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이야기의 힘을 믿어' 싱어송라이터 고유연 두 번째 싱글 '시선' 발매 (일문일답)

[월간 믹싱] 싱어송라이터 고유연의 두 번째 싱글 앨범 '시선'이 지난 22일 발매됐다.

그룹 '미완결'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고유연은 '미완결'에서 2장의 싱글, 1장의 EP 앨범을 발매했으며 지난 4월에는 첫 솔로 싱글 '사월의 편지'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두 번째 싱글 앨범 '시선'은 '보잘것없는' '지하철' '없어진 사람들'까지 총 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유연은 앨범 소개를 통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 물끄러미 바라본 것들"을 곡으로 엮었다고 말했다.

수록곡들은 고유연의 개인적인 상황에서 시작해 살아오며 겪은 현실의 문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래는 아티스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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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박예림, 사진제공=싱어송라이터 고유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유한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송라이터의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는 고유연입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앨범의 씨앗이 되어준 곡은 1번 트랙인 '보잘것없는'입니다. 이 노래가 제 음악적 정체성이 가장 잘 담겨있는 곡이라 생각해서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원래는 총 5곡으로 내려 했으나 완성도를 고려해 3곡으로 추려보았습니다. 4월에 발매한 싱글 '사월의 편지'(feat. 원태림)에 이어 제 색깔이 좀 더 또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어 이번 앨범 '시선'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3곡을 따로따로 발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묶어서 발매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듣는 이에겐 어떨진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3곡이 하나의 주제로 묶여있는 곡이라 따로 낼 수가 없었어요. 3곡의 이야기나 장르가 통일된 편은 아니지만 '보잘것없는'은 제가 음악과 사랑을 보는 시선, '지하철'은 세상과 권력을 보는 시선, '없어진 사람들'은 관계를 보는 시선이었기 때문에요.

그렇다면 3곡의 보컬이 모두 다른 것도 의도한 것인지?

네, 그렇습니다. 우선 타이틀 곡인 ‘지하철’은 곡을 쓸 당시부터 이랑 님을 떠올리면서 썼어요. 평소 이랑 님의 앨범을 많이 듣기도 했고, 말을 읊조리는 듯한 곡의 초반과 속 시원하게 소리 질러주는 코러스 부분에서 이랑 님의 보컬 스타일이 너무나도 곡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그 스타일이 잘 담겨서 너무 기뻤고요.

그리고 ‘보잘것없는’은 내레이션과 보컬이 다른 결의 무게감을 갖길 원했어요. 차분한 전달력을 가진 내레이션과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보컬을 원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서영 님의 목소리가 그 깊이를 잘 전달해 줬다고 생각하고요.

마지막으로 ‘없어진 사람들’은 제가 메인으로 부르지만,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가은 님의 목소리가 들리실 거예요. 화자는 저지만 무언가 떠도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었으면 하기도 했고, 제 보컬 스타일과 결이 다른 분이라 좀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끔 편곡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총 네 명의 여자가 각기 다른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점이 앨범의 특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선택이요. 곡을 쓸 때부터 더 나은 선율, 가사를 고르는 것. 더 좋은 악기 구성, 송폼, 편곡을 만드는 것. 의도와 잘 어우러지는 믹싱, 마스터링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것들이요. 최선의 것을 선택해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엔 수많은 선택이 있다는 점이 언제나 제일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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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박예림, 사진제공=싱어송라이터 고유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록곡 중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세 곡 모두…라고 해도 될까요. 괜찮다면 한 곡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웃음)

‘보잘것없는’은 내레이션이 주가 되는 부분을 1부, 보컬이 나오는 부분이 2부, 피아노의 연주가 3부라고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송폼이나 곡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구성이기도 하고 어쩌면 연극 같은 노래라 전체의 흐름을 쭉 이어 나가면서 마지막 피아노 솔로가 확 터트려지는 느낌으로 편곡했습니다.

‘지하철’은 노래 가사가 벌스는 너무 많은데 코러스는 그에 비해 단순한 편이에요. 왜냐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니 그다음 할 수 있는 건 소리 지르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이 코러스에서 터지도록 밴드 사운드를 1절 코러스부터 넣었어요. 군데군데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도 넣어 각자가 가진 장면을 불러오게끔 해보았는데요. 아마 스크린도어가 없었더라면 바람도 같이 느껴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없어진 사람들’은 두 명의 보컬이 서서히 어우러지는 게 재밌는 편곡이라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떠도는 사람, 방랑자의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결국엔 없어진 사람들과 나를 동일시하는 결말이 허상처럼 느껴지고 ‘내가 아는 것 중 뭐가 진짜지?’ 하는 물음이 남기를 바랐어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작업자분이 감사한데요, 먼저 전체 믹싱과 한 곡의 프로듀싱 및 앨범의 전반적 뼈대를 같이 잡아주신 대봉 님께 감사해요.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이런저런 방향성을 편하게 제시해 주셔서 작업 내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불러주신 랑 님께 감사드려요.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던 분인데 메일로 직접 문의드리고 음악을 들려 드린 뒤 작업까지 이루어졌거든요. 특히 랑님은 제가 평소에도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분이라 작업이 성사된 게 너무 꿈만 같았어요. 용기 내면 정말 무언가 이루어지는구나 싶은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로 함께해준 싱어송라이터 서영 님, 보컬리스트 가은 님, 베이스 연주자 연수 님, 기타 연주자 찬울 님, 드럼 연주자 예찬 님, 녹음 엔지니어의 학주 님, Wheeler, 마스터링 맡아주신 남우 님, 사진작가 예림 님까지. 함께해주신 분들이 없었으면 절대 앨범 못 만들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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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박예림, 사진제공=싱어송라이터 고유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람들에게 '시선'이 어떤 음악으로 남았으면 하는지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고유한 이야기의 힘을 가장 믿어요. 제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 다른 이야기를 불러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음악이 유지되고 사람이 연결되는 과정 같아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대화가 계속하여 얽히는 음악으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