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담긴 퓨전국악 만드는 작곡가 이백

지난달 8일 작곡가 '이백'이 작곡하고 서월, 침대점령이 노래한 디지털 싱글 '연리지'가 발매됐다. 이백은 2020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시리즈' 18집에 수록된 '시절인연'으로 데뷔했는데, 이번 곡은 '시절인연'의 스토리와 음악적 지향을 이어가는 곡이다. 퓨전국악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백의 음악 세계를 한번 알아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이백입니다. 국악의 매력을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어필하고자 퓨전국악이라는 장르를 통해 여러 가지 음악을 들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백'이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공식적으로 데뷔 할 때 필명이 필요할 것 같아 주변 친구들에게 조선시대가 생각나는 필명 추천을 받았었는데요. 어느 것도 제 마음에 들지 않아, 혼자 고민하고 있던 와중 눈앞의 200원이 보여 ‘이백’으로 작명하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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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곡가 이백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음악을 접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저도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태권도나 음악 학원 중 하나에 보내려고 하셨는데요. 제가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그랬는지, 좀 차분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피아노 학원에 보내셨던 것 같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다가 처음으로 주어진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고 제 스타일로 바꿔 편곡해 피아노를 쳐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난생 처음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 뒤에는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곡을 듣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걸 즐기게 됐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곡, 편곡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퓨전국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개를 봤는데, 국악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유튜브에서 작곡가 상록수님의 ‘호랑수월가’를 듣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지루하다고만 생각했고, 꺼렸던 장르인 국악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됐습니다. 호랑수월가를 듣고, 비슷한 아티스트와 곡들을 추가로 접하면서 '나도 이런 곡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지금 저의 음악이 나온 것 같습니다.

처음엔 막연하게 '이전에 들었던 호랑수월가의 보컬분과 같이 작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평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쌓아왔던 노하우 등을 쏟고 여러 가지 작업물을 참고하면서 애증의 첫 곡인 '시절인연'을 만들게 됐는데요. 호랑수월가를 부르신 '침대점령'님께 이 곡을 불러주십사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시절인연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곡이다 보니 계속 편곡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면서 제 실력도 성장할 수 있었고요. 유튜브에 업로드한 이후에도 리메이크 버전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이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KBS 드라마 '녹두전' OST 공모를 보고, 어떻게든 제 곡을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 덜컥 지원을 했습니다. 비록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아 1등은 하지 못해 드라마 OST가 되진 못했으나, 12명의 파이널 리스트 안에 선정돼 국립국악원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작곡을 시도하고 첫 목표가 '침대점령님과 작업을 하고 싶다!'였는데, 이 목표를 달성한 뒤 세웠던 '국악 전공자 혹은 국립국악원과의 작업'이라는 막연한 계획까지도 운 좋게 당선을 통해 이루게 된 셈입니다.

작·편곡 및 믹싱까지 직접 하고 계신데요. 평소 작업 진행 과정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우선 데모 수준의 작곡이 완성되면 편곡을 통해 여러 악기를 추가·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세션을 섭외합니다. 1차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제 곡과 방향성이 맞는 아티스트를 고른 뒤, 해당 아티스트분께 메일을 보내 곡을 들려드리며 섭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션 아티스트께서 녹음하신 트랙을 통해 이후 편곡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아티스트분 고유의 색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제 곡에 잘 스며들 수 있게 하는 걸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편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 믹싱을 시작하는데요. 제가 작·편곡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는 부분이 믹싱·마스터링 단계입니다. 신선한 재료(제작한 곡)가 있다 하더라도, 이후에 요리하는 과정(믹싱)에서 실패를 한다면 결국 대중들이 이 곡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믹싱·마스터링 과정에 굉장한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에 발매했던 '시절인연'의 경우에는 믹싱·마스터링을 1년 6개월 동안 진행해서 발매하기도 했는데요. 믹싱이 끝나고 제가 직접 마스터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이미 많은 믹싱을 통해 귀가 익숙해져 버려 대개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편입니다.

요리를 잘하는 것(믹싱)과 이후 완성된 요리 플레이팅을 잘하는 것(마스터링)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해, 발매 음원 대부분의 마스터링은 전문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표하신 음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제작하고 발매했던 '시절인연'의 경우,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고 난 뒤 곡을 제작했습니다. 시작은 단순한 남녀의 사랑 얘기로 주제를 잡았으나, 이후 지어진 제목 '시절인연'을 통해 구체적인 스토리를 제작해 완성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발매했던 '오월의 광주'라는 곡은, 가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었던 전작과 달리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나온 곡입니다. 고향이 전라남도이기도 하고, 제게 가장 익숙한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올바른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곡을 제작하면서 가사 하나하나에 신중하게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가상의 소년을 주제로 만들었으며, 실제로 제가 이 사건에 참여한 것처럼 감정이입 하면서 작곡, 작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하신 '연리지'는 시절인연의 다음 스토리라는 설명을 들었는데요.

'시절인연'의 경우 남녀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내용이었으나, '연리지'는 헤어졌던 두 남녀가 재회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번 곡 '연리지'의 방향성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이 주제를 생각하면서 수많은 곡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원래 처음 가제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로 슬픔을 이겨내고 밝은 내용으로 진행되는 곡을 쓰려고 했으나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아쉬웠지만 기존에 작업하던 곡을 폐기하고 새로운 분위기와 주제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시 곡을 쓰는 과정에서 현재 여자친구를 만났고, 연애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실어 곡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곡에 남아있던 슬픈 감정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을 표현하는 곡으로 방향이 바뀌게 돼 현재의 '연리지'라는 곡이 탄생했습니다.

이전에 발매된 곡들은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제작했다면, 이번 곡의 경우 실제 저의 감정을 느끼며 작곡을 하다보니, 발매했던 곡들 중 가장 단기간에 수월하게 작·편곡이 마무리됐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작가 '서화' 님과 협업해 처음으로 작사가분을 통해 가사가 만들어진 곡이기도 합니다. '연리지'에는 설레는 감정, 사랑을 하면서 느꼈던 실제 감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평소 제가 썼던 가사보다 더 깊고 간절한 표현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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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곡가 이백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지금까지는 대중에게 익숙한 발라드, 락 장르가 퓨전된 장르를 선보였다면 앞으로 제작하는 곡에서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여러 장르를 통해 국악을 대중에게 조금 더 익숙하게 만들고 싶다는 제 신념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꾸준한 시도를 통해 언젠가 국악이 주류 장르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