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아이돌 가수라고 불러주세요' 반설희 인터뷰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많아졌고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 지원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음악의 빈곤'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계속 예상이 가는 편곡, 비슷한 컨셉, 스타일의 음악들을 접하다 보면 새롭고 특별한 것에만 눈길이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항상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고민 없는 작곡, 무성의한 편곡이 아티스트를 몰개성으로 이끄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듀싱'이 매우 중요하다. 단지 '내 앨범이라서 내가 프로듀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홍수 속에서 '나'라는 아티스트를 지켜낼 수 있는 리더로서 프로듀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는 '아이돌'이자 '셀프 프로듀싱'을 추구한다는 두 가지 면에서 흥미를 끈다. 어느 정도의 고민과 경험에서 비롯된 타이틀이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반설희의 생각을 들어보자.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
사진제공=주식회사 뮤즐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순청순 쿨 걸!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입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요. 어린 시절에 기타,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을 배웠었고 특히 피아노는 콩쿠르에 나간 적도 있을 만큼 열심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아이돌 가수를 꿈꾸면서예요. 춤과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데, 어느 시점에서부터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고 있었어요. 춤과 노래만큼 글을 좋아했고, 그래서 줄곧 가사를 쓰던 게 영향이 된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이 길로 이끈 것 같습니다.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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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 저는 학창 시절에 '신화창조'였어요. 제가 올해 만 나이로 24살인데, 제 또래의 여학생이 1세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죠. 다들 '엑소'나 '빅뱅'을 좋아했거든요.

당시 제 또래의 다른 '신화창조'들과도 교류하고 싶어서 10대만 가입할 수 있는 팬카페를 만들었었는데, 수백 명이 가입했었어요. 그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도 가지고, 또 그 안에서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끼리 따로 모여서 컨텐츠도 제작하고, 춤 연습도 하고...그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추진해보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배웠던 것 같아요. 물론, 우정도 얻었구요.

독특한 경험이라 좀 쑥스럽네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어떤 아티스트의 팬카페 회장으로서 살아왔던 기간이 지금의 제가 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팬카페 회장에게는 책임감과 꾸준함,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수 덕목이거든요.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섬세하게 관심을 두는 것도 필요했고요. 지금의 저는, 그런 부분을 강점으로 활동하는 형태의 가수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소공녀 프로젝트'라는, 일반적인 아이돌과 살짝 결이 다른 형태의 활동을 하시기도 했는데요.

'소공녀 프로젝트'는 아이돌 가수도 독립(independent)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던 그룹이에요. 지하 아이돌로 시작해서 인지도와 실력을 쌓고, 언젠가는 케이팝 그룹과도 나란히 서게 되는 날이 오기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인디 밴드나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무명 시절을 거쳐 음원 차트의 정상에 오르는 성공 신화처럼 말이에요! 일본에는 이러한 사례가 많은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도전이 더 많이 실행되었으면 좋겠어요.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
사진제공=반설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공녀 프로젝트는 '지하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지하'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요즘은 '라이브 아이돌'이라는 호칭이 선호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라이브 아이돌 씬에는 저처럼 메이저 가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라이브 아이돌 문화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래서 제가 라이브 아이돌로 활동하던 때에는 스스로 라이브 아이돌과 케이팝 아이돌 그 어딘가의 중간 포지션으로 존재하지 않았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무대를 즐기는 건 똑같은 마음이었지만요!

앞서 '인디' 아이돌 가수라고 소개하셨는데 '인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인디 가수'의 한계는 없으며, 없어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인디 가수'라고 했을 때 즉각 떠오르는 이미지, 예를 들어 옥탑방에서 들리는 잔잔한 기타 소리, 단칸방에서 이뤄지는 녹음, 소박한 길거리 버스킹, 뭐 이런 이미지들을 좀 타파하고 싶었어요. 물론 그런 이미지들에는 많은 현실이 담겨 있기도 하고, 그것도 아름답긴 하지만...일종의 고정관념이잖아요. 인디에도 다른 형태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안무를 할 수도 있고, 몇 달을 모아서라도 큰돈을 들여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인디의 정의를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인디 가수'라고 하면 당연히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거나, 수입이나 인지도에는 기대를 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만족과 즐거움만 추구하는 줄로만 아는 경우가 있어요. 인디 가수로서 그런 것들이 답답합니다. 대중을 기쁘게 하는 게 예술의 영감이 되는 아티스트도 있어요. '잘되려면 뭔들 못해?'라는 마인드로 다양한 도전을 하는 분들도 정말 많고요. 인디 가수지만 아이돌처럼 춤을 추고, 공격적으로 마케팅도 하고, 대기업의 발자취를 벤치마킹해서 우리만의 방식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자본의 차이가 있으니, 결괏값이 똑같을 순 없겠죠.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케일보다 종류가 중요하달까요? '뉴진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OST를 부르면, 우리는 인디 게임이나 1인 개발 스팀 게임 OST를 부르면 되니까요. 못할 이유가 없죠. 새벽에 보낸 비즈니스 이메일 하나로 멋진 콜라보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도 있는 거예요. 대기업이 하는 거, 조금만 시야를 다르게 보면 인디 가수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셀프 프로듀싱을 기본으로 한다는 소개를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작업 하시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데모를 쓰고, 편곡을 한 뒤, 녹음을 해서...발매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데, 저만의 셀프 프로듀싱 방법이 있긴 해요. 다만 저도 아직은 잘 정리해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좀더 자리가 잡히면 제가 작업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책이나 온라인 클래스를 준비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비슷한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인디 아이돌'로서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일단 이미지 트레이닝부터 컨셉 연구, 에고 서치(에고 서핑)를 통한 자료 조사, 카메라 마사지, 정신 건강 수양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추후 더 자세한 내용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발매 준비하고 있는 신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현재 2월 발매를 목표로 싱글을 하나 제작하고 있습니다. 매 앨범을 누군가의 생일 선물 포장하듯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큰 각오는 없지만, 세심하게 하나하나 신경 쓰고 정성을 담았어요. 무엇보다도 꾸준히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드리고 싶은 게 큰 것 같아요. 신년의 첫 신보니까요.

데뷔 초 앨범과 비교했을 때, 그간 해오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은 간단한 데모를 만들고 편곡가님께 곡의 완성을 부탁드렸다면, 지금은 타입 비트를 활용해 그 위에 멜로디를 써보고 편곡하면서 저의 편곡 비중도 더 커지고 있고요. 이런 방법이 저만의 새로운 색깔을 찾아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도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는 중이에요. 이번에도 살짝의 편곡이 들어간 타입 비트를 활용했는데 리스너분들께서 적극적으로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싱글에는 데뷔 초부터 저를 줄곧 따라다녔던 타이틀인...'그 시절 얼짱 느낌'을 가득 담아보았습니다. 앨범의 제목, 수록곡, 그리고 앨범아트까지 어딘가 노스텔지아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가득하도록 마음을 담아 준비했어요. 그 모든 것들 속에 존재하는 서브 여주인공(second heroine)을 알아봐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인디 아이돌 가수 반설희
사진제공=반설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잘'하고 싶은 가수예요. '잘'하고 싶다면 본인이 불리한 점에서도 유리한 점을 부지런히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항상 '인디 아이돌'로 소개해요. '싱어송라이터'라거나, '인디 가수'라고 소개하지 않아요. 그게 맞긴 하지만, 단어에서부터 이미 저의 이미지가 어떤 형태로든 결정되어 버리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이틀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인디 가수'가 아닌 '인디 아이돌'이라면 이유가 있어야겠지] 라거나 ['인디 아이돌'이라면 그 타이틀에 걸맞게 비범하도록 하자...] 라는 생각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해야겠죠. 그러니까 '인디 아이돌'이자 프로듀서로서 비범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반설희'를 어떤 식으로든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