해주니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악만 들을 수 있고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없는 '베이직 플랜'을 1달러 저렴한 10.99달러에 출시했기 때문에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요금제입니다. 하지만 이 번들 요금제는 미국에서 커다란 반발을 가져왔습니다.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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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인가?

미국의 저작권 단체 MLC(Mechanical Licensing Collective)는 지난 5월 스포티파이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시에 전미 음악 출판사 협회(National Music Publishers' Association, NMPA)도 스포티파이에서 저작권 침해가 있다고 비판하며 일종의 '지원 사격'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6월, NMPA는 "스포티파이가 작곡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스포티파이가 작곡가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음악 시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연방거래위원회에 불만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거센 반발이 있는 이유는 미국의 번들 요금제에 대한 저작권료 문제에 있습니다. 'Phonorecords IV'라고 불리는 2022년 법적 합의는 번들 요금제가 저작권자에게 더 낮은 기계적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오디오북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의 구독료는 두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저렴합니다. 따라서 결합 상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작권료 역시 개별 서비스보다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포티파이의 번들 요금제는 오디오북과 연관된 출판사와, 음원 저작권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산업계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NMPA의 주장입니다.

정치권의 개입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의 미국 의원 3명이 이 번들 요금제의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들은 스포티파이의 새 정책이 2018년 음악 현대화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출판사와 작곡가에게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인해 출판사와 작곡가에게 지급되는 로열티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레이블과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NMPA는 유니버설 뮤직, 워너 뮤직, 소니 뮤직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소니 뮤직은 스포티파이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