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하나가 나오기까지 - ② 프로젝트성 제작

지난 칼럼에서는 자사 아티스트의 음반 기획/제작 과정과 더불어 아주 기본적인 개념 설명을 다뤘다. 프로젝트성 제작의 경우에도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기획/제작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음악제작' 과정보다는 해당 제작 형태에 있어 담당 A&R의 업무 관여 내용을 위주로 서술해보려 한다.

소속 아티스트가 없어도 A&R 담당자는 필요

이쯤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개념이 있는데 바로 소속사, 제작사의 개념이다. 국내 대중음악 산업에서는 통틀어 '엔터테인먼트' 혹은 '연예 기획사'라고 함축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을 기획부터 제작까지 하는 경우도 많아 개념을 혼동하기 쉽다.

소속사와 제작사의 개념은 영화사업과 공연사업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경우 배우 소속사는 매니지먼트에만 힘쓴다면, 영화 제작사는 작가/감독 영입부터 배우 섭외, 촬영 등의 제작 단계부터 투자사 관리, 상영관 점유, 마케팅까지의 후반 프로모션 등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공연 기획사 역시 가수 측에서 공연제작을 의뢰받은 후 공연 컨셉과 셋리스트 구성, 공연장 대관, 연출, 그 후 티켓 오픈부터 홍보까지 모든 부분을 관여한다.

회의하는 장면

보통 'A&R=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기획제작 업무'라고만 단정 짓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성 제작 형태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는 프로젝트성 제작은 ‘자사 소속 아티스트’와는 연관이 없다.

프로젝트성 제작의 경우엔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아 기획/제작을 하거나, 혹은 자사에서 기획을 통해 타사 소속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회사에 소속 아티스트가 없어도 음악 기획/제작을 위한 A&R 업무 담당자는 필요할 수 있다.


음원·음반 사업을 크게 2가지로 나눠볼 때,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수'에 초점을 맞춰 가수의 활동과 성공을 위해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형태가 있는 반면 오늘 다룰 내용은 '프로젝트' 그 자체로서 수익실현이 가능한 기획제작이다.

사실 프로젝트성 제작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광고 음악, 키즈음악, BGM 등 특정 용도에 맞는 외주 제작 형태부터 작게는 개인의 필요로 인한 주문 제작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A&R'에 초점을 맞춰 다음과 같이 A&R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소개하고자 한다.

  • A&R의 정의(Artists and Repertoire)에 걸맞게 아티스트와 직접적 매칭이 필요한 음반 제작
  • 저작인접권 중 '음반 제작자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음원
  • 음원 서비스 발매와 저작물 등록이 이루어지는 음원

1. 콘텐츠와 연계된 음악

드라마, 애니메이션, 예능, 웹툰, 영화 등 콘텐츠와 연계된 음원 제작으로 소위 말하는 OST 제작사에서 해당 업무를 진행한다. 단, BGM이라고도 불리는 스코어 음악은 논외로 한다.

여기서는 콘텐츠 제작사가 클라이언트가 된다.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받은 콘텐츠의 개요와 내용을 토대로 적절한 컨셉을 기획하며 장르적 접근이나 컨셉추얼한 접근을 모두 고려한다. 제작비용은 곡 수에 따라 협의되며 산정된 제작비 규모와 컨셉에 맞는 가창자 섭외와 곡 구입을 진행한다. 혹은 작곡가를 섭외해 곡 제작을 의뢰할 수도 있다.

그 뒤로 진행되는 음악제작 및 발매는 지난달 칼럼에서 설명한 제작 단계와 동일하다. 섭외된 가창 아티스트, 작사가, 작곡자, 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 콘텐츠 제작사 측과의 원활한 소통은 필수이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다방면의 요소를 고려하여 기획해야 한다.

콘텐츠 음원 작업

2. 콜라보레이션, 리메이크, 브랜디드 콘텐츠 등 단발성 프로젝트

이 경우의 클라이언트는 다양하다. 자사에서 기획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콜라보레이션

말 그대로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아티스트가 협업 음반을 내는 경우다. 게스트로서 피처링 개념이 아닌, 아티스트들의 주체적인 공동 참여일 때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기획사 측에서 타사 아티스트 둘 이상을 섭외해 제작할 수도 있고, 자사 아티스트와 타사 아티스트를 섭외해 제작할 수도 있다.

콜라보레이션의 목적은 '시너지'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아티스트가 음원을 발매하는 것보다는 둘 이상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면 대중의 이목은 물론 둘 이상의 아티스트 팬덤도 함께 화력을 더할 수 있다. 여기서도 주체가 다를 뿐 음원 제작 과정의 큰 차이는 없으며 A&R의 역할은 참여하는 여러 아티스트 측과 작가진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되겠다.

리메이크

기획사에서 원곡의 저작자에게 2차 저작물 생산을 위한 개작 동의를 얻어 새로 재생산하는 형태다. 방송국에서 편성하는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으며, 요즘에는 특정 기획사에서 특정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매우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의 히트곡을 요즘 아티스트가 요즘 스타일의 편곡으로 다시 선보인다는 점에 있어 특정 팬덤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들의 이목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원저작자의 동의를 구하는데 투자하는 비용 대비 저작인접권 수익이 꽤 쏠쏠한 경우도 많다.

CD 진열

여기서 A&R의 역할은 원저작자와의 원만한 협의와 소통, 선정 아티스트 측과의 소통, 편곡자와의 음악적 방향 소통 등이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특정 기업에서 뻔한 광고를 넘어서 아티스트와의 협업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를 보곤 한다.

최근에는 모 기업에서 '유기묘 후원'을 위해 프로듀서와 가창 아티스트를 섭외해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고, 모 음료 기업에서는 꾸준히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광고성 콜라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해당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모 통신사에서도 특정 예능프로의 메인 스폰서가 되어 예능 출연진들이 음악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음원 제작 과정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섭외된 아티스트 측의 A&R이 아닌, 기획하고 제작하는 기업체의 관할이며 이들은 인하우스로 A&R을 두기보다는 보통 외주를 맡긴다. (혹은 인하우스 마케터 중 음악사업 경험이 있는 담당자를 두기도 한다) 음원 제작 과정은 역시 다른 경우들과 다를 바 없다.

3. 방송국 프로그램과 연계된 음원 제작

위탁 매니지먼트/음반제작사업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 2022년까지 웬만한 방송국은 다양한 장르의 경연 프로그램을 런칭해왔다.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재야의 고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만 중시했지만, 차차 또 다른 사업적 요소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1, 2, 3등을 뽑아 수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상자들과 단기계약을 필수로 맺어 계약 기간 동안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까지 하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게 된다.

방송국 녹화장면

이러한 형태의 가장 유명한 초반 주자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으로, 결선에서 뽑힌 최종 11명은 본래 소속사와는 상관없이 특정 기간 동안 한 그룹으로 묶여 활동한다. 이 경우 방송국 내부에는 매니지먼트 인력이 없으므로 특정 소속사와 지분 및 수익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위탁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다. 계약 기간 동안 계약 내용에 맞게 필수로 음반을 발매하게 되며 이때 A&R이 투입된다. 아티스트의 본래 소속이 있는 상태에서 단기간 위탁 업무를 보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자사 소속 아티스트’와 동일시하시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 자체에 쓰이고 발매되는 음악

주로 경연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경연만을 위한 포맷과 편곡 등 특수하게 제작이 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편곡가 섭외, 녹음, 믹스, 마스터링 등의 과정을 사전에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방송국의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해 방영 후 익일 해당 음원을 음원 서비스를 통해 발매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외부로부터 A&R을 고용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해당 방송작가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세분화되어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분야를 토대로 작성했음을 인지해주길 바란다. 아무쪼록 A&R을 꿈꾸는 지망생, 취업준비생들이 있다면 구인공고 내 해당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는 데 있어 이번 칼럼이 도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