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하나가 나오기까지 – ① 자사 아티스트

지난 칼럼에서 A&R의 종류에 대해 ‘자사 아티스트’ '프로젝트’ '퍼블리싱’ ‘라이선스 관련’ 등으로 나뉜다고 언급했었다. (A&R이 뭔데? 유형별 A&R 업무의 차이점) 오늘은 이 중에서 자사 아티스트의 음반이 나오기까지 A&R이 담당하는 업무와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앨범의 종류는 크게 3가지―싱글, E.P(Extended Play), 정규―로 나뉜다.

싱글은 1곡(+Inst음원 포함), E.P는 통상적으로 3~5곡이 수록되는 앨범이다. 정규는 아티스트의 정식 앨범 집계를 위한 단위로, 과거에는 10곡 이상이 보통이었으나 요즘은 최소 5곡 이상 수록되어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뒷받침할 ‘정식’앨범을 일컫는다.

따라서 자사 아티스트의 앨범을 싱글, EP, 정규 중 어떤 형태로 발매할지 기획하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다.

싱글

우선 싱글 앨범을 기획하는 경우는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간헐적으로 노출하기 위함이 크다. 아티스트의 활동 공백기가 길어질 경우, 팬과 대중 리스너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간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정규앨범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맛보기로 선공개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기획 의도에 따라 싱글 하나를 발매함에도 E.P 내지 정규에 버금가는 프로모션 및 뮤직비디오 등에 힘을 주는 경우도 많다. 정규앨범을 내더라도 소위 ‘찐팬’이 아닌 이상 일반 대중들은 수록곡을 전부 듣기보다는 타이틀곡 위주로 감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규앨범의 타이틀 곡과 싱글 앨범 발매 사이에는 무게감의 차이가 있지만 싱글 발매만으로도 정규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싱글 앨범을 기획할 때는 그간 음원을 발매해온 이력과 여러 발생할 효과를 계산하여 진행된다. 보통 싱글의 경우 피지컬 음반을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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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E.P를 기획하는 의도는 비교적 간단하다. 싱글만 발매하기에는 아쉽고 정규앨범을 발매하기엔 시기나 곡 수 등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보통이다. ‘정규앨범’이라는 무게감은 덜어내면서 싱글보다는 비교적 프로모션에 더 힘을 싣는 편이다. 또한 정규앨범이 발매되기 전 숨 고르기 및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획이 되기도 한다.

정규앨범

정규앨범 발매에는 대규모의 프로모션이 뒤따른다. 한 아티스트가 싱글로 컴백하는지, 정규로 컴백하는지는 무게감 자체가 다르며 팬들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의미 또한 다르다. 따라서 피지컬 음반 제작, 각종 MD, 콘서트, 각종 프로모션 등 일종의 ‘종합 선물세트’도 뒤따른다.

정규앨범은 몇 집까지 나왔느냐에 따라 아티스트의 입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더불어 싱글과 E.P로 응원하며 기다려온 팬들과 대중들에게 메인 이벤트로 다가설 수 있는 앨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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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과 E.P 발매도 물론 마찬가지이지만, 정규음반의 발매 일자는 아티스트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와 여러 동종업계 정황을 파악하여 신중하게 정한다.


이제 앨범의 발매 형태가 정해졌다면 아래의 순서와 같이 제작이 진행된다. 주로 정규앨범을 위주로 단계를 나눴지만 다른 형태의 앨범에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

1. 컨셉 기획 및 프로듀서 선정

비주얼, 세계관, 스토리, 새로운 면모 등 다방면에서 아티스트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앨범 컨셉을 기획한다. 컨셉을 기획한 후 그에 맞는 곡을 피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드물게 일단 곡을 모은 후 모인 곡을 바탕으로 컨셉을 잡는 경우도 있다.

프로듀서의 경우 타이틀곡을 포함한 모든 수록곡의 음악적 퀄리티, 믹스, 마스터링까지 핸들링할 수 있는 적임자가 선정된다. 아티스트와 가장 편안한 관계여야 하며 보통 프로듀서가 타이틀곡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경우 제작사는 투자사의 역할 정도만 하고 주로 외부에서 프로듀서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했으나, 요즘에는 제작사의 제작 방향 일치를 위해 내부에서 프로듀싱을 총괄하기도 한다.

2. 곡 수급

곡 수급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가수 또는 회사 차원에서 믿을 만한 작곡가에게 직접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불특정 퍼블리싱 업체로부터 다수의 데모곡을 받아 선정하기도 한다. 혹은 타이틀곡은 의뢰를 하고 수록곡은 따로 수급하는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곡을 모은다. (물론 직접 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나 밴드의 경우는 여기서 논외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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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랙리스트 및 발매 일자 확정

수록곡 및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것은 아티스트, 제작사, 프로듀서가 적절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그렇게 트랙리스트가 확정되면 피지컬 음반 제작 일정 등을 고려해 발매 일자를 확정한다.

발매 일자는 유통사와 논의하여 가장 홍보에 효과가 좋은 시기를 잡는다. 해외와 국내 중 더 큰 수요 예측에 따라 차트 집계를 고려하여 발매 일정을 잡는다. (이를테면 월요일 오후 6시 또는 금요일 오후 1시 등)

4. 곡 녹음

녹음은 사내 녹음실 혹은 외부 녹음실에서 진행하며, 가믹스를 마친 데모 INST에 보컬 녹음을 한다. 녹음실에서 템포, 조성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확정되면, 정식 INST 작업을 한다. 이 단계는 매우 유동적이고 경우의 수가 많다. 어쨌든 목표는 하나. 노래가 잘 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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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믹스, 마스터링, MR제작

보컬 튠을 포함한 후반 작업을 진행한다. 믹스와 마스터링 역시 제작사, 아티스트, 프로듀서의 의견을 모아 가장 좋은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협의한다. 또한 MR의 경우 공연용, 방송용, 각종 프로모션 등 용도에 맞게 제작해 둔다.

6. (안무 필요시) 안무 시안 취합 및 안무 확정

기획에 가장 어울릴 안무팀을 리스트업하고 시안을 받아 수정, 확정 및 연습 과정을 거친다. MV, 음악방송 등 현장에 맞는 대형 구상도 진행된다.

7. MV 기획, 감독 선정, 제작

기획에 가장 어울릴 MV팀을 리스트업하고 컨셉을 공유한다. 시안 취합 및 수정, 확정을 거쳐 제작이 되면 티저, 본편 가편집본, 최종본의 모니터링 및 의견 조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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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지컬 음반 제작 및 창고 입고

디자인팀과 협력해 앨범 구성품 및 디자인 확정, 후 기한에 맞춰 출력 프레싱, 각종 디자인 데이터와 음원 DDP 전달, 샘플 검수를 한다. 이때 음반에 삽입될 곡들의 저작권을 관리해주는 협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 또는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로부터 곡 수와 사용 용도에 맞는 증지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 증지를 통해 오프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음악을 집계, 저작자에게 저작권료 분배가 가능하다)

출력/포장 업체에서 증지를 부착 후 유통사 측 창고 일정 확인하여 유통사에 입고하면 모든 과정은 끝난다. 경우에 따라 예약 판매로 홍보 효과 및 수요를 예측할 수 있으며, 초판 물량으로 재판 생산 여부도 가늠한다. 사이즈가 큰 아티스트일수록 초동 판매량이 중요하다.

9. 각종 프로모션 (예능, 음악방송, 광고, 매거진, 인터뷰 등) 부킹 및 보도자료 배포, 팬 커뮤니티 공지

매니지먼트, 홍보팀과 협의하여 진행. 발매할 앨범 컨셉에 맞는 프로모션을 찾아 매칭한다. 이후 홍보/마케팅팀에서는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를 하고 팬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SNS(자사, 아티스트)에 마케팅 플랜대로 콘텐츠를 노출시킨다.

10. 발매

유통사 요청에 맞게 발매 자료를 전달하고 발매 후 음원과 콘텐츠에 오류 및 오탈자는 없는지 재점검한다.

A&R은 이 모든 제작단계에서 ‘제작사&아티스트’의 입장을 대변하는 업무이다. 기획 단계는 물론 실제 생산되는 음원, 안무, MV, 피지컬 음반 등 제작에 있어 자본을 투자하고 A-Z를 책임지는 제작사의 입장으로 참여한다. 세부적인 업무 분배 및 관여도는 회사별로 매우 상이하므로 입사 후에나 내부 체계를 알 수 있을 것이다.